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만남

제천역(堤川驛) Ⅱ

南塘 2021. 4. 21. 02:57

시(詩) 이동한

 

천장에 달린 형광등 조명이 흐린 밤

제천역 간판 글씨도 어스름하고

대전을 떠난 열차 1715호 종착지

마지막 손님이 출구를 나간 뒤

기다지지 않은 사람이 그립다

 

나는 매번 왜 거기에 서 있나

비가 오는 봄 낯과 밤

태양 뜨거운 여름 열기 반복 서사

바람 부는 가을 플라타너스(양 버짐나무) 낙엽

눈 하얀 꿈이 부서지는 겨울에도 말이다

 

공허한 메아리가 들린 때

떠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떼

오고 가는 기차 기적소리를 들으며

뱀 산과 옥녀봉 사이에 서서

연 하나 날려 역(驛) 위에 춤춘다

 

기 화차(貨車) 들이 서 있어

노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철말 삼태기에 돌을 실어 올리는 여인들

그녀들 자식이 살아 갈 날은 행복인가

죽어서도 갚지 못할 수고이다

 

막막(漠漠) 했던 날

스물다섯 청년은 제천역(堤川驛)을 떠나

삼복이 시작되는 수원역(水原驛)으로

오래된 기억이라 할지라도

잊어지지 않는 세월의 떠남이다.

 

202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