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가정의 품질경영(아내의 회갑 날 이침에)

南塘 2022. 2. 22. 09:36

  캘리포니아 아침은 한국의 가을하늘처럼 맑고 밝다. 오늘은 아내의 회갑 날이다. 요즘은 회갑연의 상을 차리지 않는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늘어난 탓이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축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역경을 딛고 살아온 날과 오늘의 건강한 모습을 축하할 일이다. 부부(夫婦)란 서로 혼인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부부(夫婦)는 전생에서 700번의 인연을 엮어야 부부가 된다고 한다. 부부의 연()을 맺으면 70년에서 90년을 함께 살아가게 된다.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존중이다. 이것이 부족하면 파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아내를 삼성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고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일구어 살아왔다. 우리부부는 태어난 곳, 성장과정과 가정환경 등()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자연 동화(同化)되어 이제는 말과 행동이 같아졌고 생각과 얼굴까지 똑같아 졌다. 깊은 산속에서 희귀하게 만나는 연리지(連理枝)같다. 필자의 심장은 이내를 처음만난 스물다섯 청년의 심장이다. 표현과 열정이 다소 부족하다라도 아내에 대한 감성과 사랑은 처음과 똑같이 일편단심이다.

 

  부부의 신뢰와 존중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매우 감동받은 사례가 있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자신의 아내 도린케어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당신은 곧 82살이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58년이 됐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런 아내가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자 모든 활동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20년을 보살폈다. 그리고 그가 한말은 우리는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함께하자고 했지요.”(앵커의 시선) “앙드레 고르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훔친다. 이와 같은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한국에도 있다. 한국문학의 큰 별 미당 서정주 시인의 경우도 내 아내라는 시에서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냄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참으로 아름답고 순고한 부부의 사랑 노래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이 부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노래로 표현한다. 그러나 완전체의 부부는 얼마나 될까? 부부는 희생과 사랑이 융합되어 하나가 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다. 2020년 서울시 이혼통계에 따르면 전체 16282쌍 가운데 황혼이혼(30년 이상 부부)3360쌍으로 20.6%를 점유한다. 필자가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의 품질경영에 관한 강의 내용이다. “20대 새 신부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목 빼고 기다린다. 보고 싶고 사랑이 넘쳐 서이다. 30대 아이를 둔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언제쯤 귀가 할 것이냐는 것이다. 빨리 귀가하여 아이들과 집안일을 도우라는 거다. 40대 여성은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건다. 나 오늘 외출하니 차려 놓은 저녁식사를 혼자 하라는 것이다. 이유는 여고동창과 대학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거다. 50대의 사모님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오늘 곰국 끓여 놓을 거다. 라고 말한다. 남편은 익숙해져서 알았다고 한다. 아내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 친정 또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것이다. 60대의 초보할머니가 은퇴한 남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여보! 우리 살아 볼 만큼 살았으나 이혼 합시다. 돈 버는 기계의 역할이 끝나고, 불편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하여 재산을 분할하고 남은 인생을 즐겨 볼 생각이다. 70대의 노 할머니는 어느 날 기력도 없는 할아버지에게 등산을 가자고 한다. 심한 말로 벼랑에서 밀어 버릴 생각이다. 자신의 삶에 장애가 되고 필요한 돈은 보험금으로 받기 위해서이다.” 이런 연유로 일본의 퇴직남편들은 생존법이 있다. 1. 집안을 배운다. 2.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고맙다고 말한다. 3. 아내의 눈을 보면 이름을 부른다. 가정의 품질경영은 관심부터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가! 아내는 남편이 어떤 마음이고 무엇이 필요하며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뢰와 존중은 양보에서부터 시작된다. 양보는 가정의 품질경영의 핵심이다. 우리는 황혼이혼 20%에는 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부부일까? 낱말을 설명하고 맞추는 TV의 프로그램에서 천생여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할머니의 대답은 단순명료 했다. “웬수당황한 할아버지는 손가락 넷을 폐 보이며 아니 네 글자할머니의 대답은 평생웬수이었다. 정말 평생원수였을까? 아니다. 대답에는 밉고 곱은 인생길에서 걸음의 속도를 한발 한발 오십년 이상을 맞춰 온 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그래서 부부의 삶은 웬수갚는 일이다. 웬수의 의미는 빚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여생을 아내에게 지은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한다. 단테의 신곡을 빌어 본다면 결혼은 천국과 연옥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지옥까지 가는 부부관계가 되면 곤란하다.

 

  일본에서 노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 사망위험에서 남편이 있는 아내가 사망할 확률은 남편이 없는 것에 2배가 높다, 아내가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의 사망확률은 0.5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종합보건협회 2007) 아내가 남편보다 일상생활의 압박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부부의 사랑은 주름살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3주는 탐색하고 3개월은 사랑하고 3년은 싸우고 30년은 참고 견딘다고 한다. 그래서 늙은 아내에게 영감이 좋아? 아들이 좋아? 물어 보면 늙어도 영감이 좋아는 대답이 돌아온다. 세상에 소문난 악처의 남편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자식보다 악처(惡妻)가 낫다.” 어느 노래가사에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은 정()”이라 했다. 살아 온 생은 사랑으로 살았다면 살아갈 남은 생은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즈음 들어 부쩍 아내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다. 혹여 필자 먼저 가게 되면 누가 아내를 건사할까? 결혼하면서 아내에게 약속한 초년고생 외에는 큰 고생하지 않고 살았다. 늙어서 고생하면 인생은 실패하는 거다. 늙어서 행복해야 인생은 성공하는 거다. 필자는 소원이 있다. 하나님이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세상 떠나는 그날까지 아내의 손잡고 살게 해 주십시오.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