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지방 제천에는 도랑이 많다
옛날 우리 집 앞에는 가느다란 도랑이 있었다.
여름 꼬마들은 동네 앞 작은 도량 차지
큰 놈들은 용두천 큰 도랑이 앞마당.
미꾸라지, 송사리 잡으려 도랑 따라 올라가면
친구 놈 귀신 놀이하던 여우 고개 샘물 도랑.
사촌 누나 사랑 도랑에는 미나리, 쑥 가득
바위 틈 샘물 속으로 가재 찾아 정신 줄 놓은 찔레꽃, 도랑.
깊은 가을 서리 고구마 온몸을 씻던 기억 속
옆집 정란네 이사 간다. 소식을 알고 있을까? 도랑은.
겨울 철사 줄로 만든 썰매 타고
고암 큰 도랑까지 얼음 지치던 꼬마의 꿈 도랑.
그 도랑 그리워 무도리에 집을 지었다
기억은 보이지 않는 영상으로 남을 뿐이다.
봄이 되면 얼음 속 봄이 흐른다
귀향 길 어머니 집 앞 도랑으로 간다.
2021.01,05
참고) 고향 제천 도랑은 도시화가 되면서 모두 하수도로 대치되었다. 중학교 시절만 해도 똥지게 지고 건너던 도랑이다. 시인(詩人)의 집 앞 도랑은 화산동과 남천동 여우고개 샘물에서 발원하여 화산동 공동묘지를 지나 동네 앞을 지나 용두천까지 2Km흘렸다. 여름 장맛비에는 제법 많은 수량을 보였다. 도랑에는 봉어, 중터리와 미꾸라지가 많았다. 도량에는 작은 샘들이 있었다. 맛이 있는 샘물이다. 도랑은 마을에 옥답 농사에 물을 공급했다. 봄부터 초여름은 초록의 뜰을 가을에는 황금색 뜰을 겨울에는 은세계 뜰에 소년의 마음을 다 잡기에 충분했다. 현재는 청전동 교동에서 발원한 용두천 큰 도랑마저도 복개하여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의 모습으로 언제 돌려놓을 건가? 도랑은 시인(詩人)의 어린 시절이다, 순수한 감성과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다, 삶에 그리움이고 동심에 추억이 있는 곳이 도랑이다. 중터리: ‘중고기’의 충청도 방언이다 충청도의 또 다른 표현으로 ‘중태미’가 있다. 잉엇과 민물고기. 몸의 길이는 10~13cm이고 가늘며, 옆으로 납작하다. 등 쪽은 어두운 녹갈색, 배 쪽은 흰 은색이고 옆구리 가운데 암색 세로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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