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잡스는 어떻게 악당을 만들어 내나?

南塘 2010. 10. 19. 13:40

잡스는 어떻게 악당을 만들어 내나?
정혁준 기자
 미쳤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적응자였고, 반항아였으며, 문제아였다. 그들은 네모난 콘센트에 둥근 전기코드를 꽂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습을 존중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그들의 생각에 반대할 수도 있으며,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해서는 안 되는 딱 하나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게 미치광이를 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천재를 본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에.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광고다.
 이 광고는 애플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하자마자 이 광고를 전파에 실어 보냈다. 광고를 내보낼 즈음 잡스는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광고 콘셉트를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애플은 나이키, 디즈니, 코카콜라, 소니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브랜드는 최근 고객들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광고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적인 꿈을 꾸는 애플 브랜드의 영혼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열정을 가진 이들을 위해 세계 최고의 도구를 만들기 위한 애플의 헌신이기도 합니다. “

 간디, 아인슈타인, 피카소, 에디슨, 무하마드 알리, 말론 브랜도, 마리아 칼라스, 히치콕, 어밀리아 에어하트, 마틴 루터 킹,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밥 딜런.

 이들의 공통점은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과 다른 생각을 했던,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켰던 사람들이다. 피아노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텔레비전 광고에서 내레이터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이 바로 세상을 바꿔 놓습니다.”
 물론 광고는 이들이 실제로 애플 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처럼 창조적이고 위대한 일을 하려면 애플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당시, 애플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연합군과 버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컴팩, 델과 같은 IBM PC 업체에 시장을 계속 내주고 있었다. 잡스는 이 광고로 애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애플이 단순히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창조적 가치를 지닌 회사라는 이미지를 제시한 것이다.

 당시 애플의 주력 품목이 컴퓨터였기 때문에 라이벌은 IBM이었다. IBM의 슬로건은 ‘생각하라(Think)’다. ‘생각하라’는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었다. 왓슨은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정보를 지식화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겼다. 1994년 이래 ‘생각하라’는 IBM의 대표적 슬로건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잡스는 IBM의 ‘생각하라’에 맞서 ‘다르게 생각하라’로 맞받아쳤던 것이다. IBM의 대표적 슬로건인 ‘생각하라’에 ‘다르게’를 더하는 형식으로 IBM과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온 세상이 IBM 호환 컴퓨터에 정복당한 당시, 아직도 애플 컴퓨터가 팔리는 것은 평범한 사람과는 생각이 다른 사람의 컴퓨터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어두운 세력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주류 가치관을 거부하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차가운 조직인 IBM과 대비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잡스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패러디한 멋진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광고에는 컴퓨터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줄 도구여야 한다는 잡스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잿빛 옷을 입은 남자들이 줄을 지어 걸어간다. 똑같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그들은 발을 맞춰 복도를 지나 교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교육장에 앉아 대형 스크린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에선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극장 내부엔 숨 막힐 듯한 분위기마저 연출된다.
 이때 흰 셔츠와 붉은 반바지를 입은 여자가 망치를 들고 뛰어온다. 경찰이 뒤를 쫓는다. 여자는 원반선수처럼 몸을 돌려 공중으로 망치를 던진다. 망치에서 손을 놓은 여자의 몸짓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여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망치는 지도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고 곧이어 대폭발이 일어난다. 이제 사람들은 최면에서 깨어난다. 스크린이 산산조각나는 순간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1월 24일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현실의 1984년이 어떻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처럼 되지 않을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이 광고는 1984년 1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슈퍼볼 결승전에서 방송됐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LA 레이더스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바로 애플과 잡스였다.
 이 광고는 매킨토시의 등장을 알리기 위해 조지 오웰의 <1984>를 비틀었다. IBM은 <빅 블루>로 통했는데, 잡스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빅 블루와 어감이 비슷한 빅 브라더는 IBM을 암시하게 한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한 매킨토시 광고는 충격적인 메시지와 영상으로 광고사에 길이 남을 명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잡스는 그 광고를 1983년 영업 담당자들에게 처음 보여주었다. 잡스는 IBM을 세계 정복의 야욕에 불타는 악당으로 그렸다. IBM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는 작은 정의 애플을 이미지한 것이다. 잡스는 악당을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그는 악당을 내세운 뒤 삶을 보다 쿨하게 만들어줄 영웅을 등장시킨다. 바로 애플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광고는 당시 46.4%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매킨토시란 새로운 제품을 강렬하게 데뷔시켰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사람들은 동사 다음에는 형용사(differently)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이 말을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about being different)’로 받아들인다. 원어민들은 ‘think different’가 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심오한 표현이라고 여긴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크게 생각하라(think big)’란 말도 자주 쓰인다.
 사실 ‘크게 생각하라’는 슬로건이 나오기 이전부터 같은 형식의 슬로건이 있었다. ‘작은 것을 생각하라(Think Small)’라 바로 그것이다. 폭스바겐이 1950년대 말부터 소형차 비틀(Beetle)의 슬로건으로 사용해왔는데, 현대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빌 번바흐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