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상생으로 가치 창출 / ‘상생(相生) 벨트’ 없이는 지속 성장 어렵다

南塘 2009. 4. 27. 15:19

[생산성 향상] ⑤상생으로 가치 창출 / ‘상생(相生) 벨트’ 없이는 지속 성장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성장을 위한 과제로 ‘상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완제품업체와 부품업체의 협력은 물론 정부와 학계, 개별 인력까지 아우르는 ‘상생 벨트' 구축이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갈 수는 없다

기업 간 상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국가 간 혹은 기업 간에 치러졌던 경쟁 구도가 ‘협력 네트워크' 싸움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 및 가전업계는 부품업체와 협력업체의 연결고리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어느 한 연결고리만 문제가 생겨도 제품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상생에 나서야 하는 경제적 배경과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세계 각국은 주요 교역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한 각국과 협상을 마무리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활발한 수·출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의 도전에 맞서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협력 움직임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생존을 위해' 경쟁사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제휴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대만과 일본 반도체 기업을 아우르는 통합 및 전략적 제휴 움직임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국내 기업도 협력업체와의 상생 관계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품수급 및 완제품 생산 단계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던 기존 관행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어느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시급하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 11만 7,000여 곳 중 납품기업은 60%에 달한다.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중소 제조업체 열 곳 중 여섯 곳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수요 위축으로 대기업의 경영 구조도 악화되면서 그 피해가 중소 납품기업으로 전가되는 2차, 3차 피해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문을 닫은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1,18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배운다. ‘교토식 경영'

지난해 우리나라를 상대로 32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은 적극적인 상생 및 협력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교토식 경영>의 저자인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는 일본 기업 경쟁력의 원천을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데서 찾는다. 생산, 홍보, 마케팅 등 기업이 활동하는 전 분야의 참여 주체들이 협력하는 관계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협력 관계 속에서 어느 한 기업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광학기기 및 사무자동화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 신화를 일궈 낸 캐논(Cannon)도 무수한 협력사들과의 상생 협력이 기반이 됐다. 이치가와 준지 캐논 전무는 지난해 한국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국제 컨퍼런스'에서 캐논과 협력업체가 모두 성공하려면 적기에 잘 팔리는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수요 부품의 제조라인 공급과 완제품의 시장 공급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필요한 시점에 즉시(JIT; Just in Time) 납품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지원을 하는 것이 캐논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기업들도 적극 나서… 삼성전자의 상생 의지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와의 상생 관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경영컨설팅에 나선다고 밝혔다. 협력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재무·개발·제조·혁신 등의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 임원들이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컨설팅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가 삼성전자와 협력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 지원에 초점을 맞추던 협력사와의 상생 관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함께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글로벌 전자업체로 부상하며 쌓은 경영 시스템과 경험을 협력사 전반에 이식해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협력업체들도 국내에선 아직까지 구두선에 머물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 관계가 실질적인 관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갖추기 힘든 경영관리 및 경영혁신에 대한 삼성전자의 앞선 시스템을 전파해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기업의 노력에만 기대는 것은 진정한 상생 관계 정착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많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상생의 기본 틀은 모회사와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경쟁력이 뒤처지면 진정한 상생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협력업체들도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양종석 /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