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기업의 경영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바로미터 ‘회계

南塘 2008. 9. 8. 12:34

[비즈니스 언어 ‘회계’ 1편] 기업의 경영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바로미터 ‘회계’ 
 

혹시 ‘회계'를 숫자가 가득한 골치 아픈, 나와는 상관없는 재무부서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부터 ‘회계'를 대하는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회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업을 이해하는 숨겨진 정보이자, 경영의 흐름을 숫자로 나타낸 비즈니스 언어다.

회계 실무자가 아닌 경우 어려운 회계학을 굳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익, 현금, 투자가 어떻게 회계자료로 표시되는지를 이해하고 역으로 회계자료를 통해서 경영을 분석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회계는 소통의 수단이다

우리나라 유학생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전공하는 것이 회계학이다. 그 이유는 영어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회계는 숫자로 말하는 것이라서 다른 학문에 비해 소통의 문제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회계는 기업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기업의 CEO나 회계사 사무실을 찾는 고객들 중에는 ‘회계 실무자도 아닌데 회계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즉 ‘회계를 공부해서 어디에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산부서(연구개발, 디자인 부서 포함)가 생산성을 높이고 영업사원이 성과를 높이려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될까? 그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생산부서가 열심히 일하고 판매부서가 매출을 올릴수록 기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생산부서는 판매에 대해서 잘 모르고, 판매부서는 생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업무만 알 뿐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 근무하지도 않는 투자자들이나 금융기관, 채권자, 거래처가 우리 기업의 사정을 더 잘 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이 회계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은 숫자로 표시되어 회계자료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회계자료는 각종 매체를 통해서 공표된다. 그리고 회계를 잘 아는 사람은 회계자료를 통해 기업의 상황을 분석한다.

애석하게도 기업에 대해서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되는 임직원들이 외부 사람들보다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느낌으로는 알지만 실제 상황은 다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숫자경영이 뜨고 있다. 단순히 열심히 하자고 말하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숫자로 나타내자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회장이 나서서 ‘회계를 모르면 임원이 될 자격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회계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느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숫자에 근거하면 보다 정확한 판단과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전을 숫자로 표시해야 한다

어떤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비전을 ‘주주 중심의 경영'이라고 적어 놓았다. ‘주주 중심의 경영'은 주식회사의 가장 큰 목적이자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구성원들이 이것을 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는 어렵다. ‘주주 중심의 경영'이라는 말은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의 목표를 ‘2010년까지 시가총액 1,000억 원 달성'이라고 한다면 훨씬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필자가 모 대기업에 강의를 나가 보니, 그 기업은 화장실에까지 ‘2010년까지 ROIC 20% 달성'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강조하고 있었다. 목표 자체로는 아주 좋지만, 문제는 회계부서를 제외한 임직원들이 ROIC의 개념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니 구성원들과 리더 사이에 소통이 될 리가 없다.

회계는 회계 실무자의 업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생활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업에서 내세운 비전을 임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고 종업원들은 이익이 났는데 자꾸만 밀어붙이는 경영자들이 얄미울 것이다. 결국 구체적인 비전은 있으나 소통이 안 되는 것이 한계이다.

다행히 그 그룹은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ROIC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고 회계교육의 효과도 아주 좋았다. 임직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ROIC를 20%로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리더가 되려면 회계하라

그러나 회계 실무자가 아닌 임직원이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깊이 공부할 필요도 없다. 다만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어떻게 회계자료로 표시되는지를 이해하고 역으로 회계자료를 통해서 경영을 분석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세 가지는 이익, 현금, 투자이다.

1.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한다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지 절대 손해를 보면 안 된다. 사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이익을 냈는지 손해를 봤는지를 알려면 손익계산서를 보면 된다.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빼서 계산한다는 원리이므로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회계 전문가조차도 자산과 비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사람들이 이익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장사를 잘못했는데도 환율변동이나 구조조정 때문에 순이익이 늘어나는 기업도 있다. 이럴 경우 순이익만 보고 장사를 잘한 것으로 아는 임직원이 있는데, 그들이 이익의 개념을 잘 모르는 것이다. 이 부분은 별도로 손익계산서(비즈니스 언어 회계 3편; 9월 10일 예정)에서 설명할 것이다.

2. 기업은 이익보다 현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은 이익을 현금으로 바꾸는 노력을 한다. 요즘은 이익보다 현금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것을 ‘현금경영'이라고 한다. 물건을 팔고 받지 못한 외상대금은 거래처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 준 것이나 다름없다. 외상대금을 못 받고 있는 경우라면 물건을 팔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많은 판매부서 직원들이 할부행사를 하면서 외상대금을 늘리고 있고, 증정품이나 할인행사로 매출 늘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또 생산부서는 어떤가? 원가절감을 위해서 생산성을 올리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생산성을 올려서 만든 재고는 창고에서 썩고 있다.

이 모두가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현금흐름을 잘 알려면 현금흐름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익이 나는데도 현금이 없다면 외상대금과 재고자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

3. 기업은 투자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여야 한다

기업은 현금을 투자수익률이 높은 곳에 재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이 이익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성과급 잔치에 쓰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가 안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투자자금을 모두 써버려서 성장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재투자를 하고 있는지 잘 알려면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보고 자산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경영은 간단하다. 이익을 내고 현금경영을 한 뒤, 자산에 투자하면 된다. 이것은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대차대조표를 통해서 보여지는데 이 재무제표는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만 봐서는 안 되고 세 가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의 흐름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기업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 회계용어 설명 >

* ROIC = (EBIT × (1-법인세율)) / 투하자본

(1)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 ; 이자 및 법인세비용 차감전이익)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일반적으로 매출이익에서 판매 및 일반관리비를 차감한 것)에서 비영업활동으로 인한 손익을 차감하고 영업외손익 중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익을 더한 금액.
(2) 투하자본 = 총자본 - 비업무용 투자자산
즉, ROIC는 순수하게 영업으로 발생한 이익을 영업에 사용된 자산으로 나누어 산출하게 된다.

- 손봉석 / 공인회계사, 세무사,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