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다
[세상 속으로 나온 심리학 1편] 심리학,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다 | |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심리학은 이러한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이 요즘은 세상 밖으로, 일상생활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와 너, 개인과 타인의 심리는 물론 생산, 소비에 이르기까지 연구 범위가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사회의 흐름에 맞춰 심리학은 이제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인간 심리를 연구하게 되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심리는 다양한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필수 지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인간 심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심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심리는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인간 심리와는 거리감이 있다. 자기 실현적 위기를 언급한 신문 기사에서도 정작 위기 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이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느낄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객관적으로 엄청난 위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기를 느끼지 못했던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실재 존재하는 것보다 더 과장된 위기감을 느끼느냐의 문제이다. 심리학은 이런 문제를 다룬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드라마'에 온 나라가 빠져 버리는 일이다. 인기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거리가 텅 비고, 수돗물 소비가 줄어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국민 드라마가 탄생하고, 또 어떤 드라마의 경우 내용을 모르면 일상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인의 집단성, 또는 쉽게 끓고 바로 식는 냄비 같은 국민성이라고 언급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한국인의 자랑스런 장점으로 빠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에 좌우되고 졸속으로 평가되는 사건과 연결될 때, 이는 고쳐야 할 점이 된다. 분명 같은 특성이지만, 상황에 따라 장점 또는 단점으로 그 모습을 달리한다.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심리학은 이런 현상에 주목한다. 어떤 하나의 특성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르게 보여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소비하느냐로 어떤 사람을 더 잘 알게 되는 사회, 이것이 바로 대중 소비사회이다. 대중 소비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사회 현상이 바로 대중의 소비 코드를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심리학은 대중들의 소비 코드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뿐 아니라 이것이 각 개인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고 했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구체적인 소비 코드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의 정체가 그 사람이 소유한 물질로 더 잘 판단되는 자본주의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심리학 연구이다. 보통 심리학자는 자신의 역할을 인간의 행동과 사고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그동안 일상 생활이 아닌 실험실과 같이 통제된 공간 속에서 이루어졌다. 개인의 정체를 소비 행동이나 소비의 코드를 통해 파악하려는 활동은 지난 100년 동안의 심리학 역사 중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소비나 대중문화와 관련된 일상의 심리, 비즈니스에 적용될 수 있는 심리학 연구는 비교적 최근의 추세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과 행동에 대한 탐색과 연구 활동은 아직까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실험 연구 방법을 도입한 대학의 심리학은 더욱 그러하다. ‘실험 연구 방법'을 ‘실험실 연구'로 착각하여 사회와 유리된 실험실 연구만을 고집해 온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마음과 행동 방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이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심리학자는 이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왜 살아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구체적인 소비 행위와 연결시켜 탐색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각 개인 삶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소비 행위로 분석하고, 소비 현상에서 찾아야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지난 100년 동안 심리학 연구에서 이루어져 왔던 자신과 타인, 또는 인간 개개인의 ‘삶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소비 행동이나 소비 심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심리학자의 주 관심사는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는 방법의 근간이 되는 심리기제나 현상을 찾는 것이었다. 인간은 모두 동일한 욕구와 동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것을 자극할 수 있는 방편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 소비 행위의 주체인 인간이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알려고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인간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산업사회의 생산물을 더 잘 소비하고 처리하기 위한 인간 심리의 연구였다. 생산자가 주축이 된 산업사회에서 전형적인 심리학자의 역할은 모든 인간이 동일한 욕구와 동기를 가졌다고 가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새로운 힘을 가진 주체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가정 역시 변화하였다. 인간은 동일한 욕구와 동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것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충족되는 과정을 알려고 한다. 다양한 소비 코드가 나타나며, 또 각 사람들이 각기 다른 소비 코드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심리학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의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필수 지식 분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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