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갸륵한 거동에 대하여

南塘 2021. 5. 15. 07:31

시인(詩人) () 박지견 (실음 공학박사 이동한)

 

 

어떤 잘 사는 집 온실 안 값비싼 화분에 심겨 자라는 희귀한 꽃은 모든 사람들에게서 까닭도 없는 칭송을 받는다. 그것이 어째서 좋은지 물을 필요도 없이 그저 눈감고 좋단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좋은 것도 없는 것을......., 값이 많다니까 좋고, 그런 것이 얼마 없다니까 좋고, 남이 입을 벌리고 좋다니까 좋단다. 그 꽃을 따지고 무엇이 좋은가 하면 대답이 막힐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들에 핀 싱싱하고 향기로운 이름 모를 꽃은 수쩨 보려고도 안 하고 설사 본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값어치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참으로 우습고 딱한 일이 아닌가! 여기 어려운 처지에서도 미더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정성스럽게 배우고 살려는 청소년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어 진실을 배우는 틈틈이 진실한 생각을 꾸밈없는 목소리로 엮어 몰은 노래를 저들의 그림을 곁드려 시화전을 연다기에 문득 어린 시절 고향의 산천에서 보았던 그 꽃들인 듯싶어 그 향기인 것 같아 온실 안에 갈무린 값비싼 꽃보다 훨씬 반갑고 다정하게 느껴져 이글을 붙여 그 갸륵함을 기리고 싶을 따름이다.

 

1981.1.30.

 

참조) “갸륵한 거동에 대하여글은 필자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 주신 시인(詩人) () 박지견 선생님의 글을 기록했다.

 

박지견 선생님 : 박지견(朴持堅)[1923~2004]은 호는 기호(豈乎)이며, 황해도 신계에서 태어났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34년간 중등 교사로 근무한 뒤 정년퇴직하였다.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제천에 터를 잡았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1976년 제천문학회를 창립하고 13년 동안 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제천지부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천지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제천 문학의 형성에 지대한 공을 끼쳤다. 박지견은 용모와 차림이 유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뿔테 안경 너머로 비치는 예리한 눈빛과 콧수염, 파이프와 베레모는 박지견을 규정짓는 요소라는 평을 들었다. 철저한 차림을 고집하였던 것처럼 성품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학생의 태도가 좋지 않거나 수업 태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여지없이 매서운 꾸중을 하였다고 한다.

시집 『청동경』[1984], 『깜부기』[1994], 『도 아니면 개』[1994], 『언제 다시』[2003] 등이 있다.

상훈과 추모 : 1990년 충청북도 문화상과 1992년 제천시 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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