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중섭(仲燮) 형(兄) 편지 Ⅱ

南塘 2021. 1. 9. 13:58

남덕이 걷는 무사시노 거리

아고리, 아스파라가스 애상 가득 담은 편지

소달구지에 찬 세 사람 또 한사람

모든 사람, 다들 똑같은 고통이 있을 거외다.

 

 

서귀포 칠십리 해물 뚝배기 집에서

중섭 형! 보고 싶어 소주 한잔 했소

바닷가의 고독한 여유를 즐기는 여인

소중한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일곱 번을 만나러 왔는데 오늘도 빈 거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마침 꿈을 꾸듯

중섭 형! 판잣집 화실에서 내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하루 한 끼에도 노동을 즐길 수 있다.

 

 

적산가옥의 작은 창문 사이로

실루엣 모습을 생각하니 애잔한 마음

피난 초가집 지붕 엮인 억새 높이만큼이나

중섭 형! 아빠와 아이들의 소망을 전하는 안부.

 

 

아빠가 너무 좋아 남덕에게 한 말

너무 좋아 했지 중섭 형!

더 재미 잇는 그림을 그려 보내는 날

물고기와 노는 세 어린이를 보면서 올레 길에서 눈물 훔쳤지.

 

 

정방동에서 보이는 새섬은 겨울이다

하루 종일 툇마루에서 정신 줄 놓던 날

한 송이 달랑 예쁜 민들레 꽃 바람에도

코 노래가 서글프다 중섭 형!

 

 

2021.01.08

 

 

참고) 이종섭 화가의 작품 : 세 사람 ; 종이연필 1942~45, 판잣집 회실 종이에 수채 잉크 1953, 아빠와 아이들 종이에 유채, 연필 작품연대 미상, 물고기와 노는 세 어린이 종이에 유채,연필 작품연대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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