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건강과 바꾼 돈 버는 삶의 되돌림

南塘 2021. 5. 23. 18:36

글 : 공학박사 이동한 

 

 

오늘 모처럼 산행을 한다. 지난 110일 한국을 떠나 54일 귀국까지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활동의 제약과 짜 맞춘 시간으로 생활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 필드를 나가서 걷는 것 외에는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 못했다. 15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정상생활을 시작한지 한주가 지나는 시점에서 산행에 나섰다. 주야가 바뀐 생활과 오가는 시차로 인해서 식사의 균형(Balance)이 무너져 신체 리듬이 깨졌다. 몸무게가 무려 8가 증가 했다. 무릎도 많이 불편하고 순환기에 이상을 느끼는 정도이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아 있을 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건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다. 경제의 근원이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건강과 바꾼 돈 버는 삶을 되돌림이다.

 

당초 산행계획은 어제(토요일)이었다. 지난 주 내내 초여름 비가 내렸다. 산행도 딸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나섰다. 현재의 몸 상태로는 도저히 산행을 할 컨디션은 아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고 아내와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점심식사로 김밥 세 줄을 구입했다. 김밥 값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나 올랐다. 어떻게 25%를 올릴 수 있을까? 주인 이야기는 중견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김밥나라, 김밥천국등에서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동의 되지도 않고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주택가격 관리도 못하는 정부가 서민물가도 관리 하지 못한다. 간이업소는 세금도 면세 또는 절세를 해주는데 그 모든 부담을 소비자인 국민에 부가하는 것은 맞지 않은 논리다. 기분 상한 김밥이 되었다. 다음부터는 간단식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500원은 작은 돈이지만 사실은 매우 큰돈이다. 필자는 자동차 연료비가 아까워 에어컨도 켜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 운행한다. 궁촌을 출발하여 50분 경과하여 경기도 광주시 도적면 유정리 은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등산준비를 하고 은곡사 경내 우측 등산로 표지 길을 따라 오른다. (지옥) 급경사이다. 헉헉 거리며 고도 300m에서 500m 마루 금에 올라선다. 힘이 든다. 하늘이 노랗다. 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은 싱그럽다.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다. 첫 번째 봉우리(해발 610m) 닫는다. 숨을 돌리고 또 한 개의 봉우리를 넘어 미역산(613m)에 오른다. 수분공급과 인증 샷을 남긴다. 지난해가 기억이 난다. 지난해 3월 건강이 나빠져 식사조절과 꾸준히 산행하던 10개월 노력이 단 4개월의 캘리포니아 생활로 원위치 된 느낌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인생 물 흐르듯이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을 내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이 무너진 이후 복구란 너무 힘들고 여러 가지 대가(代價)를 치려야 한다. 어떻게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이민생활과 건강 두 가지를 다 지켜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휴식을 끝내고 오늘의 목표 산() 태화산으로 길을 잡는다. 오가는 산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 없다. 그 이유는 모진 산들을 오르고 내리면서 몸과 마음이 수양되었기 때문이다. 산은 또 다른 인문학(人文學) 이다. 모난 사람을 유연하게 한다. 인내가 부족한 사람은 인내를 가지게 한다. ()이 없는 사람은 정()을 가지게 한다. 악한 사람은 선한 사람이 된다.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가져다준다. 산은 도전정신을 만들고 제공해서 사람에게 희망을 가르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인문학의 목적은 희망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람의 만남은 인사부터 시작한다. 기분 좋은 인사이다. 다른 산객을 만난다. 연세가 지긋하진 분들이다. 거친 호흡을 하면서 한발 한발 산을 오르고 내린다. 존경스럽다. 고도를 100m 이상 내리고 올리기를 두 차례 철쭉 군락지 표지가 있다. 산행 전 블로그에서 확인했다. 작은 철쭉 군락지이다. 잘 만든 계단을 올라 태화산 정상 해발 644m에 도착한다. 몇몇의 산객이 있다. 숨을 돌리고 인증 샷을 남긴다. 표지판에는 백마산 11.3가 보인다. 지난해 추곡리(태화산)에서 양벌리(마름산)까지 17종주를 계획했었다. 아쉬웠던 계획이다. 지금 3시간 산행이면 백마산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춘다. 하산 길이다. 백련암을 경유 해 보려고 했는데 당초 계획대로 백마산 분기점에서 전망대, 병풍방위를 경유해 하산 길을 잡는다. 오름 보다 내림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400m 하산 길에 전망대를 만난다. 아쉬이 있다. 미세 먼지로 인해서 시야가 나오지 않는다. 도척 저수지와 마을 그리고 오산 이천 간 고속도로 공사도로만 보일 뿐이다. 기대했던 용인 남쪽과 안성 그리고 이천 남쪽의 산들이 희미하다. 방향을 우측으로 잡은 하산 길에 병풍바위를 만난다. 설악산, 월악산 등의 바위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작은 산에 맞는 규모로 아름답게 구성된 화강암으로 구성된 절벽이 병풍 같다. 긴 계단을 만난다. 길이가 300m가 넘는 예쁜 계단이다.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이다. 높지 않고 깊지 않은 계곡에 시원한 물줄기가 있다. 차가운 계곡 물에 얼굴을 닦는다. 시원하다. 육산 흙길을 따라 800m를 내려오니 은곡사 좌측으로 주차장이다. 총 산행시간은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예상과 달리 크게 어렵지 않은 등산이었다. 여정을 풀고 늦은 쑥을 채취한다. 쑥떡, 쑥 효소를 담구면 정말 좋다. 쑥 버무리의 정()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배고품을 잊게 했던 쑥 버무리이다. 궁촌 집으로 돌아온다. 7월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기 전에 가족모두 설악산 또는 지리산 천왕봉을 다여 올 계획이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면서 아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가족 모두 지리산 천왕봉 등산을 하겠다고 했다. 아들이 동의 했다. 고맙다. 한국에 있는 기간에 충분히 운동을 해야 한다. 직장 그리고 일과 건강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두해 전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고생하고 살아 온 인생, 정말 살만한 삶을 두고 빨리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 한국에서 등정한 100대 명산 더하기 산들을 다시 오르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 굳이 멀리 나서지 않아도 된다. 평생 한편으로는 등산 애호가로 살아왔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산과 같이 살아야 한다.

 

202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