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봄이 오는 새벽에

南塘 2021. 5. 16. 08:38

글 : 공학박사 이동한   

 

잠에서 막 깨어나려는 도시(都市)는 새로운 탄생이 시작되는 새벽 산책길을 다여 왔다. 나는 매일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을 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상례를 지며오고 있다. 새벽어둠을 뚫고 화서와 서둔 뜰을 지나 서울로 달려가는 전동열차의 철길 바퀴 부딪는 소리의 정감이 좋은 날이다. 그런 새벽 서호 저수지 잔잔한 물결을 만드는 봄을 생각한다. 우리는 해마다 봄이 오는 입춘 길목에서 서성인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는 모든 것을 비워 계절은 공간과 시간이었다. 텅텅 빈 공복의 가슴에 무엇이든 채워야 한다.

 

따뜻한 이불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낡은 책상위에 줄 없는 회색노트 위에 계획을 써본다. 무엇을 할까? 어떤 일을 해볼까? 힘들지 않을까? 어렵지 않을까? 누가 도와줄까? 결과는 어떨까? 오만가지 생각에 잠겼다. 이 평범함에는 예외가 없다. 그런 마음으로 새벽 산길을 걸었다. 소나무 바위틈에서 받는 약수와 같이 깨끗한 물과 같은 마음이 쌓인다. 세인(世人)은 어린 날부터 마음과 몸에 배어있는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감사하는 생활로 새 봄에는 더욱 참다운 세상의 업()을 쌓아 갈 것이다. 그것은 봄의 따뜻함으로 한해 생활을 더욱 값진 파노라마로 연출하겠다는 직장인으로서 의지가 담겨진 의로운 삶의 정진이 될 것이다. 나는 가정을 이룬지 두 달 남짓 되었다. 기쁨마음의 이야기를 가장 평범하게 둥글고 귀여운 아내에게 들려주면 나의 반쪽도 참다운 미소를 지니고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겨울 차가운 동장군의 시련을 이겨낸 나무들의 가지는 물든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이밥나무는 하얀 꽃으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거리를 나설 것이다. 그 행복한 오월을 기다리는 서재의 시계는 일곱 시를 알린다. 출근을 할 시간이다.

 

(참 못쓴 글이다. 필자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다. 천리의 길도 한 거름부터이다. 충청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35년이 지난 지금 읽어 보는 필자도 문장의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1987.2.1.

 

(삼성전자 2월 사보에 실린 산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