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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날 아침에

새벽부터 자시(子時)가 넘도록 내리는 억수 장맛비 이역만리길 떠날 소부의 길을 막아서는 듯 매 여울 작은 강 허리를 감은 급한 물길까지 깊은 시름이 열병 앓듯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매번 갔다가 와서는 행복한데 막막하게 떠나야할 길 그제 어제 오늘은 마음이 놓였는데 캘리포니아 일정표는 바뀌지 않는 삶의 무게 돌아오겠다는 다짐하고 다짐한 가슴 여미는 안개바람 그리움의 시간과 공간에서 달을 그려 내야하는 가장 초록을 적시고 도시를 적시고 사랑을 적신 하늘 비 주섬주섬 가방을 싸는 둔한 손, 무거운 어께 누렁이의 큰 눈망울에 고인 눈물처럼 서러움에 떠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도 있지만 하지만 인생은 의미가 있어 살 수 있는 것 늘 가고 오는 거지 그렇게 별거 없이 사는 거지 2022. 7. 14.

시와의 만남 2022.07.19

별과 이방인

조각 판잣집 작은 언덕에 나와 그대 고심 끝에 어처구니 찾으려간 천사도시(LA) 세상살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벽에 걸린 캠퍼스 속에 포켓몬이 따는 별 매일 새벽 성좌(星座)를 확인하는 이유는 열 셋부터 마음에 담아온 미련 때문 노년인 지금까지 미련 그대 그리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가슴과 머리에 새긴 별 풍금소리는 듣는 자에 따라 다른 감각 기교에 눌린 세상은 우연히 짜릿 살짝 맛 하나의 별로 살아온 삶의 연주곡처럼 사과나무 밭에는 실바람 가득 웃는 별 느낌대로 짜릿짜릿 살짝살짝 곁눈질 장터 눈치 없고 약속 잊은 양아치 놈들이 싫어 별을 찾아 떠나온 곳에는 그대들의 세상 대처(大處)에는 우리별은 있기는 하는 걸까? 2022. 7. 13

시와의 만남 2022.07.14

버스 정류장

플라타너스 넓은 잎으로 감춘 눈물 속으로 구름이 오고 바람님이 오시더니 비가 다녀가고 나는 공허한 허무 거대한 돌미륵이 되어 무심한 전광판에 목적지가 다른 버스번호만 있다. 긴 의자에 앉자 세월아 네월아 기다림 오지 않는 버스 타고 싶은 버스 기다려지는 버스 만고풍상 떨고 있는 시간이 반복될 때 가야할 초록 두룬 도시가 자리매김 되고 있다. 불쾌한 장마철 찜통더위 부아를 해소하는 아스팔트 틈에 자란 눈썹 달린 강아지 풀 메타버스 현실이 된 가상세계처럼 우리네 인생도 꿈과 현실로 그렇게 사는 거다. 정해 놓은 시간에 도착한 82번 버스는 만석 짧은 고민 끝에 또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길은 다르지만 목적지가 같은 83번을 타 보자 무엇이 다를까 함께 탈 사람이 다르다. 2020. 7. 11.

시와의 만남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