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2편] ‘상황’을 파악하고 ‘소수’ 전위대와 ‘고착’ 요소를 찾아라! | |
전문직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던 시기 베라 왕은 그들의 지적인 이미지에 걸맞은 디자인의 드레스로 유명세를 타고 오늘과 같은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 최첨단 디지털기기로 여겨지던 MP3플레이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가 높아지던 시기 애플은 아이팟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폭발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베라 왕과 아이팟의 성공이 단지 변화의 시기를 잘 이용한 것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성공을 들어다 보면 티핑 포인트의 세 가지 법칙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라 왕과 아이팟의 성공 사례를 통해 티핑 포인트 성공 전략을 알아보자.
23세에 세계적인 패션 잡지인 <보그(Vogue)>의 편집장이 되어 16년간 패션계의 최고 일선에 있던 베라 왕(Vera Wang). 그녀는 1989년 40세의 나이에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웨딩드레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주로 20대를 겨냥한 소녀 취향의 공주님 패션에 맞춘 듯한, 그녀의 눈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웨딩드레스들 뿐이었다. 그녀와 같은 전문직 여성으로 원숙한 아름다움을 보여 줄 수 있는 웨딩드레스는 찾을 수가 없었다. <보그> 시절부터 행동력 강하기로 유명했던 그녀는 직접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1990년 자신의 웨딩드레스 디자인숍을 차렸다. 결국 그 웨딩드레스숍이 파티용 드레스, 고급 휴양지, 향수, 고급 식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간 베라 왕 제국의 초석이 되었다. 베라 왕은 최초에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직접 시작한 것부터, 현재의 다양한 부분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것까지의 과정을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와 같은 자연스러운 활동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에 자신의 숍을 열 것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만드는 세 가지 법칙(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을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용어상의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베라 왕은 이 법칙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에 맞추어 기획하고,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이다.
먼저 당시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미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었고, 전문직 여성들이 늘어났다. 이들 여성들은 예전과 같은 장식용 웨딩드레스를 거부하고, 자신의 우아함과 사회적 성취를 반영해 줄 수 있는 드레스를 원했다. 그것은 바로 베라 왕 자신도 원했던 것이고, 그녀만이 그러한 드레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베라 왕 디자인의 핵심은 ‘Less is more'다. 실제로 그녀의 의상은 심플한 듯하지만 다른 디자이너와 확연히 구분되는 어느 한 부분, 곧 시선과 기억 속에 ‘고착'시키는 부분이 있다. 베라 왕의 초기 고객 중 한 명인 샤론 스톤의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의상을 보면, 다른 스타들의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먼 흰색 셔츠에 무늬 없는 랩스커트다. 하지만 이 의상은 등에 꽂은 아주 작은 잠자리 모양의 핀과 심플한 디자인 자체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아카데미 레드 카펫 의상 중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1999년 말 미국에서 나름대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골라서, 여덟에서 열 명씩 여섯 그룹을 만들어 집단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에게 여섯 개 전자제품 중 가장 디지털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아날로그스러운 것까지 차례로 나열해 보라고 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특히, 첫 번째의 MP3플레이어는 첨단을 달리는 디지털 제품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MP3플레이어가 시중에 팔리기 시작한 것이 한국과 미국 모두 1998년 하반기이니, 기기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조사를 하면서 제품과 그 기술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했는데, 모든 사람이 테이프나 CD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니(Sony)의 워크맨(Walkman)이 몰고 온 혁명과 같은 변화가 곧 도래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Rio, PSA Play, Nomad, Hip Zip, Rush Expanium, Walkman”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단어들이 함께 묶여 나열되어 있다. 브라질의 도시 이름을 줄여서 얘기하는 듯한 첫 단어 ‘리오(Rio)'와, 제일 끝에 있는 소니의 ‘워크맨(Walkman)' 정도를 제외하고는 별로 눈에 익은 것이 없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 본 사람이 있다면 MP3플레이어, 좀 더 넓게 이야기하면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의 초기 역사에 매우 정통하다고 자부해도 좋다. 이들은 2001년 초 필자가 한 MP3플레이어의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참고한, 당시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던 MP3플레이어의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워크맨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에서 이름조차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1999년 말 MP3플레이어의 미래는 장밋빛으로만 보였고, 10여 개 이상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02년 말까지 미국 내 MP3플레이어 보급률은 전 가정의 8%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03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전체 MP3플레이어 출하량이 200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매출액은 세 배 이상 증가하여 12억 달러에 이르렀다. 2004년의 성장은 그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그 중심에 애플(Apple)의 아이팟(iPod)가 있었다. 애플은 MP3플레이어라는 카테고리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는 시점을 제대로 찾아서 거기에 불을 지피고, 그 결실을 자신들이 독점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2002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음악기기를 이해하고 있었으며, 직접 사용해 보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던 시점이었다. ‘상황' 자체가 무르익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MP3플레이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기능 이상의 감성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기기의 출현을 바라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2002년 미국 가정 내 MP3플레이어 보급률은 8%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은 아이팟 현상을 일으키는 ‘소수' 전위대로서 훌륭한 역할을 담당했다. 기능에만 매달려 있던 기존의 업체들과 확연히 구분된 디자인과 기업 브랜드의 후광이 바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었다. 선연하게 이목을 끌고 인상을 남기는 제품으로, 누구나 들고 다니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고착성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당시 냅스터(Napster)를 둘러 싼 소송과 언론 보도로 인해 소비자들은 디지털 음원을 적법하고 광범위하게 살 수 있는 경로의 출현을 원하고 있었다. 때마침 아이튠(iTune)이 아이팟의 보완재로서 등장하여 함께 어우러지자 엄청난 동반 상승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티핑 포인트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 고객, 그리고 시장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며, 전환점 소위 변곡점이 되는 시점을 찾아야 한다. 베라 왕은 결혼하는 여성들의 인구통계학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MP3플레이어에 대한 고객들의 태도와 욕구 그리고 경쟁사들의 취약점을 파악했기에 아이팟의 성공이 가능했다. < 티핑 포인트 >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경우 의도했는지 여부를 떠나 돌발적 사건이나 작은 변화가 큰 흐름을 몰고 온다면서 ‘상황의 힘'을 거론했다. 그러나 필자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상황'은 보다 거시적으로 나의 제품과 연결하여 결정적인 시점을 찾기 위해 관찰하고 연구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 대한 적확(的確)한 파악이 우선되어야 누가, 어떤 집단이 ‘소수'이지만 대형 삼각파도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될 것인지, 무엇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기억에 남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고착성 요소'가 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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