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추억의 소환 뻥 튀기

南塘 2021. 6. 29. 05:56

글 : 공학박사 이동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1960년 대 후반 아이들은 간식은 고사하고 어쩌다 구경할 과자와 사탕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동구 밖 역전시장에는 노부가 운영하는 뻥 튀기 집이 있었다. 뻥 튀기가 나오는 나무사장 문 앞에서 강냉이 튀밥을 얻어먹으려 우리 동네, 윗동네, 아래 동네, 옆 동네 아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자릴 차지하고 앉았다. 검은 뻥 튀기 기계의 파열음에는 이골이 난 아이들이다. 필자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옥수수 튀겨 자루에 담아가는 아주머니 들은 그냥 가는 법이 없다. 윗옷을 말아 올려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솥뚜껑 같은 커다란 손으로 튀밥을 한주먹씩 나누어 주곤 했다. 그 맛이 어찌나 좋았는지 모른다. 뻥 튀기 한주먹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이 있었다. 뻥 튀기는 소년시절의 행복한 기억이다. 뻥 튀기 기계 앞에 서면 과거의 추억이 소환된다. 소중하고 따듯한 마음이다.

 

요즘은 어느 가정이건 먹는 물에 예민해서 정수기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필자의 집에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정수기 보다는 손수농사를 지어서 얻은 옥수수를 볶아 옥수수차를 끓여서 먹는다. 가끔은 대용으로 차가버섯차를 마신다. 마켓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물은 시골농장에서 농사일을 할 때만 마신다. 옥수수차를 마셔 온지 30년이 되었다. 습관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특히 먹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한해 옥수수차를 마시려면 4월초 로터리를 마친 밭 중에서 약100평에 옥수수를 파종한다. 여름내 병해충 방지와 농작물 관리를 통해 8월과 9월 건조된 옥수수 30내외를 수확한다. 수확된 옥수수는 사용 시기에 맞추어 뻥 튀기 집으로 외출하여 옥수수차로 변신한다. 한방 튀기는데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매주 금요일 동네로 와서 좌판을 벌리는 노부가 있다. 몇 년째 이용하는 뻥 튀기 집이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있는 두 달 동안 서너 번 본 것 같다. 지난주에도 뻥 튀기 노부는 오지 않았다. 매번 오시던 분이 오지 않으니 살짝 걱정이 된다. “헬 조선사회에서 살아 보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다. 뻥 튀기 노부의 건강도 심각한데 의식주를 해결해야 함으로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사진 13] 남문 미나리꽝 시장의 뻥 투기 기계

 

지난주 오지 않은 뻥 튀기 노부를 기다릴 일정 여유가 없어서 오늘 오후 남문 미나리꽝 시장 뻥 튀기 가게에 갔다. 이 뻥 튀기 집은 기업이다. 뻥 튀기 기계가 네 대이다.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 매출도 솔솔 할 것 같다. 시장 골목길 한편에서 옥수수차 완성을 기다린다. 기계 아래 가스 불이 파란 욕심을 부린다. “돈과 부를 쫓는 사람들의 광기 같다. 기계를 돌리는 모터의 고무줄은 쉴 사이 없이 돌아간다. 생각도 없다. 주인이 걸어 놓은 그대로 돌아간다. 그래도 끝은 있다. 끝이 없는 사람의 노동이 어쩌면 불쌍하다. 골목 한편에 걸린 시()가 보이다. 참 직업은 어쩔 수 없다. () 내용은 이렇다. 뻥 튀기 형부에게 보내는 처제의 편지이다. 이곳에도 사연이 있다. 인생사 어디에 사연이 없을까? 그런 평범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뻥 튀기 그리움이 있어 행복하다.” 따뜻한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다. 202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