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육십 번째 봄은 미나리 파릇 싹이 되어 곁으로 오나
가끔은 눈에 밝힐 때가 있는 흰머리 아내
큰 나뭇짐 지어 온 좁은 어깨는 가슴 깊이 여미는 연민
바늘 가는데 실 가듯 살아 온 40년
때로는 원망하고 어떨 때는 안타까워 흘린 눈물
어느 날 식탁에서 본 미간의 주름살
미움보다는 애틋한 마음에 끈이 된 당신과 나
평생 남편과 자식에게 내린 사랑
없는 형편에 힘들고 고단하다는 불편한 말 한마디 없이
어디가 끝이지 모르고 걸어 온 길
내친 김에 서로에게 정(情) 주고 손잡고 가보자 그날까지
먼 훗날 강가에 함께 서서 천국의 계단을 보며
곱고 희던 예쁜 손과 얼굴을 되새기면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을 하는 말
내년 후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곁에 있을 겁니다.
2022.02.18.
'시와의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절을 이기는 세월 (0) | 2022.03.02 |
---|---|
다른 듯 닮은 꼴 열여섯 소리꾼 (0) | 2022.02.26 |
아내의 이름 (0) | 2022.02.18 |
고창에서 만난 선운사 (0) | 2022.02.17 |
봄은 기억 저편의 간절한 기다림 (0) | 2022.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