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청년의 초상 Ⅲ

南塘 2021. 6. 5. 20:51

시(詩) 이동한

 

 

설산 앞을 지나간

육십육 번 버스

무심한 겨울비에 젖는

옷 벗은 나무는 우리들의 초상

 

살아온 날을 덥고

살아갈 날들을 축복할 밤

장안동 허름한 카페에서

값 비싼 양주에 건 인생

 

돌아갈 차비는 없어도

서글프지 않은 은세계

희곡의 마지막 막() ()

즐기는 환상 빨간 옷 실루엣

 

마파람 떨고 있는 스물일곱

자서전을 쓰기에 이른 나이

피아노 소품곡도 아닌데

미친놈의 흰 눈 위 세계를 걷소

 

198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