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이동한
곡식이 비워진 달천 모리래
내 마음 옥색 호암 연못
물색 맞는 구름 드리옵고
코스모스 연 분홍 꽃까지 띄웠다
새침한 여고생 책가방의 비밀
채색 다한 벤치에서 짧게 써본 메모
‘미안은 한데 잠시 이야기’
덜 익은 사과 신맛 같은 연애
사랑 바꾸어 버린 열여덟 총각
열두 현 음색에 반한 가을이
떠나가지 못하는 탄금대에서
참지 못하는 욕심에 전한 입맞춤
어느 사이 내린 비도 잊은
충주역 마지막 열차가 떠날 시간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단발머리 곱게 빗은 여고생
197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