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ㆍ소프트웨어ㆍ바이오신약이 곧 돈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라 2편] 태양전지ㆍ소프트웨어ㆍ바이오신약이 곧 돈이다 | |
그 옛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부모들이 머리 좋은 자식만 집중적으로 교육시킨 것은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자식 모두를 어중간하게 교육시키느니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그 한 사람이 집안의 발전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정부가 발표한 6개 분야 22개의 신성장동력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 1편의 시스템반도체ㆍ친환경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태양전지ㆍ소프트웨어ㆍ바이오신약 분야를 소개한다.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들 미래의 풍경을 바꿀 수도 있는 까닭이다.
21세기 새로운 성장 화두 중 하나는 환경이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신성장동력에도 에너지ㆍ환경 분야가 다수 포함돼 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회수 및 자원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원전플랜트 등이 그것.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태양전지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친환경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관심도는 더욱 높아졌다. 태양전지는 말 그대로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하는 광전지를 가리킨다. 고갈 염려가 없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 수단이란 평을 받는다. 반복 사용도 할 수 있어 환경에 부담을 주는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염료감응 태양전지(엽록소 등 특정 염료를 사용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장치)의 상용화는 2013년 남짓이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전지가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이뤄 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 태양전지 분야의 선도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업체들과 정부는 1970년대부터 태양전지 개발을 시작해 기술 노하우가 상당하다. 2004년에는 일본 메이커의 제품이 세계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태양전지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1,100억 엔 수준. 그러나 4년 뒤인 2012년에는 4조 6,751억 엔, 한국 돈으로 7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업체별 생산량 점유율은 독일 Q셀즈가 10.4%로 세계 1위, 샤프가 2위, 산요가 7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태양전지에서 철수한 파나소닉이 산요를 인수함으로써 일본 업체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파나소닉의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활용할 경우, 산요의 점유율은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막 태양전지에 첫발을 내디딘 한국 업체들은 일본 및 독일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뒤처진 상태. 특히나 파나소닉의 산요 인수 소식은 시장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각 업체들은 태양전지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모바일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온 삼성SDI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용량 발전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 중인 상태. 최근에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건물의 유리창에 부착해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부는 “기존 1세대 태양전지와 핵심장비는 경쟁력이 취약하나, 2~3세대 기술은 선진국과 격차가 크지 않아 집중투자 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직후 “5년 내 세계 100위권 소프트웨어(SW)업체를 열 곳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산업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인정한 셈. 한국은행의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산업동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매출 10억 원당 고용 창출 효과가 제조업은 0.9명인 반면 소프트웨어산업은 6.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다. 부가가치율도 자동차산업은 20.6%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은 28.7%나 됐다. 소프트웨어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른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는 인프라 산업이란 얘기다. 그러나 현재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위상은 미약하다. 국내 소프트웨어 생산액은 국내 산업 총 생산액의 1.1%, IT 생산액의 9.8%에 그친다.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내 소프트웨어시장 규모도 전 세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 100억 원을 넘어가는 소프트웨어기업도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몇 개 되지 않는 상황. 반면 인도ㆍ중국 등의 소프트웨어산업은 매년 20~30%의 성장률과 30~40%대 수익률을 기록한다. 미국 소프트웨어업계는 전체 국외 매출액의 13%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솔루션 및 임베디드소프트웨어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선진국의 기술 격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2년. IT 하드웨어 기술 격차가 1년인 것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격차다. 때문에 지식서비스 부문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소프트웨어 분리발주ㆍ분할발주ㆍ원격지개발 등의 선진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뿐 아니라, 고급인력 양성 및 국외시장 진출의 성과도 일궈 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 소프트웨어 분야에 6,0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점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부분이다.
바이오산업은 건강ㆍ식량ㆍ환경 등 인류난제 해결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기술적ㆍ산업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미래 산업이다. 특히 제대로 된 신약 개발ㆍ성공은 국부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인류 불치의 병으로 불리는 암에 대한 신약만 개발해도 매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며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2007년 말 기준 15종의 신약 개발에 성공, 인플루엔자백신 등을 동남아권에 수출하고 있고, 특허기술력도 세계 14위로 평가받는 등 잠재능력은 어느 정도 갖춘 상태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지원을 약속한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제(국내 임상 2상중), 메디포스트의 연골재생 세포치료제(국내 임상 3상중), 바이넥스의 항암면역치료제(국내 임상 2상중)는 신약 개발의 단계 중 상업화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해 2~5년 내에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임상ㆍ전임상 및 인허가 단계 행정절차가 복잡한 것은 신약 개발의 최대 난적이다. 또 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인허가와 규제가 워낙 까다로워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시가 힘들면 기술력을 외국계에 넘기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신약을 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데, 코스닥 상장 및 상장유지 여건이 너무 엄격해 벤처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바이오 벤처업계의 목소리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 유인책 제공해야 선택과 집중으로 제대로 지원해야 차문중 KDI 경제ㆍ산업연구부장은 “지원 사업별로 성공과 실패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자칫 지원받는 산업과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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