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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동천 8경

南塘 2010. 5. 23. 19:58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3리 용문산 북서 산록 해발 700미터 지점 하늘 아래 첫동네 어비동천(御飛洞天) 임금이 하늘로 오르시는 길목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주인장은 대구대학교 국문학과 이동근 교수이다. 필자의 사촌형님이기도 하다. 1,200여평의 산곡에 자리 잡은 어비동천은 여름은 짧고 그다음 봄과 여름이 짧다. 물론 겨울은 길고 길다.... 어비동천 가람 뒷 밭 500여평에는 친환경 감자, 옥수수, 콩, 고추, 상추 등등이 자라고.경내에는 곰치와 산나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자연 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이동근 교수는 글을 쓰고 후학에게 배움을 전달하기 위한 국어와 국문학 연구에 열중이다. 그가 남기는 많은 수필과 시(詩)를 통해 자연과 사람의 순열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에 논문을 통해 우리 중세 국문학에 뿌리를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어비동천을 한해에 2~3번은 찾는다. 그곳에는 나만이 가지는 어비동천 8경이 있기 때문이다.

 

1경(景) 어비계곡과 어울려 있는 거대한 바위 입석이다. (어비동천 편암에 석가현 이동근 교수의 친필이라 그의 묵뇜음이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원래 이동근 교수는 육사출신이다. 그가 고향 제천에서 육군사관학교에 처음 입학한 제천고의 자랑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동근 교수는 매우 가정적이고 가정친화적이다. 그리고 그는 조용한 성품과 선비와 같은 정절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그의 글씨는 어비동천의 1경으로 논하기에 부끄럼움이 없다.

 

 

제1경 어비동천 표지석 

 

2경(景) 어비동천 피안교 장승이다. 이 다리를 지나면 나랏님이 세계의 마을에 들어 선다. 입구에는 천하대장부, 천하여장부의 장승이 보통사람의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수정처럼 고운 하늘을 이고 따스한 지기를 바탕으로 서서 매번 방문시 마다 반기는 얼굴이 인간사 조화가 아니겠는가 ? 이와 같이 사람과 자연과 장승이 만나는 지점은 2경으로 칭하기에 부끄럼이 없을 것이다.

 

제2경 어비동천 피안교 장승


 

3경(景) 마을의 안녕과 지난 길손의 행복까지도 기원해 주는 솟대의 풍광을 나는 제3경으로 두고 싶다. 어비동천 초입을 지나 마당에 들어 서기전 10여기의 솟대를 만나게 된다. 모습은 우아한 학(鶴)의 모양과 기러기, 두루미 등등의 새 모양이지만, 그것은 바라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새의 이름이 확정되는 것이다. 이동근 교수는 학과 같은 분이다. 고고하고 진위적 자태로 선비로서 학자의 길을 걷는 퇴계이황의 후속답게 통속적이거나 고정적 틀에 있는 분이 아니다. 이러한 자연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 이사회의 올바른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원하고 이를 위해서 묵묵하게 지성과 창의를 통해 대학에서 수 많은 학(鶴)과 두루비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그의 정신을 받아 제3경으로 명명한다.

 

 제3경 솟대

 

4경(景) 맑은 아침보다도 비가 오는 우수가운에 그 정취가 뛰어난 가람의 본체는 그야말로 어비동천의 중심이다. 50여평의 단층이지만 커다란 창을 가지고 있어 멀지 않은 유명산과 중미산 자락을 바라보면서 인생 철학을 담고 이야기하고 세월을 만나 외롭지 않은 삶의 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장소이다. 청송에 둘러처 그 모습이 기와집이라기 보다는 토담과 같고 석굴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본체 가람은 편안한 안식을 가지게 함에 4경으로 꼽게 할 수 있다.

 

 

 

제4경 본가람(청솔)

 

5경(景) 구담 (九淡) 산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어비동천 좌현에는 용문산에서 발원한 어비수

가 구비구비 9개의 연못을 이루어 커다란 암석들과 어울려 흐른다. 물 맑음은 재빛 보다 깨끗하다. 높고 낮은 폭포를 만들고 작은 소(沼)까지 만들고 나면 머루랑 달래랑 일천겹이나 얽힌 계곡에서 복잡한 세상사 논쟁을 내려 놓고 바득 한판두면 도끼자루는 이미 썩은지 오래이고 우린 신선이 되어 긴 상투만을 재 틀 것이다.  

 

 

제5경 구담

 

6경(景) 물레방아이다. 가람 우현 계곡에서 내려 오는 자연수를 이용해서 물레를 돌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물길이 끊기지 않으니... 생명이 질긴것이 우리내 인생인가. 수많은 야사와 설화에서 물레방아는 우리의 가슴가운데서 같이 살아온 질곡의 세월의 대명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시와 같은 소설 '메밀꽃이 필 무렵'이 생각나는 물레방아 ! 이곳에는 사랑에 대한 고귀한 애증이 녹아서 쉴세 없이 물레를 돌린다. 이미 방아의 기능은 상실 했지만 물레의 기능 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깊게 사로 잡는 물레 방아는 어비동천의 6경이기에 충분하다.  

 

제6경 물레방아

 

7경(景) 용소(容沼) 세상에 있는 소(沼)는 모두 용소(龍沼)이다. 그런데 어비동천에 있는 용소는 얼굴 용(容)字 용소이다. 즉 얼굴을 씻고, 얼굴을 바라다 보고, 얼굴을 바로하고,  고치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 후대의 조카들에 얼굴이 새롭게 되는 곳이다. 일월산 5대조 할비 산소를 쓸때 일화는 原 子 학렬 자손에서 정승이 나온다 했다.는 說이 있다. 선친세대는 가난과 어려움에서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 희생과 아품의 세월을 절상해 왔다. 필자의 선친은 3형제이다. 필자는 원주큰집, 동현동 큰집, 그리고 영천동 우리집으로 명명한다. 우리 장손인 원주큰집 동선형님은 내년에 초등학교 교장이 되신다고 한다. 그리고 어비동천의 주인장 동현동 큰집의 동근 형님은 대구대 교수님, 아 영천동 필자는 작지만 국가품질명장과 혼자 힘으로 공학박사까지 된 시시콜콜한 필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촌들의 형세는 우리 후손에서 진성이씨 안동파에서 정승을 내지 마라는 법은 없다. 난 믿고 싶다. 정승이 되는 것이 나의 조카이든 나의 자식이든 이 용소(容沼)에서 자신의 얼굴이 가장 바르고 깔끔하게 빛나는 녀석이 큰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그러고 보면 결코 이 용소는 주인장 이동근 교수의 선경지명이 있어 만든 풍수적 해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치이다.

 

제7경 용소

 

8경(景) 석가현이다. 배흘림 네 기둥을 엮어서 이엉을 덮고 만든 정자이다. 뒤쪽으로는 용문산 북쪽 정맥을 배경으로 하고 앞으로는 정西형 유명산과 중미산을 바라다 보면서 어비계곡을 은은하게 바라다 보는 모습. 저녁해가 지는 모습을 선비의 기풍으로 호연지기를 느끼는 정자 석가현이다. 비가 내리고 나면 그 운치가 더욱 좋은 곳 싱그러운 신록의 맛을 보면서 텃밭에서 성장하는 갖가지의 농산물을 바라다 보면서 인생의 순백함과 땅의 정직함 그리고 환경의 건강함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길 역작이 태어날 곳이다.  그러한 초가 한칸 정자인 석가현이 어비동천의 마지막 8경이 될 수 있다.

 

제8경 석가현 정자

 

 

 2010년 5월 23일(조카손녀 이민영 백일 잔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