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연출하라/ 품위는 살리고, 고루한 격식은 버리고

南塘 2008. 11. 20. 17:28

[비즈니스 캐주얼 2편]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연출하라/ 품위는 살리고, 고루한 격식은 버리고 
  

다음 주는 또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바뀐 드레스코드로 일요일 저녁을 고민으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비즈니스 캐주얼의 무한한 변신을 즐길 것인가? 스타일과 옷차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면 비즈니스 캐주얼의 범위는 보다 풍부해지고, 우리의 삶도 즐거워진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잘 입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화·수·목·금요일을 모두 입어도 될 만큼 재킷을 많이 구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정된 재킷만으로도 셔츠나 바지에 변화를 주면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비단 옷차림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건축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는 모두 감성에서 출발한다. 감성이라고 해서 굳이 갤러리나 예술 잡지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첨단에 서 있는 뮤지션처럼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고, 일상 곳곳에서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들 말이다.

이를테면 오늘 입고 온 우리들의 재킷 색상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의 스타일, 점심 때 마신 커피 전문점의 유니크한 이미지, 그곳에 놓여 있던 신문의 활자 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심장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힘은, 비록 모든 사람이 인식하지는 못할지언정, 강렬하고 다양하며 또 깊게 분포되어 있다.

아이팟을 앞세운 애플이 전 세계 IT 업종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된 이 시대는 더 이상 감성 혹은 스타일이 단순한 겉모습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오히려 감성과 스타일이 한 사람 혹은 기업의 문화와 능력을 동시에 보여 주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올바른 옷차림과 비즈니스 상황을 적절하게 믹스하는 비즈니스 캐주얼은 더욱 중요해진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핵심 요소인 재킷을 처음부터 익숙하게 입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아쉽게도 우리의 한복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고, 전 세계 비즈니스맨의 글로벌 복식인 수트와 재킷은 유럽에서 전해 온 문화이므로 어느 정도는 ‘보고 배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트나 재킷을 일상적으로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모든 남성복과 그것을 까다롭게 입는 법칙을 개발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룰을 철저히 지키는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영국의 복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나름의 개성을 가미하는 데 천재적이었던, 그리하여 지금 전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예술과 문화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면 옷차림을 이해하는 영감이 풍부해진다.

무엇인가를 보는 눈이 있으면, 그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 익숙해지면 유연성이 몸에 붙는 것처럼, 비즈니스 캐주얼은 밀린 방학 숙제보다는 다가올 소풍처럼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놀라운 문화적 혁신임을 기억하자.

 

비즈니스맨이 비즈니스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은 단순히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것은 아니다. 스타일이 훌륭한 비즈니스맨은 브랜드의 명성이나 시대적 트렌드에 맹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고, 자유로운 개성으로 그날의 약속이나 상황, 날씨나 스스로의 기분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이와 직업, 취향과 개성을 막론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품목을 갖추는 것이다. 너무 트렌디하거나 튀는 브랜드나 품목은 사람들 눈에 띄기 쉽고, 그 브랜드를 쉽게 알아보는 특징이 있으므로, 사는 사람들 역시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은 다이아몬드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품위를 잃지 않는 기본적인 클래식 아이템임을 잊지 말자.

 

비즈니스 캐주얼 영역에서 가장 클래식한 필수품은 네이비 블레이저다. 보통 울 소재로 만드는 이 다재다능한 아이템은 1920년대 이후 전 세계 남자들을 사로잡은 클래식한 재킷이다. 단정한 라인이 주는 품위, 현대적이면서도 비즈니스에 적합한 색상, 변화무쌍하게 코디할 수 있는 다양성 때문이다.

네이비 블레이저는 정돈된 셔츠에 타이를 매치하면 품위 있는 비즈니스 정장이 되고, 타이를 풀고 좀 더 가볍고 밝은 색상의 면바지를 입으면 그야말로 비즈니스 캐주얼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다만 모든 남자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블레이저를 입는다면 너무 교복처럼 보이거나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블레이저를 입을 때는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즉, 싱글 재킷이 이미 옷장에 많다면 더블 브레스티드(더블 여밈으로 두 개에서 열 개 정도의 단추가 달린다)의 블레이저를 선택하거나, 전통적인 울 대신에 캐시미어, 실크, 리넨, 혼방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의 변신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테일도 동물의 천연 뿔로 만든 단추도 좋지만 메탈 소재의 단추를 부착해서 남다른 감각을 표현해 보거나, 수트에서 자주 보이는 플랩(뚜껑이 달린 포켓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없는 스타일의 가벼운 포켓을 통해 캐주얼만의 묘미를 살릴 수도 있다.

또한 블레이저와 함께 입는 바지의 컬러를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를테면 품질이 좋은 싱글 블레이저가 한 벌 있고, 세 가지 색상의 바지(기본적으로 그레이, 아이보리, 브라운을 추천한다)와 셔츠(역시 화이트, 블루, 퍼플이 필수다)를 각각 준비한다면 ‘3 x 3 = 9'라는 간단한 곱셈처럼 총 아홉 가지 색다른 비즈니스 캐주얼 룩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블레이저가 싱글, 더블 두 벌이라면 누군가 이 옷들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옵션은 무려 18가지가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재킷을 마련한다면 이제 비즈니스 캐주얼의 실천은 옷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된다. 특히 재킷의 컬러는 본인의 피부 톤을 감안해서 선택하는 것이 옳지만, 일반적 의미에서 네이비 블레이저는 필수 아이템이므로 제일 먼저 갖추는 것이 좋다.

 

블레이저 다음에는 재킷이다.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의 브라운 계열, 신중하지만 질서 있는 아이보리 컬러, 무난했던 수트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 밝은 회색, 그리고 자연을 닮은 그린 중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면서 개성에도 맞는 재킷을 세 가지 정도 마련하면 된다. 재킷의 색상은 무지 혹은 체크라는 옵션도 있으므로 선택의 폭은 아주 넓어질 테지만, 가능하면 그 두 가지 패턴을 적절하게 섞는 것이 다양한 연출에 도움이 된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뼈대를 이루는 재킷을 마련한 후에는 셔츠의 변주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스타일 콤비네이션을 창출해 낼 수 있다. 클래식 수트에는 깃의 각도가 넓고 길이가 긴 셔츠일수록 정통적인 모습에 가깝지만, 재킷과 함께 입는 셔츠는 컬러는 물론 깃의 모양이나 길이까지 유연하게 선택해도 무방하다.

즉, 90도 정도의 각도를 가진 노말 칼라(Collar)의 셔츠도 재킷의 색상에 맞추어 입을 수 있고, 각도가 아주 넓은 셔츠도 타이와 함께 잘 어울리지만, 무엇보다 재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셔츠는 셔츠 깃의 끝을 버튼으로 고정하는 버튼다운 셔츠라고 하겠다.

아직도 비즈니스 캐주얼의 조합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변수는 더 있다. 셔츠를 대신할 수 있는 컬러풀한 스웨터나 피케 셔츠는 어떤가. 수트보다는 전체적으로 좀 더 밝고 화려해지는 바지에 어울리는 수십 가지 다른 색감의 브라운 계열 구두들도 있다.

 

이처럼 네이비 블레이저 외에도 시간을 들여 점진적으로 마련한 세 가지 이상의 충실한 재킷에 실용성과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셔츠와 바지, 구두 등을 각각 갖춘다면 비즈니스맨의 옷차림은 사실 월요일이 수십 번 반복되더라도 걱정이 없다. 보너스로 비즈니스맨에게 중요한 ‘품위 있으면서도 고루한 격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캐주얼에 익숙해지면, 우리 모두의 감성도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장점도 있다.

 

[ Tip. 쉽게 배우는 패션 용어 ]

- 블레이저 : 보통 봄·가을에 입는 상의로 가장 큰 특징은 금장 단추이다.
                       요즘은 은장 단추를 달기도 한다.
- 수트 : 상하의를 같은 소재로 만든 한 벌의 양복.
- 더블 브레스티드 : 더블 여밈으로 두 개에서 열 개 정도의 단추가 달린 상의.
                                      흔히 더블 재킷이라고 부른다.
- 버튼다운 셔츠 : 칼라 끝에 단추가 있는 셔츠.
- 피케 셔츠 : 폴로 셔츠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셔츠.
- 플랩 : 양복 주머니의 덮개를 말한다.


- 남훈 /
제일모직 란스미어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