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달천 모리래 연애

南塘 2021. 5. 18. 15:51

시(詩) 이동한

 

 

곡식이 비워진 달천 모리래

내 마음 옥색 호암 연못

물색 맞는 구름 드리옵고

코스모스 연 분홍 꽃까지 띄웠다

 

새침한 여고생 책가방의 비밀

채색 다한 벤치에서 짧게 써본 메모

미안은 한데 잠시 이야기

덜 익은 사과 신맛 같은 연애

 

사랑 바꾸어 버린 열여덟 총각

열두 현 음색에 반한 가을이

떠나가지 못하는 탄금대에서

참지 못하는 욕심에 전한 입맞춤

 

어느 사이 내린 비도 잊은

충주역 마지막 열차가 떠날 시간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단발머리 곱게 빗은 여고생

 

197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