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담는다, 환경을 사고 판다!
[녹색성장시대가 온다 3편] 환경을 담는다, 환경을 사고 판다! / 녹색성장 관련 해외 기업 사례 | |
컨설팅 전문기업 맥킨지(McKinsey)가 2007년 9월 전 세계 2,687개 글로벌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1%)이 향후 5년 동안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글로벌 이슈 중 하나로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꼽았다. 2006년 같은 조사에서보다 환경문제를 지목한 CEO들이 20% 많아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녹색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련 분야에서 수익기회를 창출하려는 해외 선진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환경·에너지 분야 선점에 주력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기업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가전부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GE는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잭 웰치(Jack Welch)에 이어 2001년 회장으로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는 2005년에 환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사적인 환경경영 전략인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천명했다. 이는 생태를 의미하는 ‘Ecology'의 Eco와 GE의 슬로건인 ‘Imagination at Work(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의 Imagination(상상)을 합친 것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모든 사업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고, 날로 악화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아내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 관련 60개 제품의 2010년 매출 목표를 250억 달러로 설정하고,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2005년 7억 달러에서 2010년 15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04년에 비해 1% 줄일 것이라고 한다. 만약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GE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같은 기간 동안 3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하는 셈이다. 이러한 에코메지네이션을 적극 추진한 결과, 환경·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가 GE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7년 환경?에너지 분야의 매출액은 579억 달러로 총 매출액의 1/3 이상(33.5%)을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부문에서 친환경경영을 실천해 왔다. 1992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실천하기 위해 배출가스 감축, 환경 관련 신기술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도요타 지구환경헌장'을 제정하고, 1993년부터 석유 고갈 등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 개발에 착수했다. 하이브리드 카는 내연기관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운행에 이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특히, 2007년 11월 창립 70주년을 맞아 ‘도요타 글로벌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기술 채용, 고성능 소형 2차전지와 연료전지 개발,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 확립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범퍼나 차체에 폭넓게 이용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합성수지와 철을 대체하는 소재로 식물원료 케나프(Kenaf: 아욱과의 한해살이풀)를 이용하여 생산되는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가 합성수지의 1/3, 철의 1/2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Prius)'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래 현재까지 12종의 하이브리드 카를 출시해 150만 대 이상 판매했다. 연비는 처음 출시 당시 리터당 25.5km에서 2007년에는 33km로 높아졌고, 배터리 성능도 33kW급에서 2007년 165kW급으로 향상되었다. 도요타는 2010년대 초반까지 연간 총 자동차 판매량의 10% 수준인 100만 대의 하이브리드 카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최근 전지업체 파나소닉과 제휴하여 배터리 용량과 효율 향상에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카와 전기자동차의 중간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lug-in Hybrid Car)를 2009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는 가정 내의 전원을 통해서도 충전이 가능하며, 전기만으로도 5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세계 1위의 천연가스 기업인 러시아의 가즈프롬은 최근 ‘탄소중립'이라는 기치 아래 천연가스 제품에 탄소배출권을 연계하여 수출하는 등 탄소배출권을 수출상품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신재생에너지 투자, 나무심기 등을 통해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즈프롬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확보한 25억 유로(Euro)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유럽 발전회사들에게 천연가스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일본의 마루베니(종합상사로 농업, 공업 분야 소비자 상품 거매 및 도매 딜러)와 12월 인도물(引渡物) 탄소배출권의 선도판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가즈프롬은 탄소배출권시장의 성장가능성을 확신하고 ‘노르딕 풀(Nordic Pool)'에도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의 전력시장으로 전력파생상품과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는 노르딕 풀은 21개국의 410여 개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럽에서 유럽기후거래소 다음으로 큰 탄소배출시장이다. 가즈프롬은 국내외 이산화탄소 감축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수출용 탄소배출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 1월 러시아와 동유럽의 에너지 효율화사업 등에 투자해 190억 유로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으며, 4월에는 브라질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인 프로파워(Propower)로부터 향후 6년간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선박과 자동차, 건설장비 등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출발한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오일쇼크를 계기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발빠르게 전환했다. 그 결과 1979년 기존의 철강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상업용 풍력터빈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부동의 세계 1위 풍력터빈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베스타스는 1979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63개국에 3만 5,000여 기의 풍력터빈을 설치하면서 2007년에는 세계 시장의 23%를 점유해 연간 매출액이 67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8년 6월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80% 정도(73기)가 베스타스 제품이다. 또한 베스타스는 협소한 국내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상풍력 시스템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현재 중국에 7개의 공장을 가동 중에 있으며, 2002년부터는 육지보다 바람이 강하고 공간적 제약이 적은 바다로 진출해 영국의 배로우(Barrow)와 덴마크의 호른스 레우(Horns Rev) 등에 해상 풍력단지를 조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