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삼을 비책, 시스템반도체·친환경이 답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라 1편] 위기를 기회로 삼을 비책, 시스템반도체·친환경이 답이다 | |
IMF 외환위기 때 우리에게는 IT와 벤처로 대변되는 신성장동력이 있었고 이것은 무너져 내리던 한국 경제를 살린 힘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타개할 비책으로 정부는 6개 분야 22개 신성장동력을 선정했다. 선정된 사업 분야는 에너지, 환경, 수송시스템, 뉴 IT, 융합 신산업, 바이오, 지식서비스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투자해 볼 만한 분야가 꽤 많다는 평가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사업들을 짚어 보자. 국내외 사업 현황과 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를 일으킬 산업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자.
10년 주기 위기설처럼 한국에 정말 위기가 찾아온 것일까. 만약 위기라면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혹자는 위기를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회도 스스로 준비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 지금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비책으로 무엇을 갖고 있을까. 최근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연합해 그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바로 신성장동력이다. 한국이 지난 IMF 외환위기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IT와 벤처로 대변되는 신성장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차세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22개 산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향후 100조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신성장동력 22개는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회수 및 자원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원전플랜트 ▷그린 카(Green Car) ▷선박·해양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무선통신 ▷LED조명 ▷RFID/USN ▷로봇 ▷신소재·나노융합 ▷IT융합 시스템 ▷방송통신융합 미디어 ▷바이오신약 및 의료기기 ▷문화콘텐츠 ▷소프트웨어 ▷디자인 ▷헬스 케어 등이다. □ 정부가 발표한 22개 신성장동력
그러나 전문가들은 “22개 산업 모두에 집중하기는 힘들다”며 “이 안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꼽은 ‘선택과 집중' 항목은 현재 한국의 핵심 산업들과도 연계돼 있는 것으로, 반도체·통신·자동차 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현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로, 통신은 차세대무선통신으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위시한 친환경자동차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 밖에도 최근 각광받는 태양전지산업이나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 줄 바이오산업 및 의료기기사업들도 포함돼 있다. ▣ 뉴 IT 부문 1_ 새로운 노다지, 시스템반도체를 강화하라 지난 10월 말 열린 ‘제 1회 반도체의 날'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시스템반도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메모리반도체는 단일 수출품목 중 제 1의 주력품으로 성장했다. 2007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90억 달러. 전체 수출액의 10.5%를 차지한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11%로 3위, 메모리반도체시장만 놓고 보면 전 세계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시스템반도체는 핵심 기능을 하나의 칩에 집약한 것으로, 휴대전화·자동차 등 시스템산업에서 많이 활용된다. 이들 시스템산업이 대부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들임에도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는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3세대 휴대전화 제조원가의 40%가 시스템반도체 비용임에도 말이다. 지난해만도 시스템반도체 기준으로 약 71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세 배 정도 크다는 점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미국(60%), 일본(21%), EU(11%)가 주도한다. 한국은 점유율 2.4%로 대만의 5.1%보다 뒤진 세계 5위권이다. 때문에 지식경제부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훌쩍 넘어선다”며 “한국도 메모리반도체시장에만 치우친 반도체시장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일본과 점점 치열해지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프린터, 와이브로, 전지, 바이오·헬스, 로봇과 함께 6대 주력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며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도 사업다각화 차원 및 메모리반도체 유휴 팹(Fab)을 활용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에 진출했다. 유진근 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시장이 자동차·디지털헬스·에너지 등의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뉴 IT 부문 2 _ 4세대이동통신, 표준화 경쟁의 고지를 선점하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세계 최초 상용화 등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다. 휴대전화는 반도체·자동차에 이은 3대 수출 효자품목이다. 무선통신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 현재 4,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차세대무선통신인 4세대이동통신산업이 2010년 2,698억 달러, 2013년 4,094억 달러, 2018년에는 6,410억 달러 등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세대이동통신은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뜻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기본 인프라로서, 막대한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IT 업체들은 4세대이동통신의 성장성을 감지하고, 영상통화로 대표되는 3세대이동통신 기술을 넘어 4세대이동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4세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정지 시 1Gbps, 이동시 100Mbps 속도가 차세대이동통신 기술 기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4세대 표준경쟁을 놓고 삼성전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구축한 와이브로와 노키아·LG전자를 비롯한 롱텀에볼루션(LTE)어드밴스 진영이 맞선 상태. 최근 기존 모바일 와이맥스를 한 단계 진화시킨 ‘모바일 와이맥스 에볼루션'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표준화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된 ‘모바일 와이맥스 에볼루션'은 4MB MP3 노래 한 곡을 0.2초, 700MB 영화 한 편을 37초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표준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최문기 ETRI 원장은 “우리가 제일 먼저 개발했기 때문에 표준화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2010년 표준화가 확정될 경우, 2011년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의 와이브로가 상용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식경제부는 “취약한 이동통신망을 구성하는 네트워크 장비 경쟁력을 보완하고, 단말기 핵심 부품의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데 5년간 3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송시스템 부문 _ 친환경자동차, 늦었지만 앞지를 수 있는 기회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식경제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자동차를 선정한 것도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이다. 그러나 친환경자동차 부문에서 한국과 선진국의 기술 격차는 큰 상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업들은 이미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 실현을 넘어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후의 차량까지 개발 중이다. 반면 한국은 내년 7월이나 돼야 비로소 현대자동차에서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시기가 늦었다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GM을 비롯한 미국의 경쟁업체들이 파산 위험에 처하면서 기술개발에 진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은 “이는 한국 기업들이 파고들어 갈 틈새가 열린다는 의미”라며 “현재의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2009년 하반기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에 이어 수소연료전지 차량도 2012년에 조기 실용화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1,000대, 2018년에 3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저탄소 친환경자동차' 개발은 석유 대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녹색산업 창출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대 등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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