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남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인생3막 전화위복 된 사연

南塘 2021. 6. 5. 01:07

글 : 공학박사 이동한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자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이 하는 대로 덩달아 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필자는 오늘 해석된 뜻에 반하여 전화위복(轉禍爲福)된 사례를 기술해 볼 생각이다. 당시 코텍(주) 품질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회사는 혁신을 통해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홍치신정(弘治新政)과 같았다. 혁신의 틀을 놓은 건 필자이다. 경영부문, 개발부문, 생산구매부분, 품질부분의 혁신 활동에 관하여 매주 화요일 부문별 혁신주제를 토대로 활동한 내용을 보고하고 부진한 부분의 보완을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과 추진 방향을 정했다. 회사는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30년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는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회 장소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진행될 계획이었다. 문제는 현실을 명확하게 분석하여 대안 수립을 통해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필자는 해외에서 시행하는 창립기념행사와 선포식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실속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보여주기 아니라 내실 있는 가치가 중요한 것이다. 필자가 분석하고 판단한 의사결정이 옳은 것이라는 것은 4년이 지난 지금 증명되었다. 의사결정은 메카니즘이 있어야 한다. 경영철학이 없는 빈껍데기 비전을 선포한들 무엇 하겠는가? 2025년을 겨냥했던 기업이 현재는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필자는 이런 윤리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선포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네 가지였다. 첫째는 나쁜 짓에 동의 동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에 장단을 맞추고 춤추는 가면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입사 이후 2년간 혼신을 다해 혁신을 주도 하면서 일했다. 생에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일을 했다. 회사는(CEO) 단물을 어느 정도 빠진 상태이고 호위무사(임원)들과 같이 말 잘 듣고 시키는 것만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 튀는 필자를 퇴임시키기로 결정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진정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리더로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든 사람보다는 반칙경영에 동조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필자는 삼성의 기업윤리 의식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네 번째는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서울 동창들이 계획해온 해외여행에 참석하기로 했다. 행사일정과 해외여행 일정이 겹쳤다. 필자의 선택은 친구였다. 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식들 다 키우고 공부도 거의 마친 상태이다. 아내와 남은여생을 보내는 노후계획도 나름 잘 수립되어 있는데 무엇이 무서울까?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한번 얻고 싶었다. 한번쯤은 모든 것을 흘흘 털어 버리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세상에 나와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해 본적은 없다. 가족들과의 여행은 행복하지만 근심과 걱정이 앞서는 여행이다. 2017년3월 3박5일간 베트남 하노이와 하롱 베이 여행에 나셨다. 밤 비행기로 하노이로 이동해서 이른 새벽 호텔에 첫날 여장을 풀었다. 좋은 호텔이다. 이튼 날 버스로 7시간 하롱 베이로 이동을 후에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호텔은 두바이 아틀란티스 호텔을 연상이 들 정도로 근사한 호텔이다. 저녁시간 친구들과 조촐한 맥주파티를 했다. 필자는 유럽 출장에서 돌아 온지 한주가 되지 않은 시점이라 시차적응과 여독으로 이른 잠자리를 청했다. 사흘 째 되는 날 하로 베이 관광을 위해서 작지 않은 전세 배를 타고 세계문화유산 하롱 베이 관광에 나섰다. 하롱 베이는 ‘바다 위에 수천 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롱 베이는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산속에 살던 용이 바다로 내려올 때의 꼬리질로 계곡과 동굴들이 생겨나 현재와 같이 3천여 개의 섬 모양을 갖췄다고 한다. 중국의 계림과 견줄 수 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고 화려하다. 명작 조각품을 감상하는 듯한 섬들의 경관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빛이 변하고 비나 안개에 의해 또다른 정취가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질학적으로는 북쪽은 계림으로부터 남쪽은 니빈까지의 광대한 석회암 지역이다. 석회암 지역이 풍화 작용으로 깎여나가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몇 세기가 지나면 바다 속으로 사라질 섬들이다. 뱃놀이도 하면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후 나흘째는 하노이 대통령궁과 시내의 유적을 만나고 밤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을 보냈다. 너무도 멋진 여행이었다. 소년으로 돌아간 시간이다. 거기에는 꿈의 나라가 있었다. 귀국 후 다음 여행지는 라오스로 정했다. 뜻 있는 여행은 반복해 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후 필자는 예상과 같이 2017년12월 두 번째 직장에서 퇴직을 했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었다. 퇴직은 필자의 인생의 전화위복이 되는 걸림돌이 없어진 행운이다. 차분히 준비해 온 미국영주권을 받았다. 인생3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당시 선포식에 참석했다면 지질한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필자의 역량과 열정을 다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새로운 인생 3막을 시작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람은 어찌할 수 없다. 환경에 적용하고 위기에 대응한다. 대단한 생명체인 것이다. 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원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참에 후배들에게 충고한다. 직장생활에서 남보다 상사보다 반보만 앞에 가라 한발 또는 두발 앞에 가게 되면 능력은 인정 받을지 모르지만 미음과 증오를 얻게 된다. 직장에서 가장 큰 적(敵)은 상사와 등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위기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계획하라 그리고 준비하고 실행하라! 오늘의 글은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위기를 인생3막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든 사례이다. (202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