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시대의 변화와 고객의 마음에서 찾은 150년 ‘명품 장수’의 길

南塘 2008. 10. 26. 19:18

[올드 기업, 올드 브랜드 2편] 루이비통 / 시대의 변화와 고객의 마음에서 찾은 150년 ‘명품 장수’의 길  
  
L과 V가 겹쳐진 로고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루이비통은 명품 중에서도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1854년 첫 매장을 연 뒤 지금까지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로 사랑받아 온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성공한 기업의 사례로 수없이 인용되고 있지만 ‘고급 마케팅'이라는 말만으로는 그 오랜 성공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명성을 유지해 온 루이비통의 비결은 무엇일까.


변화를 예견하는 눈, 고객 중심의 제품 - 여행과 트렁크

루이비통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바로 시대의 변화를 읽어 낸 점이다. 루이비통은 “지각(知覺)은 대중의 감각이 변할 때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행을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일찍이 여행의 중요성을 깨달은 루이비통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로 인한 사고와 지각의 변화를 예견했다.

여행은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그만큼 낯설고 번거로울 때가 많다. 특히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마차 등으로 물건을 운반해야 했던 과거의 여행길에서는 중요한 물건이 깨지거나 망가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바로 이러한 불편을 짚어 낸 혜안(慧眼)으로부터 루이비통 성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여행길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루이비통은 열기만 하면 옷장이 되는 트렁크부터 마차를 넣을 수 있는 트렁크, 와인병과 잔을 보호하는 와인 트렁크, 실제로 이동이 가능한 책상 트렁크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트렁크를 만들어 냈다.

한정된 공간에 효율적으로 물건을 정렬하기 위한 공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트렁크 제작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의 트렁크'를 실현했다. 한편, 고객의 여행길을 편하게 지켜 주기 위한 그의 연구 결과는 루이비통의 중요한 특징인 자물쇠에도 반영되었다. 바로 일련번호를 통해 한 고객이 갖는 모든 루이비통 가방을 하나의 열쇠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세심한 배려는 루이비통의 철학이기도 하다.


장인정신이 실현되는 최적의 작업 공간

루이비통 제품은 최고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루이비통이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모조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루이비통을 향한 동경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진짜' 같이 만든다 해도 숙련된 장인의 실력을 흉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상의 가죽을 선별하는 방법이나 직접 가죽을 자르고 틀을 만들어 바느질하는 기술, 여덟 번의 품질검사 과정을 거치는 제작방식을 따라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게다가 루이비통에서는 장인을 배려한 최적의 작업공간까지 뒷받침되고 있으니 모조품에서는 절대로 루이비통의 아우라를 찾을 수 없다. 브랜타 발리(Branta Valley)나 몽생 미셸 베이(Mont-Saint-Michel Bay) 등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창문을 가진 파리의 작업장은 빛, 고요함, 질서를 지닌 건축공간으로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최적의 작업 공간에서 최고의 장인이 만드는 작품.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루이비통의 진가로 증명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대적 디자인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읽는 루이비통의 능력은 디자인에서도 발휘된다. 모노그램 캔버스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통해 현대의 트렌드에 맞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온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패션계에서 ‘천재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마크 제이콥스를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루이비통과 마크 제이콥스의 만남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루이비통의 상징인 모노그램 캔버스에 붓으로 쓴 듯한 다양한 컬러의 글씨가 더해진 ‘그래피티 라인'이나 일본의 팝아티스트로 유명한 다카시 무라카미의 디자인이 결합된 ‘무라카미 라인'은 모두 마크 제이콥스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이 제품들은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루이비통만의 독특한 디자인 라인을 만들어 낸 그의 뛰어난 발상은 명품 고객의 연령층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확보했다. 전통을 존중하는 ‘클래식 라인'과 함께 생산된 젊고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제품은 더욱 많은 고객을 사로 잡았다. 또한 루이비통의 여러 디자인을 수집하는 컬렉션 형태의 소비도 이끌어 냈다. 이는 명품으로서의 전통을 유지하는 방식과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루이비통의 열린 시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예술을 존중하는 문화 경영

고객의 욕구가 변화함에 따라 고유 디자인에 아티스트의 작품 이미지를 결합시킨 새로운 제품은 루이비통의 예술적 감각을 보여 준다. 현대사회의 기업경영에 있어 문화·예술은 매우 중요한 요소. 루이비통이 기업경영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 것은 ‘여행'을 시작으로 한만큼 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의 예술적 마인드는 각 매장의 디스플레이 디자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52개국에 퍼져 있는 340여 개의 매장은 어느 하나 똑같은 디자인이 없다. 각 나라와 도시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제품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까지도 존중하는 루이비통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또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에 의해 쇼윈도 디스플레이가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지난해에는 국내 아티스트 김홍석에 의해 국내 모 백화점 매장의 쇼윈도가 꾸며졌다. 자국 아티스트에 의한 쇼윈도가 탄생한 것은 루이비통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이비통의 전시관 에스파스 루이비통에서는 <메타모포즈, 한국의 트라젝토리>(2008년 10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국의 작가들을 초대해 한국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것으로 세계 현대미술에 주목하는 루이비통의 면모를 보여 준다.

루이비통이 강조한 여행의 가치는 150년이 넘은 지금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현대인들의 여행은 일상으로 지친 육체에 휴식을 제공해 줄뿐만 아니라 무감각해져 가는 영혼을 흔들어 깨워 지각을 변화시킨다.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여행을 위해 현재를 투자하고 좋은 집보다 여행에 더 큰 가치를 두기도 한다.

문화·예술은 루이비통의 역사 그 자체이다. 기업의 문화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루이비통의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루이비통의 문화·예술 경영은 고객에게 최고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으며, 고객의 미묘한 감정에까지 귀 기울인 감성 경영이 다시 문화·예술적 가치로 이어졌다.

시대를 앞서는 사고와 그 흐름을 반영하는 디자인 그리고 고객의 감성을 존중하는 제품이 루이비통이 150년 넘게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다.


- 최유진 /<미술세계>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