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서 그리운 님을 만났습니다.
석굴암에서 그리운 님을 만났습니다.
가을 끝자락 단풍 고운 잎들도 내려 앉는 시간, 그리운 마음에 토함산을 찾습니다. 하늘도 맑은 날, 감포 바다 파도를 뒤로하고 비단길 걷습니다. 인생사 60년 한국에서 그리고 World Wide 최고의 회사에서 최고의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고 실험적 전투에서 수 많은 승리로 스스로를 위안했던 지난 날들, 그러나 지난 3년 뚜렷한 목표도 없이 빈 가슴으로 살았습니다. 무엇을 해도 성취감 없이 허공에 구름 가듯 가버린 시간,
머리가 복잡했던 3년, 능력과 체력이 안되어서가 아니라 55세 정년이라는 틀과 법규에 의해서 더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은 회사를 떠났습니다. 아직은 시간, 생각, 공간에서 도전과 창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나는 많은 것을 잃고 있습니다. 나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구성사회에서의 network 그리고 나의 역할 입니다. 중견기업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그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돈을 버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존중, 기업윤리, 리더의 도덕성 그리고 비전은 더욱 없습니다. 나는 언제부터가 패자의 느낌 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음이 아쉽습니다. 산 허리를 돌아 멀지 않은 곳에 나의 집이 있을 겁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나는 그리운 님을 만나러 이 겨울 초입 산길을 걷습니다. 이제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옆도 돌아보고 뒤도 돌아 보고 지나는 사람도 살펴 봅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의 자화상을 만져 봅니다. 지금 이 시간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 예 그리운 님을 만나는 것 입니다. 님을 만나도 해결되지 않을 현실은 뒤로 두고 아니 잠시 잊고자 합니다.
드디어 5년만에 그리웠던 그분을 바라다 봅니다. 투명한 유리체 안에 호흡도 힘이 드는 곳에서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미소를 보여 주십니다. 숨이 멈추고야 말았습니다. 아 ! 답답함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합니다. 합장을 해 봅니다. 그리고 님과 눈을 맞춥니다. 무엇인지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3개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세상과 같이 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보지 못한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삶을 보았습니다. 나는 정말 행복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분을 뵙습니다.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을 물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분은 답이 없으십니다. 미소만 주실 뿐 입니다. 정적이 흐르고 나는 산을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 답은 마음에 그분을 만나러 다시 오는 날 알게 될까요 ? 석양은 경주 남산을 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