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사업의 변화
세계일보]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돌아가는 판세는 최고 경쟁력을 지닌 한국기업 대 '반(反) 한국연합군'이다. 한국기업 타도를 외치는 일본은 소니, 히타치, 도시바가 동맹을 맺고 지난 1일 '재팬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EMS)업체인 대만 훙하이그룹은 일본 샤프와 손을 잡았다. 삼성은 지난 2일 LCD 사업부를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90% 점유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해 일본 연합군에 대항한다. 급성장하는 스마트 모바일기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피 말리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 타도' 선언한 일본 3사
"단순히 삼성을 추종하는 '재탕'으로는 이길 수 없다. 우리가 OLED를 시작할 때는 이길 전략을 가지고 진출한다". 지난 2일 재팬디스플레이 오쓰카 슈이치(大塚周一) 사장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 타도'를 선언했다. 오쓰카 사장은 엘피다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인물. 그는 "지금 삼성보다 시작이 늦었다고 해서, 앞날도 지금 상태 그대로라고는 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출자로 발족한 재팬디스플레이는 일본 3사의 중소형 LCD 사업을 통합한 회사다. 자본금은 총 2300억엔(약 3조2166억원)으로 이 가운데 산업혁신기구에서 2000억원을 출자했으며 소니, 도시바, 히타치 3사가 각각 100억엔을 출자했다. 최근 파나소닉에서 인수한 지바현 모바라시의 제조라인에서 OLED 시험설비를 갖춰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타깃이 바로 OLED에 집중하는 SMD라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 중 샘플을 내놓고 본격 양산은 2013년이 목표다. 재팬디스플레이의 매출은 3사를 합치면 5700억엔이며 생산능력 확충으로 2016년에 7500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OLED를 SMD가 독점하고 있지만 재팬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가면 앞으로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격전이 예상된다. 소니, 히타치, 도시바를 합친 시장점유율은 18%이고 SMD의 중소형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20%다.
◆대만·일본의 협공
대만 훙하이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샤프와의 제휴를 통해 한국 기업 견제에 나섰다. 훙하이그룹은 대만 최대 LCD 기업인 Chimei-Innolux(CMI)와 폭스콘을 거느린 모기업이다. 훙하이그룹은 샤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9.9%(669억엔)를 인수키로 합의, 훙하이그룹은 샤프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훙하이그룹은 또 샤프와 소니의 패널합작사인 SDP(Sharp Display Product)의 샤프 지분 중 46.5%(660억엔)도 인수하기로 했다. 샤프는 조달 자금을 활용해 최근 수요가 확대되는 중소형 LCD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훙하이그룹은 애플의 주요 OEM사라는 점이다. 샤프는 현재 연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애플 TV와 뉴 아이패드의 패널 공급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훙하이가 바로 이를 노리고 대만업체로는 최대 규모로 일본 기업에 투자한 것이다. 다이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이 샤프의 10세대 라인 패널을 애플 TV의 패널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기업도 덩치 키워 맞대응
이처럼 디스플레이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시화되자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이 LCD 사업을 떼어내 별도의 디스플레이 회사를 세운 것도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이런 부담을 덜어 애플에 패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사한 삼성디스플레이가 부품과 세트 간의 이해상충을 해결해 OLED 고객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SMD와의 합병을 통해 OLED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OLED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 LCD 사업의 생산능력과 인력을 OLED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SMD는 현재 AOLED 시장은 90%, 중소형디스플레이시장은 2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와 SMD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30조원 규모로 LG디스플레이(24조원)를 뛰어넘는 최대 디스플레이사가 탄생하게 된다.
최현태 기자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