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학교 대표 서형숙 씨의 ‘담대한 아이 키우기’에서 배운다
[좋은 부모 5편] 엄마학교 대표 서형숙 씨의 ‘담대한 아이 키우기’에서 배운다 | |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목소리만 들어도 시름이 사라지고 언제나 힘껏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나는 그런 엄마와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있는 힘을 다해 노력했다. 어느덧 나는 아이를 향해 언제나 두 팔 벌려 웃으며 맞아 주는 엄마가 되었다.
요즈음 언론에서는 아이의 길을 일일이 간섭하고 짜 주는 ‘알파맘',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두는 ‘베타맘'을 자주 다룬다. <조선일보>에서는 나를 한국 대표 베타맘으로, 에서는 대표 베타맘을 기르는 지도자로 소개했다. 나는 알파맘도 베타맘도 아닌 감마맘, 그냥 ‘엄마'다. 아이를 사랑하며 뭐든 다 하도록 지켜보다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때 함께 고민하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 ‘엄마'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힘든 교육 현실 속에서도 웃고 놀며 초·중·고등학교 전교 회장,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며 성적 우수자로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둘째는 학교 부적응아였으며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아 꼴등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공부를 하더니 나중에는 전교 1등이 되었다. 지·덕·체를 겸비한 아이로 자랐다. 그 비법은 단순하다. 문제가 생겨도 화내지 않고 아이가 크는 것을 즐겼다. 남들에게 다 잘하는 내가 왜 아이에게만 화를 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유는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보다 잘살았으면 좋겠고 나보다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내 기대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 그리고 아이는 똑똑한데 하필이면 나처럼 무능한 엄마를 만나 제대로 크지 못하는 것 같은 두려움에 또 화가 났다. 엄마는 칭찬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달라지지 않으니 화를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서로가 편안해졌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누구나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욕심을 부리기 마련이다. 아이와의 갈등은 대부분 부모의 욕심 때문에 생긴다. 내 욕심으로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의 기원을 떠올렸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이기 때문에, 건강하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자녀를 키우며 아이들을 비교하게 된다. “누나는 공부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다른 아이들은 학교 잘 다니는데 너는 왜 가기 싫어하니?” 하며 조금 뒤처지는 아이를 닦달하고 다그친다. 하지만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둘째가 학교를 싫어하더라도 ‘둘 가운데 하나라도 잘 다니니 다행이다, 이 아이 하나만 감당하면 되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화내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들은 “오늘 뭐 배웠니?, 선생님이 무슨 질문했니?”라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겁나 집에 가기가 망설여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학교에서 얼마나 즐거웠니?'라고 물었다. 아이는 언제나 부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또한 아이를 늘 웃으며 맞아 주면 아이는 위축되지 않고 밝게 자란다.
아이들이 밤늦도록 이어지는 학원 수업에 시달리다 보면 낮에 학교에서 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 나는 그것이 무서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었다. 밤에 충분히 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질 수 있었다.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온 게 아니니 공부가 더 재미있었다. 수업 태도도 좋아 선생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학원보다는 학교 공부가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
딸이 고3 때 세계잼버리를 위해 20일간 태국에 가겠다고 했다. 대입시험을 앞두고 가고 싶다고 하기에 보내면서 생각했다. ‘아, 대학은 내년에 가는구나, 재수를 하나 보다.' 하고. 한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다른 남자는 다 놓아야 하는 것처럼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 깔끔한 선택과 포기가 아이와의 관계를 오히려 편안하게 만들었다.
아이 키우는 집들은 아침이 전쟁이다. 아이를 깨우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아이는 볼멘 얼굴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로 가곤 한다. 하루가 가슴 무겁게 시작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하고 싶어서 귓속말로 깨웠다. 아이의 살내를 맡으며 서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최고의 명상 시간이었다. 감사함이 절로 일어 더 큰 집, 더 나은 차, 좋은 직장은 꿈도 꾸지 않게 된다. 아침이 평화로우면 하루가 평화롭고 그것이 모여 아이의 일생이 평화롭게 바뀐다.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엄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시름이 사라지고 언제나 힘껏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나는 그런 엄마와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있는 힘을 다해 노력했다. 어느덧 나는 아이를 향해 언제나 두 팔 벌려 웃으며 맞아 주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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