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잊어지기 전에 살아온 긴 날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책을 쓸 생각이다.
오늘 이야기는 벼 이삭줍기….
1968년부터 1973년까지로 기억이 되는데…. 6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보리고개”가 있었다. 농사를 짖지 않는 우리는 1년 내내 가난으로 보리고개 아닌 죽도 못먹는 심각힌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다…산업이 발전하기 전이라 선친께서 막노동외에는 할 것이 없고 그나마도 계속 있는 것은 아니였다. 내 어린 기억에 허구하날 방에만 있는 아버지, 땟거리를 해결하려고 거리에 나서는 어머니는 정반대의 감정으로 내 어린 가슴에 쌓여 왔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아버지처럼은 살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 숙명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가난을 이기고자 국민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가을이면 추수가 끝난 논으로 자루하나 챙겨 메고 벼이삭을 줍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기계화 되어 있지 않고 사람이 손수 벼를 베고, 날라서 볏단을 일렬 이중대로 세워서 말리고 이후, 잘사는 집은 탈곡를 타작기로 십십일반 동네 사람들과 일을 나누던 시절이 있였고 그렇치 않으면 일일이 볏단을 두둘려서 타작을 한 후 말리고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걸치게 되어 추수가 끝난 논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낱알들이 달리 벼이삭이 떨어져 있다. 학교가 끝나는 1시부터 어두워지는 6시까지 용두천을 사이에 둔 집앞 영천동, 명동(훗날 명서동), 강제리, 신월리, 하소리, 천남리, 화산동까지 하루 8km정도를 걸으면서 한 보름(15일)간 이삭을 줍고 그걸 말리고 하는 고사리 손작업은 쉴사이가 없었다. 당연 공부는 뒷전 내아래 2살터울 동주, 4살 터울 동찬이 7살 과 5살이 되던 해 겨울(1967년, 1969년)과 여름, 발암으로 인해 먼저 세상을 뜨게된다.. 이야기는 나중에 기억을 살릴 것 같다), 이는 기근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내가 성장과정에 알게 되었음으로너무나 가슴아픈 기억이라, 암튼 어린 동생들(현숙, 동기, 동진) 집에 두고 이삭을 줍는 기나긴 추수를 한다.
이렇게 모은 이삭은 그때 사용하던 볏짚 가마니로 해마다 2가마니(지금에 80kg) 정도의 쌀을 얻는 결실이 된다. 그럼 우리집 6식구가 3개월정도 겨울동안 먹는 양이 되는데, 집안 생활비로 1가마니 정도를 내가 팔게 되면 그해 겨울은 배급 밀가루에 수재미와 국수로 연명해야하는 피난민 아닌 피난민이 되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이삭을 줍고 살아온 나는 아마도 환경을 극복하는 강한 근성을 가지는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시절 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작은 키에도 골키퍼를 맡아 지지 않는 투지와 승부근성을 가지고 친구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동네 친구들 대부분은 부유한 편이 였다.. 아버지가 이북 고향인 성호는 중앙시장에서 제법 커다란 광성상회 웃장사를 했고, 나름 억척 같은 부모를 둔 호준이는 번두름한 집에서 동네 구명가게를 운영하면 살았고, 덕현이는 형들이 음식점, 카바레 등을 운영해서 정말 잘사는 아이들이였다.. 붕알 친구 4중에 나만 간난에 허덕이며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란것 맞는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간은 공평한 것 같다. 어떤 노력이든 친구들 중에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이고 사회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은 확실한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 가을 추수 계절에 벼 이삭을 줍던 나는 허기와 배고품을 극복하려는 인간에 본성에서 시작된 것이고, 부모님이 시켜서 한것도 아니고,,,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나자신이 참 대견 스러웠던 것은 확실하다… 동네에서야 둘도 없는 효자라고 했지만 그것은 너무나 부담스런 이야기였고,, 누구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존 하고자 하는 의식은 분명히 있다. 생각이 다르고 방법이 다를 뿐이지 그 결과는 대동 소유하고 같은 인간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해가지는 하소리 뱀산 머리(지금은 그 큰산이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부터 해가 뜨는 강제리 옥녀봉 앞 뜰까지 십여리에 널린 이삭은 나를 비롯한 그당시 살고자 했던 어머니들의 삶의 터전이였던것은 사실이다….(저녁과 아침을 바꾸어 표현한것은 집에서 가까운 뱀산) 섬세하게 쓰지는 못했지만 후일 책으로 낼때는 잘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