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재무제표는 크게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로 구분되고 그중에서 대차대조표는 회사의 재산 규모를 알려 주는 중요한 재무제표이다. 대차대조표에서 중요한 항목은 자산, 부채, 자본이고 이 중에서 자산의 개념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산은 미래 가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계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자산, 부채, 자본, 이 세 항목을 볼 때 꼭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알고 나면 대차대조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회계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가계부를 생각하자. 회계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은 가계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에 회계가 있듯이 가정에서도 가계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외로 가계부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복잡하고 재미없는 가계부를 쓰기 때문에 한두 번 쓰다가 그만두는 것이다.
보통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기업에서는 손익계산서라고 함)는 항목이 많아서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쓰고 나서도 한 달의 수입과 지출 내역만 알 수 있을 뿐 이보다 더 중요한 나의 재산 내역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다. 가계부는 내가 얼마나 재산을 모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못하므로 돈 모으는 재미를 느끼기 힘든 것이다.
가계부는 철저하게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 balance sheet) 형식으로 써야 한다. 대차대조표 형식이란 자산, 부채, 자본(자본=자산-부채)의 형태로 쓰는 것을 말한다. 자산은 금융자산(예금, 적금, 주식, 채권 등)과 부동산(집, 땅, 상가)으로 구분하여 총 합계액을 기록하고 부채는 금융기관 부채(담보대출, 신용대출)와 기타 부채(카드 미결제 금액)를 합산하면 된다.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면 되는데 자본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익이 지출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계부 작성 방법은 한 달에 한두 번만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돈에 대한 마인드를 쉽게 바꿀 수 있어서 좋다.

회사의 재무제표는 크게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로 구분되고, 그중에서 대차대조표는 회사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중요한 재무제표이다. 또한 현재의 재산은 앞으로 돈을 벌어 줄 항목으로 미래를 예측할 때 도움이 된다.
1. 자산은 미래에 돈을 벌게 할 재산이다
스포츠 선수 vs 연예인
국내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프로 축구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최근 증권사를 통해 구단의 자산가치를 책정해 봤다고 한다. 구단측은 스타 선수는 없지만, 30여 명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꽤 두둑하게 평가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 선수의 몸값은 자산으로 인정이 안돼 오히려 자본잠식 상태로 나왔다. 기업의 자산으로 인정 받으려면 미래의 경제적 효용을 증명해야 하는데, 스포츠 선수들은 연예인에 비해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는 부상 위험도 많고 경기 성적은 예측불허이며, 향후 이적 가능성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대차대조표에서는 미래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우에만 자산으로 기록하고 경제적 이익을 예측하기 힘들 경우 비용으로 기록한다.
베어스턴스는 왜 장부가의 1.2%에 팔렸을까?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Bear Stearn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 위기의 최초 희생자가 되었다. 베어스턴스가 팔린 가격은 주당 2달러로 장부가액의 1.2%에 불과했다. 매각대금이 이처럼 크게 낮아진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고 특히 잠재 위험의 증가로 기업의 잔존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 중의 하나가 바로 ‘계속기업'이다. 회사가 자산을 취득했을 때 취득원가로 평가한다. 이것은 바로 기업이 영업을 계속함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면 청산가치로 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건재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가장 객관적인 기준인 취득가치(구입시 가격)로 자산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산의 내용연수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듯이 회사의 자산도 수명이 있다. 이 수명을 내용연수라고 하고 내용연수에 따라 자산은 비용으로 바뀌게 된다.
수년 전 일본 거대 서점을 석권하며, 전 일본 열도를 강타한 감동의 초베스트셀러 ‘목숨 걸고 일한다'의 저자 오카노 마사유키는 나이가 일흔 살에 접어들었고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에 아는 것은 프레스와 금형뿐이었다. 종업원이 겨우 6명에 불과한 동네 공업소 수준의 가게에서 연간 6억 엔이라는 수익을 올리는 초일류 장인 오카노 마사유키는 항상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3년 후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오카노 마사유키는 늘 변화를 중시하여 피땀 흘려 개발한 노하우도 3년만 지나면 무조건 팔아 버렸다. 즉 현재의 재산이 돈을 벌어 줄 수명은 3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산의 내용연수를 중요시한 것이다.
회계에는 감가상각이라는 항목이 있다. 즉 건물이나 기계장치 같은 유형자산에는 수명(내용연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용으로 전환해 주어야 하며 이것을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2. 부채가 많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부채는 갚아야 하는 돈이다
부채는 차입금이나 외상매입금, 미지급금처럼 타인에게 갚아야 할 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카드 사용 금액도 회계에서는 부채이다. 지금 사용은 하고 있지만 결제일이 되면 상환해야 한다. 그리고 부채는 앞으로 갚아야 할 돈이므로 반드시 상환기간 동안 적립해 둔 돈으로 갚아야 한다.
사람들이 부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유는 이 부채를 공돈으로 생각하고 갚을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부채 상환시기를 잊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면 갚을 능력이 없어서 문제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도를 내기도 한다.
부채가 많아도 건재한 회사
부채가 많아도 회사가 건재한 경우도 있다. 보통 부채가 많으면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부채에는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가 있고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부채가 있다.
외상매입금이나 미지급금처럼 물건을 구입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채는 이자가 전혀 없는 부채이다. 이런 부채는 아무리 많아도 회사에 위기 상황이 오지는 않는다. 물론 질 높은 물건을 구입하기가 힘들어져서 경영상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지만 재무적인 문제에서는 차입금에 비해 부담이 적다.
회사의 부채는 단순한 부채비율보다는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부채비율로 보는 것이 회사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즉 이자가 발생하는 차입금의 의존도가 높은 회사가 단순한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보다 훨씬 위험하다.

3. 자본의 장단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재계 순위를 자산 기준으로 하는 경우의 오류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것으로 부채에 대한 재무 위험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언론에서 재계 순위를 발표할 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자산 기준이다. 자산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총재산을 말한다. 그러나 자산은 기업가치를 대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억 원인데 이중 부채가 800억 원인 회사와, 자산이 500억 원밖에 안되지만 부채가 100억 원인 회사 중 어느 회사가 더 기업가치, 즉 자본이 탄탄하겠는가?
주식회사는 주식가치(또는 시가총액)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주식회사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산가치는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고 더욱 중요한 재무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이 1,000억 원일지라도 부채가 800억 원이나 된다면 주주의 순자산은 200억 원밖에 안 된다. 반면 자산이 500억 원이지만, 부채가 100억 원이라면 순자산은 400억 원이나 된다. 결국 자산가치보다는 주주의 몫인 순자산의 가치가 훨씬 중요하고 순자산을 시가로 표시한 시가총액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인 것이다.

자본과 부채 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
‘자본과 부채'는 자금 조달을 할 경우 항상 맞닥뜨리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친척 중 한 사람이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대출은 빚이므로 갚으면 없어진다. 그러나 만약 친척의 돈을 사용했다면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액을 친척에게 계속 지급함은 물론 사사건건 경영과 관련된 간섭을 받아야 할 것이 명백하다.
부채와 자본 중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쁜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부채는 이자와 원금만 갚으면 된다. 그 외의 간섭은 없다. 자본은 갚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배당을 주더라도 항상 간섭을 받는다. 사업 초기에는 자본이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본에게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자금이 필요할 때 아무리 돈이 급하더라도 몇 년 후를 내다본다면 부채와 자본의 장단점만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손봉석 / 공인 회계사, 세무사,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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