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경에 이야기다. 필자가 근무하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모니터)와 영상사업부가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된 후 6개월이 지난 경에 실제 사례이다. 두 개 사업부는 LCD 기반으로 영상매체 디스플레이 제품을 제조하여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미션이 동일하여 시너지를 위한 합병되었다. 중복되는 부서가 많았다. 필자의 서비스 자재파트는 디스플레이 사업부 15명, 영상사업부 20명 총 35명으로 합병되었다. 중복업무도 있었지만 제품이 다른 관계로 일정기간 각기 제품에 관하여 업무를 수행했다. 약 6개월이 지난 후에 중복업무 담당자와 부품별 담당자 지정하고 조직을 일체화 했다. 물리적 합병이 아니라 화학적 합치를 이룬 것이다.
필자는 통합 파트장이 되었다. 필자가 조직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는 사람이다. 정직한 사람이다.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일은 기본이며 사람우선의 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습조직이다. 시장의 환경변화와 더불어 기업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변화되는 것이다. 정보화, 국제화가 되지 않는 조직은 스스로 도태된다. 조직원 전체에 자기개발과 학습중심의 역량강화를 중요한 인자로 생각하고 실천했다. 셋째는 담당자는 스스로 프로가 되어야 한다, 분야에 최고가 되어야 한다. 스피드하며 차별화된 일처리다. 넷째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다. 업적평가는 공정하게 성과중심으로 처리했다. 네 개 원칙으로 일하는데 있어 서비스업무 최고 목적은 고객만족이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목요일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광주 서비스센터 자재실장이다. 2주전 쯤 삼성전자 서비스주식회사 주관 전국자재실장 특강 때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지원요청을 주셨던 실장으로 기억된다. 전화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라도 광주에 신혼부부 집에 32인치 삼성전자 파브(PAVV) LN32C450 제품의 액정불량이 발생하여 서비스 요청이 되었다. 내용인즉 세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문구 칼로 액정을 그었다는 것이다. 고객과실이다. 자재비와 수리비 모두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당시 32인치 LCD Panel 가격은 백만원에 근접해 있었다. 제품가격과도 차이가 없다. 제품을 구입한지 채 3주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려운 살림을 꾸린 신호부부라고 한다. 고객의 애로를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다.] “담당자 보고는 원칙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이런 경우면 삼성전자에서 어떻게 처리해 주기를 바라겠느냐? 대답을 못한다. “김 주임 자재(LCD Panel)는 본사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주고 소비자는 수리비를 부담해서 처리하도록 메모 보도서”를 올리라 했다. 회사의 자산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에서 일백만원 보다 고객한분이 더 중요하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광주 서비스센터 자재실장에게 처리방침을 전달하고 서비스를 성심성의 것 해 달라고 부탁했다.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 메일을 받았다. 하나의 케이스는 정리되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광주시 주소의 소포가 하나 배달되었다. 수신자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글로벌CS팀 서비스자재파트 이동한 과장님 귀하”이다. 무엇일까? 담당자에게 열어 보라고 했다. “과장님 종이 소주 팩 2상자입니다” 그리고 손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세 살 아들이 LCD Panel 불량을 낸 케이스의 고객님이었다. 편지를 받는 읽는 순간 필자가 더 고마웠다. 내용은 이렇다. [광주 서비스센터로부터 과장님의 조치내용을 전해 들었습니다. 꿈에 들떠 구입한 LCD TV 예기치 않은 고장에 마음을 실어 서비스를 해 주신점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영원한 삼성전자의 가족이 되겠습니다]. 편지와 물품을 그룹장께 보고했다. 고객이 보내준 소주는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성의이고 가격이 5만원을 넘기지 않으니 회식할 때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삼성에서 근무하면서 체질화 된 것이 있다면 철저한 부정과 부패의 방지 활동이다. 부정이라는 것은 누구에게 금품을 받는 것만이 아니다. 업무처리에서도 부정은 존재한다. 프로세스와 기준 그리고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업무의 결정권한을 초과한 의사결정에 의한 조직의 피해는 부정에 속한다. 부패는 부정과의 차이는 있으나 개념은 직무와 관련하여 공식적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일. 횡령, 뇌물 수수, 직권의 남용 및 오용 따위가 있다. 기업에서 업무를 하면서 거래처로부터 커피한잔이라도 받아 마시면 안 된다. 바늘 도독이 소도독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커피한잔으로 시작하여 다음에는 식사 한번으로 다음에는 고급주점에서 술대접으로 그다음은 골프장에서 접대로 이어져 성상납 또는 재산증식에 이르게 되는 부정과 부패의 습성이다. 누구에게 거래처에게 작든 크든 받으면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보답의 결과로 가격을 깎아주고 품질을 눈감아 주게 됨으로 부실한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 피해는 고객에게 전가 되는 것이다. 피해의 끝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돌아간다. 뉴스를 통해 종종 보도되는 불량부품의 납품으로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침몰하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보았을 것이다.
필자가 코텍(주) 품질본부장으로 근무할 때이다. 근무를 시작하고 첫해이다. 추석 며칠 전(前) 사무실 직원들 책상에 작은 박스 떡이 한 박스씩 놓여 있다. 필자의 책에도 예외는 아니다. 비서에게 물어 보니 납품하는 거래업체에서 해마다 명절 전에 가져 온다는 것이다. “뭐 라하고” 할 말을 잃었다. 그 동안 이러한 행위를 경영지원에서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파트장 이상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고참 부장부터 신문을 했다, 관행이라는 것이다. 미덕이라는 것이다. “팀장, 파트장님들 이거 말이 됩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이어 부정과 부패에 관한 성명과 기준을 설명했다. 들어 온 물품을 모두 보고하라고 했다. 수수된 물품목록을 정리하여 경영지원본부에 보내고 모두 돌려주라 했다. 거래처와 협력사 대표 또는 사장들이 회수해 가라 했다. 이 시각 이후부터는 품질경영본부에서는 “거래처와 협력사로부터 받지도 주지도 않는다.” 프랭카드 설치와 전직원 교육을 실시했다. 앞으로 거래처로부터 커피한잔이라도 받아 마시는 직원은 책임을 물을 것이다. 거래처에 출장을 나가면 얻어먹지 말고 사주고 오라 했다. 영수증 처리는 100%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중식시간과 석식시간 전후하여 출장을 금지 시켜다. 관행을 깨는 것, 바꾸는 것, 새롭게 하는 것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른다. 극복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은 “과장님 종이 소주 팩 2상자입니다” 사연과 기업에서 부정과 부패에 관하여 스토리를 엮어 보았다. 필자는 본 주제 외에도 고객들로부터 많은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기업이 고객을 최고로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고객을 잃으면 끔직한 결과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2021.1.28
참고) 본 산문은 2010년7월20일 필자 일기를 근거로 기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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