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뿐이다(성균관대학교 신완선 교수)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뿐이다
성균관대학교 신완선 교수
상쾌한 아침의 여유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집 앞에 있는 체육고등학교 덕분이었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기상 나팔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나팔소리가 꼬리를 감출라치면 ‘하나 둘, 하나 둘’ 소리치며 구보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씩씩하고 힘찬 구령소리였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도 뛰어나가 먼발치서 선수들의 뒤를 따라 뛰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썩 괜찮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침 시간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독서였다. 간단한 성경읽기로 시작하여 1시간 정도는 이런 저런 읽을거리를 즐겼다. 창문을 통해서 아침햇살이라도 몰려드는 시점에는 풍성함이 말없이 가슴에 다가왔다. 정말 감사할만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햇살을 바라보는 내 눈에 책상 구석에 놓여있던 연필꽂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연필꽂이로 사용하는 작은 컵에 적혀있는 글씨가 확대경으로 보듯이 커졌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의 말씀)’
오랜 기간 그 곳에 있었음에도 유독 그 날 눈에 들어왔다. 이미 여러 차례 들어보고, 마주치고, 음미해본 구절이었다. 그러나 그 날은 달랐다. 몇 달의 독서량을 감당하고도 남을 만한 감탄으로 이해되었다.
진리. 영어로 TRUTH라는 단어. 진리가 나를 자유케 한다는 말씀. 이것이야말로 믿음과 평안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어도 내일 또다시 해가 떠오른다는 자연의 진리. 불신과 배신으로 물든 사회조차도 결국 사람이 바꾼다는 사랑의 진리. 우리가 일희일비하는 세상사 역시 영생의 일부라는 복음의 진리. 진리에 대한 믿음의 분량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평안을 누리고 평정을 지키는 수준일 터이다. 잘 알면서도 지키기 힘들고, 또한 그러하기에 진리일 것이다.
따뜻한 리더십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리더십 사례를 소개하면서 종종 본질적인 질문에 빠지곤 했다. 존경받는 리더도 ‘처세에서 비롯되는 모습을 모두 벗겨버리면 무엇이 다를까’ 하는 의문까지 떠오르게 된다. 사실 리더십은 항상 결과로 판단된다. 성공했다고 칭송되던 리더도 막상 실적이 실패로 나타나면 순식간에 인간성조차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과정과 결과를 분리해야 마땅하지만 세상은 손익에 민감하다. 진리가 아니라 당장의 사실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아직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따뜻한 리더의 중심에는 태산 같은 믿음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섭리에 대한 믿음이요, 사랑에 대한 믿음이요, 영생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한 믿음이 없이는 다양한 사람을 품을 수 없다. 멀리, 그리고 크게 볼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일에 찬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오직 믿음으로 빚어져야만 진정한 사랑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진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크고 작은 리더십 결과에 담대해라. 진리는 결과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삶의 여정에 대한 지혜를 제공해준다. ‘가식이 아니라 정직한 우아함’을 선택하라며 또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