시와의 만남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날 아침에

南塘 2022. 7. 19. 11:01

 

새벽부터 자시(子時)가 넘도록 내리는 억수 장맛비

이역만리길 떠날 소부의 길을 막아서는 듯

매 여울 작은 강 허리를 감은 급한 물길까지

깊은 시름이 열병 앓듯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매번 갔다가 와서는 행복한데 막막하게 떠나야할 길

 

그제 어제 오늘은 마음이 놓였는데

캘리포니아 일정표는 바뀌지 않는 삶의 무게

돌아오겠다는 다짐하고 다짐한 가슴 여미는 안개바람

그리움의 시간과 공간에서 달을 그려 내야하는 가장

초록을 적시고 도시를 적시고 사랑을 적신 하늘 비

 

주섬주섬 가방을 싸는 둔한 손, 무거운 어께

누렁이의 큰 눈망울에 고인 눈물처럼

서러움에 떠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도 있지만

하지만 인생은 의미가 있어 살 수 있는 것

늘 가고 오는 거지 그렇게 별거 없이 사는 거지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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