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참으면 병, 폭발시켜도 병, 서로의 ‘화(火)’를 보살펴 ‘화(禍)’를

南塘 2008. 11. 28. 18:25

[건강] 참으면 병, 폭발시켜도 병, 서로의 ‘화(火)’를 보살펴 ‘화(禍)’를 면하자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다섯 명 중 네 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화병의 이유로 이들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 때문에',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라고 답했다.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받아 온 스트레스나 화를 푸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화는 제대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참기만 하거나 그때그때 폭발시키는 것은 병을 자초하는 것이다. 서로의 ‘화'를 보살피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 임원인 B씨는 연말 임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실적이 좋지 않아 불안하기만 하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감원 대상에 포함될 것 같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을 받아 평수를 늘려 이사한 아파트는 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 있는 아들의 유학비도 환율 때문에 엄청나게 오른 데다, 투자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지경이라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이런 고민들 때문에 B씨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면서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치밀어 올라서 목이 꽉 막히는 증상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해 그는 결국 한의원을 찾았다. B씨를 진찰한 결과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단기간에 겹쳐서 누적되어 생긴 ‘화병'이었다.

 


억울한 감정 쌓아 두면 큰 병, 심장에도 심각

예전에는 40~50대 여성들이 너무 참고 살았던 한(恨)이 쌓여서 화병이 생기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층에서 화병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스트레스로 인한 화(火)가 쌓이고 또 쌓이면서 기혈 순환이 울체(공기 따위가 막히거나 가득 참)되어 생기는 화병은 이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흔한 병이 되었다.

화병이 생기는 원인은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다. 억울한 감정이 생기면 바로 표현을 하거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화를 마음에 쌓아 두면 화병이 생기는 것이다.

직장인의 화병은 주로 금전적인 문제나 가족관계에서 생긴 문제 그리고 직장 내 인간관계 등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생긴 화병 증상은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불과 얼마 전까지도 별 스트레스 없이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폭발하듯 화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달아오른다, 항상 피로하다, 머리가 아프다, 잠이 잘 안 온다, 소화가 안 된다, 깜짝깜짝 놀란다, 원인 없이 불안하다, 어지럽다 등이다. 여성의 경우는 변비나 생리불순 또는 무월경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병은 그 자체도 견디기 힘든 증상이지만 더 심각한 사실은 심장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가슴 통증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의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병이 심할 경우 심장이 멈춰서 돌연사할 가능성도 있다.

 


‘화' 제대로 풀어야 ‘병'되지 않는다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받아 온 스트레스나 화를 제대로 푸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화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트레스나 분노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먼저, 억울함이나 분노를 느꼈을 때 자신은 주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분을 안으로 삭이는 유형이라면, 몸에 당장 일어나는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대량 방출되어 신체 각 기관에 독(毒)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피해의식, 한(恨), 분노 등이 무의식 속에 남는다.

그때그때 분을 쉽게 드러내는 유형이라면 당장의 화풀이는 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심적 부담으로 남아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또한 화를 내는 순간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혈압이 오르고,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자율신경의 교란이 일어나게 된다. 즉, 화는 제대로 푸는 것이 중요하지, 계속 참기만 해서도, 화가 날 때마다 폭발시켜도 병이 된다.


자기 조절 능력 키워 ‘화(禍)'를 면하자

억울한 감정이나 분노가 폭발할 때는 감정이 치받혀 오른 상태로 대화를 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양해를 구한 뒤, 마음을 안정시키고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해결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대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을 정리하는 요령은 이렇다.
‘내가 화가 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점에서 내가 구체적으로 억울함을 느꼈던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등 스스로 질문을 던져서 원하는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계속 보고 지내야 할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 갈등이 생겼다면 더욱더 이런 훈련으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비슷한 갈등상황에 자주, 그리고 장기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를 다스리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 신체 내의 혈관이 팽창되어 맥박수가 떨어지고, 호흡도 정상이 되며, 혈압은 자연히 낮아진다. 하루에 15분씩 두 번 명상하는 것은 잠을 두 시간 자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명상을 하는 동안 뇌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항 스트레스 물질인 알파파를 발산하는데, 이로써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음악은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자기 제어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다. 최근 의학적·심리학적 치료법으로 음악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이유는 음악이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자아를 통합해서 정서적 균형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이, 그리고 남의 연주를 듣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 더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울창한 숲에서 나무의 향과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으로 깊이 들이마시며 기분을 새롭게 하는 ‘삼림욕'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 등이 스트레스를 없애고 심신을 순화시켜 주며, 울창한 숲속 계곡이나 물가에 많은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 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순환을 돕는다. 천천히 울창한 숲속을 걷는 것은 몸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기분이 편안하고 즐거워진다.

<화를 다스리는 간단한 명상법>

1. 가부좌 자세를 취한다. 허리는 쭉 펴고,
    턱을 조금 아래로 당긴다.
    눈은 가볍게 감거나, 편안하게 반쯤 감고
    코끝을 바라본다.
2. 코로 호흡하되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면서
    배를 홀쭉하게 한다.
    다시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배를 불룩하게 한다.
    들이쉴 때나 내쉴 때 모두 하나에서 일곱 또는
    열까지 아주 천천히 숫자를 센다.
3. 10분 정도 이렇게 명상을 한 뒤에는 크게
    손뼉을 마주치며 박수를 한 번 치고,
    얼굴과 머리를 톡톡 두들긴다.
    팔과 다리를 쭉 펴서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마친다.

프랑스에서 명상수련센터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를 운영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은 저서 <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응징할 때마다 이라크만이 아니라 미국도 고통을 당했다. 타인을 응징하는 것은 지혜로운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협의를 통해 서로의 ‘화'를 보살피기 위한 전략을 이끌어 내야 한다.”
틱낫한 스님의 ‘화' 다스리는 전략을 직장인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화병 자가 진단법>

아래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간 지속되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친 덩어리가 느껴진다.
▶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 정경연 / 정경연한의원 원장,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