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자시(子時)가 넘도록 내리는 억수 장맛비
이역만리길 떠날 소부의 길을 막아서는 듯
매 여울 작은 강 허리를 감은 급한 물길까지
깊은 시름이 열병 앓듯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매번 갔다가 와서는 행복한데 막막하게 떠나야할 길
그제 어제 오늘은 마음이 놓였는데
캘리포니아 일정표는 바뀌지 않는 삶의 무게
돌아오겠다는 다짐하고 다짐한 가슴 여미는 안개바람
그리움의 시간과 공간에서 달을 그려 내야하는 가장
초록을 적시고 도시를 적시고 사랑을 적신 하늘 비
주섬주섬 가방을 싸는 둔한 손, 무거운 어께
누렁이의 큰 눈망울에 고인 눈물처럼
서러움에 떠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도 있지만
하지만 인생은 의미가 있어 살 수 있는 것
늘 가고 오는 거지 그렇게 별거 없이 사는 거지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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