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 각국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자국의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해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10여 년 전부터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든 상태이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은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모잠비크, 나미비아, 보츠와나, 앙골라 등 14개 국을 관할하는 남아공판매법인(SSA)을 설립했다. TV, 모니터, 휴대폰, 캠코더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으며, 휴대폰, LCD TV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다음으로 약 30%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고 있다.

또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원개발 사업 부문에서는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등의 공기업이 진출해 있다. 대부분의 중동 국가나 중남미 국가와 다르게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외자 유치를 위해 외국 개발업체들에게 유전 개발 운영권을 부여하고 있어 그만큼 개발 참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에 삼성, SK, 대우조선해양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상품의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은 2~3%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상품이 차지하는 위상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과 비교해 볼 때 열세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 아프리카 수출이 전반적인 수출 호조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6년에는 드디어 100억 달러 가까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입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2~3% 선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 2% 수준에서 2005년 7.5%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 아프리카 투자 실적은 2006년 말 누계 기준 199건에 약 12억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액의 1.7%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유개발 및 도소매업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직접 투자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으나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업종별로는 석유 등 에너지개발 사업을 포함한 광업(45%), 숙박음식점(20%)을 비롯한 제조업(17%), 도소매업(14%)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 아프리카 투자 진출이 빈약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프리카가 아직 투자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고, 우리 또한 투자 진출에 대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갖지 못한데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업들이 교역하는 대상국이 일부 국가에 편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대 아프리카 수출은 라이베리아, 남아공, 앙골라, 나이지리아, 케냐 등 5개국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 선박을 제외한 상품을 기준으로 할 때, 최대 수출 대상국은 남아공이며 이어 앙골라,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 에티오피아 등의 순이다.
주요 수입 대상국도 남아공, 콩고, 나이지리아, 잠비아 등의 순으로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원유 및 광물자원의 수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박태화 코트라 중아CIS팀 차장은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진출이 아직 미미한 편”이라며 “지·상사 또는 투자기업의 경우에도 이집트, 알제리, 남아공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활동이 활발한 편이나 공관, 유관기관이 없는 국가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틈새시장에서 길을 찾다
전문가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자원개발 시장으로서의 매력 이외에도 전략적 거점 또는 소비시장으로서 아프리카 지역이 지닌 매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산유국들의 국가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이에 따른 수입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성장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아프리카 지역이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 아프리카는 세계 다른 어느 지역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 8억 5,000만 명 가운데 휴대폰 사용인구가 이미 1억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오는 2010년 경에는 그 수가 1억 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 것일까? ‘틈새시장에서 길을 찾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정환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프리카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53개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거점국가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3+3', 즉 ‘사하라 이북 3개국(알제리, 이집트, 리비아)+사하라 이남 3개국(앙골라, 남아공, 나이지리아)' 전략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것. 제한된 역량 내에서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이들 거점국가 위주로 진출 노력을 집중하면서 점차 주변국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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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부국 남아공은 세계적인 자원의 보고이자 사하라 이남 지역의 핵심적인 물류유통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의 전략적 거점시장이다. 알제리 역시 막대한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신흥 산유국으로 개발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집트는 나이지리아나 알제리만큼의 산유대국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와 중동의 관문으로 인구 7,200만 명의 시장 규모를 지니고 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원유 부국으로 국토의 70% 정도가 아직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는 상당한 규모의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개척지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자원개발과 플랜트 건설을 연계시키는 협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동남아, 중동에서 입증된 플랜트 및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건설 기술이 있으며, 정유 및 석유화학공장, 발전설비, SOC 건설기술에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컨대 남아공은 발전 분야와 연계될 수 있으며,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리비아는 발전, 교통(도로 및 철도), 오일 및 가스 등과 연계해 진출을 꾀할 수 있다. 그 결과 나이지리아에서 전력 인프라 구축 필요성에 착안, 우리나라의 전력 플랜트 역량을 접목함으로써 플랜트 수출과 자원개발 기회를 동시에 확보하기도 했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역량은 선진 오일 메이저들에 비해 열세에 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자원개발과 플랜트 건설을 연계하는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산유국의 협력 니즈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안경주 / 이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