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도랑 Ⅱ

南塘 2021. 1. 9. 13:56

 

잊어진 희미한 기억의 시간을 찾아 간다.

향교골 꼬마들 겨울이며 철사 스케이트 놀던 도랑

큰 돌 학() 다리가 있었지.

 

 

독송정 산마을에 스물다섯 채 초가집

아홉 살 어린 사내아이 마음 끌러간 콩나물 공장

()네 집은 기와집.

 

 

내 또래 귀엽고 예쁜 식모 여자아이

얼굴 어여쁨에 빠져 엄마 손 놓치지 않고

도량을 건너 부끄러운 마음 들키고 만다.

 

 

소반 보리밥 고추장 비벼주던 그 아이

한수가 고향이라는데 이름 기억이 없어

이순 나이에 살짝 여미는 웃음은 사라진 도랑의 기억.

 

 

여우가 살던 무 고개 넘기가 너무 무서워

머리 칼 세우면 종종걸음 뛰어간 도랑에는

예쁜 그 애가 있어 좋았다.

 

 

중앙극장 영화가 끝난 시간

용두천 큰 도랑 따라 집으로 돌아 간 시간

콩나물 공장에는 도랑 물 담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21.01.09.

 

참고) 학다리에 대해 제천 구읍지(舊邑誌)학교재현동일리구판토(鶴橋在懸東一里舊板土)라 한 것을 보면 학다리는 조선조 말기 훨씬 전에 놓여진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처음에는 나무로 된 다리를 나중에 돌로 다시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제천시청) 아쉬움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문화유산이나 1980년 하천복개공사로 해체되었으며 다리로 사용한 석재도 보존하지 못한 제천시의 문화유적관리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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