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참회록

南塘 2022. 4. 29. 01:24
 
시인 이동한

 

영생하는 음영을 닦을 청동거울이 없다. 미련과 욕심을 닦고 나면 오염된 유리거울만 있다. 언제부터인지 거울 안에 초년 노인의 얼굴을 지워내고 있으나 아침저녁 어김없이 매일 그 자리에 부각(浮刻)되어 있다.

 

매서운 추위가 있던 겨울에 먹었던 호떡 꿀맛 기억을 잊는 세월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이제 고백해야 한다.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겪지 않고서야 간절한 사랑을 해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참회를 한다.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을 감내하고 행복이라고 생각할 지금 고독과 외로움이 무서운 병이 오고 있다. 육십 삼년 긴 시간 진실을 위장한 가식과 거짓말로 살았다.

 

사람이 그리운 날 고독과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벗어나보려고 몸부림 쳐보았지만 시샘추위에 사시나무가 된 시인은 정의로운 척 개혁적인 척 합리적인 척 말만하고 살았는지 봄이 봄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풀도 바람이 불면 눕는데 바람이 불면 나무도 흔들리는데 마치 천국계단을 오른 것 마냥 부끄러움을 잊고서 철면피 허울 지식은 머리로 이해하는 심장 뜨거운 피를 알지 못하고 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진 것이 없이 살겠다고 한 약속도 잊고 권력과 부를 꿈꾸는 이기심에서 배우고 벌어서 치부했으니 처절한 반성을 담은 묵계(默契)로 남에게 주자 다짐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밤새워 달되고 별이 되게 빌어 본다.

 

숱한 별의 시간과 세월의 달이 밀려오고 간 독백은 새벽 하늘바다에 봄이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연습이 없었던 살아온 날의 이력을 접어두고 천국의 계단을 갈망하며 통속 가득한 마음과 육신을 내려놓는다.

 

2022. 04.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