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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이 없었다면 인간의 수명 연장이 가능했을까

南塘 2008. 11. 15. 11:23

[흥미로운 과학, 호기심을 채우자 5편] X선이 없었다면 인간의 수명 연장이 가능했을까? /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과학 
 

현재 인간의 평균 수명은 300년 전에 비해 네 배 정도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5세이지만 18세기 말 인류의 평균 수명은 약 스무 살로 추정된다. 인간의 수명 연장 그 중심에 바로 ‘과학'이 있다. X선에서부터 CT, MRI 등도 모두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이렇듯 과학은 우리 건강과도 직결되어 있다. 우리 몸속 건강을 지켜 주는 과학의 힘, 알면 알수록 신비하다.


최근 건강검진 시즌을 맞아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건강 관련 검사를 받게 된다. 종합 검진에서는 혈압이나 시력을 재는 단순한 검사부터 흉부 X선 촬영, 초음파 검사, 장 내시경, 컴퓨터단층촬영술(CT)까지 받는다. 필요하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받을 수도 있다.

요즘은 암 같은 질병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건강검진 중의 다양한 검사가 어떤 원리로 이뤄지고 또 검사를 통해 어떤 질병을 알아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X선, CT, MRI 장비는 인체에 칼을 대지 않고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몸속 사진기'다.

우리 몸은 체온이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것처럼 상당 부분이 자율적으로 조절된다. 외부에서 세균이 침입하거나 체내에 비정상세포가 출현하면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가 이를 공격한다. 감기나 독감 같은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를 쓰는 처방이나 독감이 ‘독한 감기'라는 생각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내 몸의 건강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과학 지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노벨상 휩쓴 인체 투시법

X선, CT, MRI 등의 관련 장비는 모두 몸속 사진기인 동시에 전부 노벨상을 받은 업적이다.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한 덕분에 1901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으며, 미국의 앨런 코맥과 영국의 고드프리 하운스필드는 CT를 개발한 업적으로 197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MRI 장비 개발에 공헌한 미국의 폴 로터버와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는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X선은 뢴트겐이 진공방전관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뢴트겐은 X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X선으로 자기 아내의 손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의사들은 X선으로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뼈뿐만 아니라 몸의 각 부분에서 X선이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 내부 장기들의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X선은 골절, 결핵, 폐렴 등을 진단하는 데 쓰였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의 가슴, 팔, 다리 등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우면서 널리 알려졌다.

CT의 탄생은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발달로 가능했다. CT는 X선을 이용해서 인체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인체 단면에 X선을 투과시킬 때 조직마다 X선을 다르게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CT는 인체 주위로 360°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김밥을 썰 듯 몸속 단면을 차례대로 찍는데, X선이 투과된 정도를 컴퓨터로 분석해 인체 단면을 자세히 보여 준다.

 

MRI는 자기공명이란 복잡한 방법을 동원한다. 즉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에 든 수소원자핵(양성자)이 일으키는 자기공명을 이용한다. MRI 장치의 강력한 자기장 속에 누워 있는 인체에 특정 고주파를 순간적으로 쏘면 조직의 수소원자핵이 고주파를 흡수해 공명을 일으키고, 고주파를 끊으면 수소원자핵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를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인체 조직마다, 세포의 정상 여부에 따라 나오는 에너지가 다르다.

MRI는 CT에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뼈 속과 뼈 주위 조직을 잘 볼 수 있어 뇌나 척수 같은 신경계 관련 질병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또 암이나 염증을 알아낼 때에도 MRI가 유리하다. 하지만 MRI는 CT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길어 폐나 위처럼 움직이는 장기를 찍기는 힘들다.


독감 원인은 인플루엔자, 감기 바이러스는 100여 종

현재 인간의 평균 수명은 300년 전에 비해 네 배 정도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5세이고, 18세기 말 인류의 평균 수명은 약 스무 살로 추정된다. 300년 전 산업혁명 때 사람들은 하루 열다섯 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렸고 위생상태도 나빠,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백신과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수명이 대폭 늘었다. 박테리아(세균)는 항생제가, 바이러스는 백신이 각각 처리했기 때문이다.

노약자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독감 예방주사(백신)를 많이 맞는다. 사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감기와 독감은 증상을 비교하면 감기보다 독감이 더 독한 것은 사실이지만, 두 질환은 감염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서로 다르다. 감기는 원인 바이러스가 리노바이러스(코감기), 아데노바이러스(목감기) 등 100여 종이 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특정 바이러스 한 종이 원인이다.

바이러스 한 종이라고 독감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세계적으로 유행한 독감 가운데 1918~1920년에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최소 4,000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1968~1969년에 출현한 홍콩독감에는 100만 명가량이 사망했다. 어린이나 노인은 독감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독감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심한 ‘카멜레온'이라 해마다 조금씩 유전자형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출현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해 올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측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리해 수정란에 주입한 뒤 필요한 항체를 얻고 이를 정제해 백신을 만든다. 이렇게 개발된 백신을 접종하면 70~90%는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해마다 다른 백신을 사용하므로 작년에 만든 백신은 올해 못 쓰고 매년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 또 백신 개발 과정에서 수정란을 쓰기 때문에 달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안 된다.

현대 의학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독감처럼 감기도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 사람 몸은 한 번 겪은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가 워낙 많다 보니 감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평소 몸의 면역력을 튼튼히 유지하는 것만이 예방책인 셈이다.


항생제에 내성 있는 슈퍼세균 예방법

감기는 원인이 박테리아가 아니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 않는다. 한때 국내 병원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된 뒤 단순한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종합감기약에는 항생제가 없다. 감기의 합병증으로 세균성 편도선염이나 폐렴 같은 염증이 생겼을 때만 항생제가 효력을 발휘하고, 단순한 감기는 충분히 쉬면 낫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항생제는 곰팡이나 세균이 만드는 화학물질 중에서 다른 세균을 죽게 만드는 물질이다. 항생제의 선두주자인 페니실린은 80년 전 우연히 발견됐다. 1928년 9월 여름휴가를 다녀온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깜짝 놀랐다. 실수로 샬레 뚜껑을 덮지 않았는데, 곰팡이가 잔뜩 피어 샬레에 있던 포도상구균이 모두 죽어 있었기 때문.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을 물리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세균(박테리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페니실린의 약발이 듣지 않는 강력한 세균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까지 출현했다.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이런 균들은 인류의 큰 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약자들에게 장티푸스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70%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가장 높아 문제다. 심지어 국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서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항생제의 역사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와 이를 쫓는 새로운 항생제와의 싸움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슈퍼박테리아를 물리칠 수 있는 슈퍼항생제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평소 외출하고 난 뒤 손만 잘 씻어도 세균 감염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까지 예방할 수 있다. 손등, 손가락 사이, 손의 주름, 엄지와 검지 사이, 손톱, 손바닥까지 꼼꼼히 씻어야 한다.


- 이충환 /
<과학동아> 부편집장.
서울대 대학원에서 천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과학기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과학언론 전공)을 수료했다. 1999년부터 과학전문기자 활동을 시작했으며 옮긴 책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성이론>, <빛의 제국>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블랙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