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제천시 송학면 시골집에서 보름 동안 유(有)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수월한 격리를 위해서 고향을 선택했다. 격리가 종료되고 수원으로 올라오기 전 역전시장에 들렸다. 제천에는 시장이 여럿 있다. 도시 중앙에 위치하며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랜 된 중앙시장, 서민들이 이용하는 내토재래시장, 남천동과 교동 주민들이 이용하는 동문시장과 제천역 앞 화산동에 위치한 역전시장이다. 역전시장의 이름은 2000년 이후 역전한마음시장으로 변경되었다. 제천은 오일장이 유지되는 곳이다. 오일장은 닷새에 한 번씩 서는 장이다, 필자가 제천에 살던 때의 오일장은 2일과 7일이었다. 그리고 장이 열리는 곳도 중앙시장과 내토재래시장이었다. 소를 파는 우시장은 대제중학교 인근 하소리와 청천리 부근으로 기억한다. 어느 때 부터 제천의 오일장은 3일과8일로 변경되었으며 장이 열리는 장소는 중앙시장에서 역전한마음시장으로 이동되어 운영되고 있다. 장(場) 어언(語言)에 따라 정의해 본다. '장날'은 장이 서는 날이다. 옛날에는 보통 3일, 5일이나 7일에 한 번씩 시장이 열리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팔았다. 그 기원은 물물의 교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장터는 장이 열리는 마당이다. '시장'은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채소 시장'은 채소를 사고파는 곳이다. '옷 시장'은 옷을 사고파는 곳 이댜. 현대화된 대형마트와 쇼핑물이 곳곳이 생겨서 삶의 편리성을 높이고 있다.
장(場)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소통의 장소였다. 이 동네 저 동네 이야기가 어울려 지는 곳이다. 또 장(場)은 만남과 인정이 넘치는 기쁨을 기다리게 하는 설레는 장소였다. 오일장에 모두가 만난다. 팔아 올 것이 없어도 십리길 마다 않고 장(場)에 갔다. 구경을 위해서다. 장날에는 바다에서 온 어물과 건어물 그리고 산속에서 나오는 각종 약초와 철에 맞는 채소와 곡식이 즐비하다. 그리고 꽃단장에 반드시 필요한 “옷과 화장품”까지 세상에 없는 것 없고 있는 건 다 있는 곳이다. 장(場)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가끔은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식재료가 있으면 흥정하는 맛도 재미있다.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나? 한국인의 3대 거짓말 중에 하나가 장사꾼 밑지고 판다는 것이다. 세상에 밑지고 팔수는 있겠지만 그게 밑지고 파는 것인가? 시세에도 장사는 경영으로 전환되었다. 돈을 벌 것이 아니라 만족할 고객을 버는 것이다. 장꾼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도 장사꾼이 아니라 경영자로 시각을 바꾸어 본다면 과거에 장터에서 벌어지는 흥정에 마음을 담아 물건을 파는 것은 단골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이는 사람을 얻는 것이다. 고객을 얻는 것이다. 필자도 자주 찾는 오산 장에서 자주 이용하는 장꾼 사장님이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걱정이 된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것이 두부 한모, 생선 한마리라도 같다.
필자에게 있어 역전시장은 남다른 장소이다. 어머니께서 필자가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역전시장 국수공장 옆에서 좌판 장사를 하셨다. 콩나물과 채소 그리고 장날 받아 둔 곡물들을 파셨다. 어린 나이에 이르게 철이 들었던 탓에 어머니가 드실 점심으로 국수와 수제비를 만들어 종종 시장에 나아갔다. 그때마다 시장 상인들은 대견하다는 말씀과 착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시장에는 방앗간이 있었다. 매번 툇마루에서 놀다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주시는 떡을 받아서 어머니께 드리곤 했다. 필자의 이런 행동을 시장 사람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참으로 착한 아들이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전시장은 필자의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슬픔과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가난한 목수와 결혼해 꽃다운 청춘을 시집살이에 빼았겼던 어머니, 더운 여름날 냉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셨고 추운 겨울 낡은 군(軍) 모포로 몸을 감싸시고 꽁꽁 언 손으로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가 지금 서럽게도 그립다. 자식하나 보고 평생을 굴곡의 길에서 살다 소천하신 어머니다. 나의 어머니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 역전시장이다. 아내와 함께 옛 기억을 더듬어 골목길을 다녀 보았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남아 있는 가게가 하나가 있다. 고추기름집이다. 주인이 누구일까? 가게 밖에서 아무리 안을 기웃거려도 인기척이 없다. 옛날 어르신들은 모두 작고하셨을 것이다. 자식이 물려받아서 장사를 할까? 아니면 아주 모르는 다른 사람이 장사를 할까? 생각은 깊었지만 확인은 하지 않았다. 옛날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시장 모퉁이에서 아내에게 어머니와 시장 그리고 필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는 신기했을 것이다. 아내는 필자보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성장하면서 배고픔은 없었다고 한다. 역전시장은 필자가 도회지로 나가는 도화선이 된 곳이다.
서산에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제천역 선로에서 들리는 기관차의 경적은 익숙하지만 오늘 듣는 경적은 새롭다. 필자는 중앙선 열차를 이용해서 서울로 무전유학의 길을 떠났다. 또 중앙선 통일호 열처를 타고 군에 입대 했다. 충북선 열차를 타고 자수성가의 길을 걸었다. 필자가 제천을 방문하면 기회를 만들어 들리는 역전한마음 오일장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추억이다. 기억이다. 그 잊어지지 않는 과거는 오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일을 만들 것이다. 제천의 역전시장에서부터 말이다.
2021.2.25
역전시장은 어릴적 우리들의 놀이터였고
제천역전이 우리들 악동들 집마당 이었음을...
언덕위 전도관지나 화산개울이
여름철 물놀이장소였고...
시장안 신발가계는 누구네집
기름집가계는 누구네집
누구네아버지는
짐발이자전거에 빨간술통좌를걸고 다니시고
누구네아버지는 금수탕보일러기사님...
한집건너 다 친구네집 아니던가~!
그시절의 추억을 그리며
나또한 제천을방문하면 시간내어
어릴적 나를 만나려 한다네,~^♡^
좋은추억 되살리게 해주어 감사하네~!
언제 만나 지난시절 추억하며
좋은시간 가지세나~^♡^
건강유의하고~^♡^ (친구 고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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