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뜨고’ 있는 중남미 경제, 성장 엔진을 들여다보니

南塘 2008. 10. 26. 19:21

[중남미를 간다 2편] ‘뜨고’ 있는 중남미 경제, 성장 엔진을 들여다보니 
  

경제 위기로 잃어버린 5년(1998~2002년)을 보낸 중남미가 2004년부터 완전한 성장세로 진입했다. 최근 4년(2004~2007년) 동안 중남미 경제는 연평균 5.5%의 성장을 기록하며, 1970년대 초 이래 최장의 경기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중남미 경제를 이끄는 성장 엔진은 무엇이며, 중남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의 경제 현황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수출, 소비, 투자 - 성장 이끄는 세 개 축으로 작용

첫째, 최근 중남미 경제의 빠른 성장세는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결과이다.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국제 상품 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에 힘입어 2000년대 들어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1~2007년 동안 중남미의 수출 규모는 두 배나 증가(2001년 3,948억 달러 → 2007년에는 8,330억 달러)했다. 수출 증가로 인해 무역흑자는 2001년 96억 달러에서 2006년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1,175억 달러)를 돌파했다. 무역흑자와 함께 2003년 이후 경상수지도 흑자로 전환되었다. 이같은 분위기로 외환 보유고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중남미 경제의 대외 취약성 역시 크게 개선되었다.

둘째, 최근 중남미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는 실질소득 증가에 따른 왕성한 소비 지출에서 기인한다. 중남미 경제에서는 내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비 증가는 중남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원으로 작용했다. 물가 안정, 고용 확대 및 임금 증가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 해외 거주 중남미인들의 본국 송금 증가 등의 요인으로 중남미 각국의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중남미 각국의 신중한 물가 안정 정책에 힘입어 소비자 물가는 2002년 12.2%에서 2007년 6.1%로 하락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 확대로 실업률도 2002년 11%에서 2007년 8%로 감소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이어 제 2의 자본 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는 해외 거주 중남미인들의 송금은 2007년 57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상류층의 증가도 눈에 띈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5년(2004~2008년)간 중산층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2.26%에서 51.89%, 상류층 가구의 비중도 11.61%에서 15.52%로 증가했다. 그에 반해 빈곤층 가구의 비중은 46.13%에서 32.59%로 크게 감소했다.

셋째, 높은 투자 증가세도 중남미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내수 증가, 금리 인하, 주식시장 발전에 따른 자본 조달의 용이성 등에 힘입어 그간 주춤했던 투자는 2006년부터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 중남미는 광물 에너지 자원 부문에 대한 투자 유입 증가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자원 풍부한 남미 국가들이 성장 주도

나라별로 살펴보면 최근 중남미 경제 성장세는 풍부한 천연 자원으로 국제 원자재 붐의 혜택을 누렸던 베네수엘라,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먼저 중남미 대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2004~2007년 연평균 12%의 경제 성장률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농산물 수출 강국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각각 9%, 8.2% 성장세로 뒤를 이었다. 세계적인 광산물 수출국인 페루도 같은 기간 7%대 성장세를 보여 고성장국 대열에 합류했다.


기초 체력 강화로 외부 대응력 커져

중남미 경제는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태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혼란 등의 대외 충격을 잘 견디고 있다. 무역 흑자 및 경상 수지 흑자 등의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환 위기시 실탄으로 사용할 외환 보유고도 충분한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우 2008년 8월말 기준 2,053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로 세계 7대 외환 보유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주식시장 등 국내 자본시장의 발달로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중남미 각국의 외채 상환 노력에 힘입어 외채 규모도 2003년 국내 총생산(GDP) 대비 45%에서 2007년에는 21%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미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미미, △현재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첨단 금융 상품의 부재, △중남미 은행들의 낮은 해외 차입 비중 등이 중남미 국가들의 대외 위험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남미 국가 중 가장 개방화된 칠레는 은행 부문의 해외 차입 의존도가 7%에 불과하다. 이같은 중남미 경제의 체질 강화는 올해 들어 페루와 브라질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Fitch) 등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투자 적격 등급을 받은 데서도 확인된다. 종전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칠레와 멕시코만이 투자 적격 등급 대상이었다.


2008년 경제 성장도 남미 국가들이 주도할 전망

2008년 중남미 경제 성장은 소지역별로 중미·카리브 지역보다는 남미가 확실하게 주도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권 경제의 성장 둔화세로 제조품보다 1차산품, 선진국보다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남미 국가들이 입장이다.

유엔의 남미경제위원회(ECLAC)는 2008년 남미 경제가 5.6% 성장세를 기록, 중미·멕시코 경제(2.6%), 카리브 경제(4.0%)의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라별로도 남미 지역에 속한 페루(8.3%), 우루과이(7.5%), 아르헨티나(7.0%), 베네수엘라(6.0%) 등이 경제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남미 경제 양대 성장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과 멕시코의 명암이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 경제는 오랜만에 중남미 평균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며 그간 실추되었던 중남미 경제 성장 엔진으로서 체면을 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멕시코 경제는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낮은 성장세에 그칠 전망이다.

2008년 브라질 경제는 국제 금융시장 혼란 등 대외 경제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장촉진계획(PAC) 프로젝트(총 2,366억 달러)의 본격화, 자원 개발에 대한 국내외의 높은 수요, 국가 신용등급의 투자 적격 상향 조정, 10월 지방선거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등의 호재에 힘입어 지난해와 비슷한 5.3%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실제로 금년 1~2분기 경제 성장률은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와 소비, 공급 측면에서는 건설업, 제조업의 성장에 힘입어 각각 5.8%, 6.1%(전년 동기 대비)에 달했다.


중남미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1차산품 가격 폭락

중남미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최근 중남미 경제 성장세는 경쟁력 강화 등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1차산품 수출 증가 등 에 의한 국면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중남미 경제 성장의 공(功) 절반이 대외 환경 덕택이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남미 국가들의 경우 1차산품에 대한 의존도가 7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세계 경제의 급속한 경기 침체는 남미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중남미 경제의 성장 구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경제 성장의 동력원 역할을 하는 투자율(2006년 GDP 대비 21%)이 아직까지 아시아 개도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아르헨티나 사례에서 목격되듯 경제 체질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언제든지 경제 위기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중남미 경제의 고질적인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 권기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