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오산 대학교에서 권선동까지

南塘 2021. 2. 24. 06:13

  삼복더위로 정말 덥다, 오산 대학교 진리관에서 권선동까지 걷는 수고와 대중교통을 타는 불편함을 느껴볼 요량이다. 아침나절 비가 내린 후라서 기온이 내려간 것 같아 긴소매 셔츠와 하절기 와이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연구실에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을 둘러메고 걷기 시작했다. 크지 않은 아담한 캠퍼스이다. 오산 대학교는 1979년 오산공업전문대학으로 개교하였다. 1990년 오산전문대학으로 1998년 오산대학 명명이후 2012년 오산 대학교로 개명되었다. 오산 대학교는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이념에 입각하여 국가 산업발전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교수, 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정말 이 사학인 목적이 부합되는지는 의문이다.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교육목표 1. 은근한 끈기와 노력으로 지평을 넓혀가는 지성교육, 2. 색다른 사고와 시각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교육, 3. 진솔한 배려와 소통으로 이상을 실현하는 협력교육이다. 교육목적 셋 모두 도저히 받아 드려지지 않는다. 좋은 미사어구로 작성된 학교이념과 교육목적이다. 전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 제직하는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보면 창학이념과 교육목적이 현실과 다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산학원 이름은 너무 좋다. 40년을 가꾸어 온 캠퍼스 임에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가파른 언덕과 계단 좁은 도로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여름 태양을 가려주는 건물과 나무그늘이 있어 시원하다. 학교를 벗어나 오산역으로 가는 길, 오산천(烏山川) 아치형 다리를 건너 시장 통 골목길 접어들면서 덥기 시작했다. 동료 교수가 가깝다고 일려준 거리는 2.5㎞ 정도 되는 듯했다. 무더위에 걷기에는 약간은 먼 거리이다. 땀을 흠치면 오산산역에 도착해 전동열차를 기다린다.

 

  지금부터는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게 살아야 할 시간이다. 시간과 경쟁하듯 무엇이든 스피드에 중점을 둔 생활을 청산할 필요가 있다. 바쁜 생활을 위한 자동차 이용은 건강과 돈과 바꾸는 결과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많은 모습들과 때때로 다른 생각과 스치는 인연의 기회가 적지 않은가! 2019년부터는 서울 본사가 있는 합정동과 문학일로 종종  들리는 종로, 지인들을 만나는 강남, 그리고 서울 삼성병원, 분당 서울대 병원을 오고 갈 때 반드시 전동열철을 이용하고 있다. 전동열차를 타려 걷고 기다리고 내려서 이동하는 시간의 소요가 많아도 건강을 찾고 자신을 내려놓는 작업에 꼭 필요한 것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겸손해 지는 것이다.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잘것 없는 권의를 내려 놓는 것이다. 천천히 하더라도 불편하더라도 약간의 힘이 들더라도 걷고 기다리고 대중들과 같이 소시민이 되는 훈련을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삼십 여년 세월을 자동차에 의존했다. "()"을 느끼는 문화생활을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오산역에서 전동열철을 타고 수원역에서 내려 분당선으로 갈아타고 매탄권선역에서 하차한다. 지하1층에 새로 문을 연 호밀빵 가게에서 아들이 좋아하는 수제 찹쌀 도넛 6개를 싹쓸이 구매했다. 지하도를. 나와 집까지 600m 숲길을 걷는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걸음에 여유까지 더해 시원한 바람에 땀도 날려 버리면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집으로 들어가는 메콰스콰이어 긴 터널 숲 벤치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오산 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차이에 관해서 정리 해 본다. 차이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를 말한다. 필자의 개념은 모든 일에 있어 기준과 현실과의 간격을 말한다. 논리적 의미는 '(gap:/격차)' '차이'의 합성어로, 특정 대상의 수준 차이나 변화의 차이를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사학의 개념과 교수와 학생 그리고 행정직원, 연구, 산학관계 등등. 필자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은 사학은 비리 덩어리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윤리를 포기한 집단과도 같다. 사학의 목적인 인재를 육성하여 국가보국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경영하는 것은 바른 시스템으로 투명한 회계와 교육이 가진 본래 목적에 맞는 프로세스를 통해 학교를 발전 시키는  것이다. 학교의 발전은 좋은 인재를 배출해야 가능한 것이다. 타 사학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경중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경영은 돈에 집중되어 있다. 돈을 위해서 모든 것이 포장되어 만들어 진다. 교수는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를 통해난 전임교수들 사이에서도 연봉제와 기간제로 분리되어 차이를 가진다. 또 전임과 비전임으로 철저한 구분관리를 한다. 나쁜 말로 밥그릇 지키는 일에 몰두한다. 열린 연구와 학사를 위한 협력은 없다. 가령 학과별 정책과 전략 그리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학사방안을 발표할때 각 학과장이 심사를 한다. 결과는 뻔하다. 경쟁하는 학과에서는 상호 최점을 부여한다. 타 학과의 좋은 점과 모범 사례는 안중에 없다. 살아 남는 학과의 힘은 오래 존속하는 학과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학은 자격미달의 학생을 입학을 허가한다. 필자가 교단에서 강의하는 내용을 받아 드리는 분류는 5%를 넘지 않는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학생, 사연산(+,-,×,÷)을 못하는 학생, 영어 단어를 말하지 못하는 학생이 20% 정도는 된다. 안타까움을 넘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고등학교에서는 졸업 학점제를 운영해야 한다. 20년 전 현 집권당의 전 대표가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수립되어 정착된 고교평준화는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가 되어 장래 국가를 책임질 학생들의 역량을 축소된 원인이기도 한다. 사교육 개선하겠다고 적용한 정책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수없이 들어서 당연히 여겨지는 이 말이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맞춤형 보육과 학교 무상급식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대학 교육마저 위협받고 있다. ‘링크(LINC) 사업’, ‘프라임(PRIME) 사업’, ‘코어(CORE) 사업’ 등 근시안적인 프로젝트들에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이런 사업을 기획하는 이들은 소위 시장의 원리를 그대로 교육 현장에 적용하려 한다. 그래서 막대한 자본만 투자하면 교육의 성과도 짧게는 1~2, 길어 봤자 3년이면 다 수확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현실을 돌아가 보면 대학은 강의는 교수만 설명하는 강의가 된다. 아무리 역량강화를 위해서 실습형 수업을 진행해도 효과는 5%를 넘지 않는다. 혹자들은 수요자 맞춤형 교육 과정 개설과 운영이 필요하다" "성인·비 학령기 인구 등으로 입학 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산·학·연·관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등록금의 합리적인 인상, 학과 통·폐합, 전문대 폐교 때 출구 전략 마련 등 평생직업 교육 선도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연합뉴스) 이런 것은 이론일 뿐이고 주장일 뿐이다. 학교의 시스템이 무너져 있다. 사학의 생존은 교육부의 평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사학은 온갖 구실을 동원해서 거짓과 거짓으로 평가를 받는다. 무너진 사학을 살리는 길은 사학의 목적에 맞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방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대학의 허울뿐인 평생학생학사관리제도와 교원에 관한 평가를 교수행위와 학사행위를 반드시 분류하여 평가해야한다. 정부 매번 발표하는 대책 중 대학 경쟁력 강화에 적극 대응을 위해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역할분담을 추진한다. 대학 간 특화분야의 공유·협력 지원, 평생학습 활성화, 지자체-지역대학 협업을 통한 지역대학 혁신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위한 경쟁력 강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자연도태하게 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이상 대학의 정원은 미달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고 자격이 되지 않는 학생을 선발하고 입학을 허가하는 불합리는 없어야 한다.

 

  2학기 들어서 학교는 교수들을 압박한다. 학과별 취업률을 매주 확인한다. 교수들이 용빼는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닌데 역량이 없는 학생들을 취업 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필자가 만나 한 학부모의 이야기다. 오산 대학교를 졸업하면 삼성전자에 입사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현실감 없는 부모들이 참으로 많다. 10월이 되면 신입생 선발을 위해서 교수들을 각 고등학교에 파견하여 입학사정관을 만든다. 교수들은 언제 연구하고 언제 좋은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갑갑한 일들이 비일비재 한다. 교육의 정책과 전략 그리고 대학의 교육이념과 목표는 세상변화를 반영하여 변화되어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본문에서 기술한 내용들은 필자가 대학에서 느끼는 갭의 차이이다. 인생의 차이가 많다. 차이는 균형을 잃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평소 자동차를 이용했더라면 학교 행정과 교수법에 관하여 생각하는바 내용을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오산 대학교에서 교수 임명장을 받을 때는 대학의 인재상인 1. 끝없이 노력하고 실천하는 지성인, 2. 새롭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창조인, 3. 더불어 성장하고 공감하는 협력인을 육성해야한다는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다하겠는 다짐을 했다. 그런 필자의 결심은 여기까지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평생 꿈이었던 교수, 꼰대 노릇을 해볼 요량이었는데 기업으로 돌아가는 날을 정했다. 땀도 정당히 내리고 솔솔 불어오는 골바람이 시원하다. 앞으로도 이동시에는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

 

201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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