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2021년1월30일 이사를 한 날이다. 캘리포니아 온지 3년이다. 중간 중간에 한국에서 긴 날들을 보냈다. 미국 이민국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서 올해부터는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3년전에 캘리포니아 왔을 때 가데나(Gardena)에서 1년, 그리고 2년은 플러턴(Fullerton)에서 보냈다. 몇 일전 이사한 곳은 토렌스(Torrance) 이다. 토랜스는 LA 카운티(County)에 속해있다. LA 공항에서 남쪽으로 8마일(13㎞)정도 떨어진 곳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팔로스(Palos) 해변이 있다. 또 이민자들에게 필요한 언어를 공부할 엘캐미노대학 · 토런스역사사회박물관 · 매드로나마시 자연센터가 있다. 기후는 해양성과 사막 기후가 만나 13℃~25℃로 살기 좋은 곳이다. 인구는 약 14만명이다. 이 도시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범죄율이 낮고 학군이 좋은 이유일 거다. 필자가 선택한 이유는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 안전하고 깨끗하고 이민 생활에 적적함을 달려 줄 바다가 옆에 있으며 회사까지 20분이며 출근과 퇴근이 가능해서이다. 반면 생활에 영향을 주는 Sales TAX 9.5%는 플러턴 7.75% 비하여 약간 높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의 선인들은 좋은 조건을 갖춘 집을 찾아 이사를 하였다.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에 “대저 살터를 잡는 때에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에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다음에 인심이 좋아야 하고, 또 다음은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은 아니다.”고 하였는데, 이는 매우 타당성 있는 견해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 밖에 땅이 평평하고 흙이 부드러우며 앞에 막힘이 없고 햇빛이 잘 들어야 하며, 뒤쪽으로 북풍을 막아 주는 산이 있고, 여기에 샘물이 좋으면 좋은 집터라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풍속에 결혼식과 이사는 “손”업는 날에 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손”이란 날수를 따라 동·서·남·북 네 방위(方位)로 돌아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을 가리킨다. “손”은 초하루와 이튿날에는 동쪽, 사흗날과 나흗날에는 남쪽, 닷샛날과 엿샛날에는 서쪽, 이렛날과 여드렛날에는 북쪽으로 가고, 9, 10, 19, 20, 29, 30일에는 하늘로 올라가서 손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간 신앙에서는 이사를 하거나 먼 길을 떠날 때는 손 없는 날과 방향을 택하는 풍습이 있다. 세대가 발전하여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필자도 옛날 사람에 속해 있는지라 이를 지키려고 한다. 나쁘다는 것은 지키는 것이 좋다. 이사 날을 1월30일로 잡아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서 사용할 가전제품과 집기류는 1월29일에 배달되었다. 몸은 1월31일 오전에 입수하게 됨으로 한국 음력으로 손 없는 날이 되는 것이다.
지난 3년은 생활 인프라(Infra)가 구축되어 있는 곳에서 살다 보니 살림 사리를 구매하는 불편함은 없었다. 입주하면서 전기와 인터넷을 설치해야 하고 배송된 침대와 식탁을 조립해야 한다. 경험이 없어 몇 칠이 지났다. 가구조립을 신청했는데 통보도 없이 방문(In Home)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필자가 출근한 틈을 타서 아내와 아들이 조립을 했다. 침대조립에 210$, 식탁조립에 50$ 도합 260$이 절약되었다. 미국에서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 한다. 엔지니어를 부르는 순간 비싼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 한국과는 문화적 차이가 많이 있다. 문제는 인터넷 이다. UPS를 통해 받은 모뎀이 문제가 있어 설치가 되지 않는다. 아들이 우여곡절 속에 2월13일 방문(In Home) 서비스 예약을 받았다.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은 지옥과 같은 것이다. 한국이라면 인터넷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통해 무엇이든 처리하고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핸드폰을 위한 기지국이 적다. 인터넷 인프라(Infra)가 매우 미흡하다. 아파트 내에서 통화만 가능하지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한다. 정말 불편하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 세계1위부터 5위 내 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고객만족 경영은 구호뿐인 것 같다. 어찌 하겠는가 이곳에 살려면 순응해야지 별수가 없다. 오늘은 나눔 사이트(한국의 당근)에 올라 온 소파를 픽업하려 갈 예정이다. 픽업 예정인 소파의 A급 판매가격은 어림잡아서 700$~850$ 될 것 같다. 창고정리 중이라고 한다. 1$에 주겠단다. 비용절약을 겸하여 신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재활용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짧은 하루가 지나고 있다. 이사 이후 회사 CEO0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미국이란 국가의 문화를 받아 드려야 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이곳에서 살려면 복장 터지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신용이란 명분을 내세워 철저한 자본주의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수입과 저축이 많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대우 받는다. 그런데 그 기준이 어느 정도일까? 필자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생활이 1등급이며 이곳에는 3등급으로 살아야 한다. 실제 생활물가는 한국이 높다. 그러나 환률 압박은 미국 물가가 결코 낮은 수준이라 할 수는 없다. 이사 이후 소소한 생필품을 준비한다. 최대한 최소화된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할 생각이다. 이와 같이 절약을 하고 검소하게 해도 비용 지출은 계획 대비하여 높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이사 첫날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람은 대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사 입수한 아파트는 편안하다. 거부감이 없다. 좋은 집을 만난 느낌이 있다. 전기, 수도, 화장실, 부엌에 문제가 없다. 그거면 된 것이다. 이사할 때 관습으로 내려 온 고려해야 할 네 가지 모두 좋은 곳이다. 또 하나는 필자와 가족들이 이사한 집의 기운과 융화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잘 융화된다. 잠도 잘 자고 꿈도 꾸지 않는다. 식사도 맛있다. 토렌스에서도 가장 좋은 동네 “Casa Del APT, 22555 Nadine Circle Torrance” 이다. 이곳에서 1년 또는 2년을 계획한다. 잘 살고 좋은 집을 구매하여 이사하게 되면 미국이민과 함께 정착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귀국해야 한다. 필자야 전자든 후자든 문제가 없다. 전자의 경우 이순 다섯까지 일해야 하고 이곳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전자의 경우 한국에 딸을 데려오는 문제가 남아 있다. 딸은 어바인(Irvine)에서 대학생활 때 받은 인종차별로 미국이 절대 싫다고 한다. 미국은 현재에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실업률이 2% 전후로 일자리 걱정이 없다. 본인이 노력만 잘하면 전문직으로 평생을 일하고 누리고 살 수 있는 곳이다. 후자일 경우 경제활동의 완전 중단과 연금과 재테크에 수익을 기반으로 시골농장에서 글 쓰면 책 읽으며 농사지으면서 하고 싶은 운동 잘하고 사는 것이다. 이 경우는 미국에 살겠다는 아들을 포기해야 한다. 아들은 보수적 사상을 깊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가 좌 편향되고 일자리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환경이라 싫다고 한다. 서해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까지만 해도 군 복부도 반드시 하겠고 했다. 좌파정부의 군인에 관한 관심과 정책 그리고 연평도 사태와 서해해전 장병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서 부끄러운 군인이 되기 싫다고 한다. 어떡하든 병역의무는 다하겠다고 하는데 아들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 필자는 이사 날부터 일주일이 경과한 지금 마음을 정리 해 본다.
20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