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인터뷰] 에미레이트항공 이상진 한국지사장 /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준비하라 | |
최근 들어 대통령부터 중소기업 CEO까지 두바이의 혁신과 리더십을 배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두바이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동의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두바이가 국가명인지 도시명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2005년 인천-두바이 노선을 취항한 에미레이트항공의 인지도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제 두바이는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람에게도 꼭 가 봐야 할 여행지로 꼽히고 있고, 에미레이트항공의 인천-두바이 노선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뒤에 이 사람, 에미레이트항공 이상진 한국지사장이 있다. 후발주자일수록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에 대해 아는 것은, 1970~80년대 건설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이 파견되어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곳이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북미나 유럽에 비해 덜 알려지고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두려운 생각이 드는 지역이기도 했지요. 게다가 최근에는 일련의 테러가 일어난 곳이기도 했으니…. 고객들에게 저희 항공사와 노선을 알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중동 지역을 안전한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때문에 이상진 지사장은 두바이의 명소로 떠오른 버즈 알 아랍·팜 주메이라 등을 알림으로써 두바이가 매력적인 도시임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두바이나 중동 지역에 대한 관심만 고조되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이 지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은 유럽·북미 노선 등에 비해 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노선의 희소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서비스로도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취항한 것은 2005년 5월 1일. 국내에 취항하자마자 매일 1회씩 두바이 직항 노선을 운행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의 어려운 여건에서 어느 항공사도 취하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한 기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1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 등 모든 좌석에 업계 최대 크기의 개인별 스크린을 설치하여 최신 개봉영화와 고전영화는 물론 국가별 인기가요를 즐길 수 있게 했으며, 업계 최초로 기내에서 휴대폰 상용화를 시도했다. 이른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춘 것이다. 이 지사장은 여기에 ‘소프트웨어' 즉 ‘포장의 기술'을 발휘했다. 기내 김치 서비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 장기간 해외 출장이나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꼭 먹고 싶은 음식 1위에 꼽은 것과는 달리, 포장과 운반의 어려움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편에는 김치가 없다는 것에 착안한 발상이었다. 이 지사장은 두바이 현지에서 직접 김치를 담게 했다. 이 작은 노력은 서비스의 차이를 만들고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고객들이 “그 항공사는 김치까지 주더라”는 입소문을 낼 것이라는 것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한국과 두바이의 관계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게다가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는 첫 출항 이후 매년 지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실적 덕분에, 그는 한국 진출 3년 만에 세계 60여 개국 100여 도시에 퍼져 있는 다른 지사를 제치고 전 세계 에미레이트항공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이크 아흐메드 에미레이트그룹 회장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상진 지사장이 항공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사실 우연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의 전공은 전자공학. 전자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던 때라, 전자공학도로서의 비전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분야는 변화도 빨랐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하니 입대 전 그가 배웠던 전공지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더구나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노스웨스트항공에서 파견 직원을 구한다고 했다. 정식 직원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더구나 노스웨스트항공은 주 5일 근무에 월급도 다른 곳보다 많았다. 1984년 노스웨스트항공 파견 직원, 그것이 그의 출발이었다.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영어 때문이었다. 출근 첫날, 옆 부서에 걸려 온 전화를 우연히 받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음날부터 매일 영자신문을 읽고 영어 원서를 외우는 데 집중했다.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견 직원 1년 만에 정식 직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 후 그는 노스웨스트항공에서 20여 년을 재직하는 동안 인천공항 개항 프로젝트틀 진행하는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취항을 검토하는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이 지사장은 “즐기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그때 일을 회고한다. 그때 자신이 단순히 업무에 필요해서 영어를 공부했다면, 누가 시키는 일만 했더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업무에도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이 지사장의 생각. 업무에 지쳐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머리 아파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즐겁게 해결할 것인지부터 생각하세요. 그러다 보면 문제는 생각 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하긴. 고민을 집어던지고 휴식을 취할 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때가 있지 않던가. 이상진 지사장은 요즘처럼 침체된 경기흐름에 휩쓸리다 보면 도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눈앞의 문제에 급급하다 미래를 위한 포석을 놓는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모두들 자신의 밥그릇만 지키기 위해 급급하지만, 막상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미래를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옥석이 가려집니다. 10년 전의 외환위기를 통해 이미 그것을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이든, 이미 사회적 위치가 있는 기성세대든 간에 미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는 그 방법 중의 하나로, 독서와 신문 읽기를 습관화하는 것을 꼽았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아 미래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경우, 바쁘면 처음부터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자신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의 경우 제목만이라도 읽는 것이 좋단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를 보는 시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막에 물길을 내고 50도 가까운 여름 날씨에 스키를 즐기며 야자수와 같은 인공 섬을 만드는 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석유가 고갈된 이후에도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펴 보자는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두바이를 만들었습니다. 두바이처럼 리더는 그룹에 대한 부담 없는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그래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작은 파도를 여러 번 넘다 보면 큰 파도는 수월하게 넘을 수 있다”며 “어떤 것이 자신에게 기회가 될지 알 수 없으므로, 먼저 적극적으로 욕심을 내야 하고, 또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래서 더 팀원이나 직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혈연·학벌·연공서열 등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런 것에 얽매이는 순간 이미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을 뽑을 때도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성이 있는 사람'인가를 살핀다. 단순히 머리만 좋고 획일화된 사람은 죽은 조직을 만들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기, 어쩌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줄 만큼 창대한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상진 지사장. 힘든 시기를 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는 영웅들의 삶에 대한 책을 읽으라며 말을 맺었다. “<나폴레옹>이나 <대망> 같은 책은 고난을 딛고 꿋꿋이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고, 어려운 일상을 이겨 낼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비전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는 삶, 여러분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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