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비용절감] 어렵다고 구내식당 메뉴부터 줄일까? | |
끝을 알 수 없는 불황기에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비용절감은 단순한 절약 차원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전략적 비용절감은 무차별적으로 지출을 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비용을 줄이거나 통제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쟁역량 강화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전략적 비용절감의 필요성과 다양한 전략적 비용절감 사례 및 시사점을 짚어 본다. 먼저 비용절감이 왜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불황, 그리고 비용절감 2008년 이후 국내외 기업에 불어 닥친 삭풍은 매서웠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불황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실적 악화는 물론 파산기업까지 속출하는 등 많은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위태롭게 서 있다. 원가상승, 가격경쟁 격화, 자금시장 경색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익성 개선, 현금 확보가 기업경영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업종과 규모를 막론하고 사업을 매각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비용절감 전쟁 중이다. 중요한 사실은 기존의 비용절감 노력이 실행하기 쉽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별 상황이나 전사전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특정 부문의 절감에 집착하거나, 캠페인성 활동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자체에 자족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얼마 전 노키아는 직원식당 메뉴에서 팬케이크의 휘핑크림을 치우거나, 청소용역을 줄이는 단기적 비용절감 안으로 종업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었다. 근시안적인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하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2001년~2003년 미국 자동차 빅3가 인력 감축을 통해 불황을 넘겼지만 체질 개선에는 실패하면서 2008년 다시 위기에 봉착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비용절감 노력이 전사전략과 불합치하여 지속성을 갖지 못하거나 낭비의 근본적인 원인을 방치하여 ‘요요현상'을 초래했던 다른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불황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 기업들은 비용절감 문제를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불황기에 특히 빠지기 쉬운 단기적 극약처방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차별적인 삭감을 지양하는 전략적이며 시스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른바 ‘전략적 비용절감‘이다. ‘전략적 비용절감'이란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통제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쟁 포지션 강화까지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즉, 투입의 최소화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투입과 산출을 함께 고려해 생산성 및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절감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하버드대의 굴라티(Gulati) 교수와 노리아(Nohria) 교수는 불황기 R&D 비용절감을 위한 전략으로 ‘4-4-2 접근(폐기 4개, 유지 4개, 투자확대 2개)'을 제시하면서 단기적 시각에서의 무조건적인 축소 지향을 경계했으며 그 밖의 많은 연구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전략적 비용절감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불황기 전략을 종합해 보면, 전략적 비용절감은 일반적으로 1) 기업의 전략 목표와 부합하고, 2) 중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갖는, 3) 전사적인 수준의 비용절감을 지향하는 것이다.
전략적 비용절감의 범위는 흔히, 지금까지 주요 비용절감의 핵심 타깃이었던 관리 및 운영뿐 아니라 사업의 방식, 인력 및 조직, 프로세스 등 폭넓은 부문을 망라한다. 사업방식에서의 전략적 비용절감이 중요한 이유는 전사전략에 부합하면서 경쟁력 강화와 연결될 수 있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수익창출 구조의 재설계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비용 구조'라는 가장 본질적 부분에 대한 개선은 실행의 난이도가 높은 반면, 개선 효과가 크고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업방식의 근본적 변화만이 아니라 간단히 가치사슬의 변화를 주거나 타사와의 제휴를 통해 서로의 역량을 교환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던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인력 및 조직 역시 전략적 비용절감에서 매우 중요한 부문이다. 불황기는 평소에 실행하기 어려웠던 조직 및 인력의 전략적 재배치를 단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과거 불황기 인력구조조정이 불황기 이후 충성도 약화, 우수 인재 이탈 등의 부작용으로 연결되었다는 경험을 직시하고 미래의 인적자원 최적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프로세스 혁신도 한번 정착되면 불황기를 넘어 호황기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전히 효과가 높은 부문이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 이후 프로세스 혁신의 열풍이 수그러들면서 다소 느슨해진 효율성 개선 분위기를 다시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 혁신이 전사 차원이 아니라 부분최적화에 그침에 따라 이후 전체 프로세스에 녹아들어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본래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이 빈번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간 비용절감의 주요 대상이었던 일상적 관리나 운영부문에서도 에너지 효율, 공간관리, 조세관리 및 회계 측면에서의 혁신 노력을 통해서 비용절감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효과를 얻은 사례도 많다.
최근의 경영환경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중요한 가치를 희생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단기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불황이라는 위기상황이 오히려 조직과 운영체계를 재정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비용절감 프로그램이 전사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자사의 전략과 현재의 비용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 이후 비용절감의 목표 설정,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의 우선순위 선정, 이행 및 모니터링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편, 극단적인 비용절감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가치가 손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기업가치 훼손은 결국 경쟁력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의 보존은 성공적인 비용절감을 위한 변화관리의 필수요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 정태수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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