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돈을 부르는 상상력! | |
누구나 상상력을 말하고 창조력을 외치지만, 추상적이고 뜬구름 같은 얘기로 끝나기 쉽다.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마케팅의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상상력', 다른 이름으로 ‘비즈니스 창의력'이라는 보다 구체적 실체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상상력이 마케팅을 승리로 이끌까? 현실에 기반한 날카로운 상상, 정보에 감성이 더해져 계산되고 계획된 상상, 소비자 인사이트(Insight)에서 비롯된 상상이 바로 답일 것이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발해서 미칠 것 같은 대단한 상상력'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돈이 되는 상상력'이다.
좋은 상상력, 즉 돈이 되는 마케팅 상상력은 대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나 이미 알고 있는 정보로부터 시작된다. 일상을 관찰하거나 뉴스를 재해석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상상력은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최근 들어 ‘소비자 인사이트'가 더욱 강조되는 것도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러시아에서 팔리고 있는 급속냉동칸이 있는 냉장고는 소비자 관찰의 결과물이다. 전자회사 연구원이 러시아 현지인의 집에서 숙식하면서 그들이 생일파티 때 보드카를 냉동실에서 몇 시간씩 얼려 젤과 비슷한 상태로 마시는 것을 보고 이를 상품 개발에 적용했다. 20~30분 만에 보드카를 얼리는 급속냉동칸을 별도로 설치한 신제품 냉장고로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동에서 히트한 ‘메카 인디케이터 폰'도 현지인의 생활을 관찰한 결과이다. 중동 현지에서는 ‘키블라(Qiblah) 폰'이라고 불리는데, 이 휴대폰에는 ‘메카(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에 있는 도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으로 이슬람교 최고의 성지)'의 방향을 알려 주는 기능과 하루 다섯 번 이슬람의 기도시간인 ‘살라트(Salat)'를 알려 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간단한 알람 기능과 GPS를 통한 방향제시(나침반) 기능이 중동지역의 문화적 상상력을 만나, 하루 다섯 번 메카가 있는 쪽을 향해 기도하는 모슬렘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으로 거듭난 것이다. 대단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게 아니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을 구현해 낸 것뿐이지만, 메카 인디케이터 폰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중동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자물쇠 달린 냉장고도 있다. 냉장고에 특별한 기술을 덧붙인 게 아니다. 다만 냉장고 문에 간단한 열쇠구멍과 잠금장치만 달았을 뿐이다. 이 또한 기술적 접근이 아닌 문화적 상상력으로 접근한 것이다. 중동지역은 예로부터 물과 음식이 귀했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단지 음식을 시원하게 해 주는 도구를 넘어 ‘중요한' 음식을 보관하는 도구로서의 의미도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세계 최초로 자물쇠 달린 냉장고가 만들어졌고, 그것은 중동지역에서 히트상품이 되었다. 단지 간단한 잠금장치 하나 달았을 뿐인데 타사 제품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면서 냉장고의 가치 혁신을 일궈 낸 것이다. 요즘엔 엄마들이 아이들의 비만을 걱정하여 음식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자물쇠 달린 냉장고의 수요가 생긴다. ‘차갑게 하는 기능'만 연상되던 냉장고에 ‘잠금장치'라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상상력이라고 해서 허황되거나 막연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생활 주변의 사소한 호기심에서 나온 아주 현실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놀라운 기술이 팔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만족시키고 자극하는 상품이 팔리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휴대폰이나 냉장고는, 결국 니즈와 원츠의 출발은 소비자이고 소비자에 대한 창조적 접근은 결국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상상력이 돈이라는 말이 이제 실감나지 않는가?
현실에만 안주하고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회도 없다.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현실과 미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볼 수는 없어도, 현실에 기반한 미래를 상상해 볼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함평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군에는 원래 나비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함평과 나비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런 촌구석까지 누가 구경 오겠냐?”며 상당수의 공무원들과 90% 이상의 주민들이 처음에는 함평나비축제를 만드는 것을 반대했다. 그것은 ‘현실의 눈'으로 본 탓이다. ‘상상의 눈'으로 보면 달리 보인다. 나비가 없으면 구해 오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나비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제는 나비농사를 통해 나비를 길러 낸다. 함평나비축제는 모두의 반대로 시작했지만 이제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찾을 만큼 성공했고, 입장수입과 관광수입을 비롯하여 각종 이벤트와 대규모 행사에서 비둘기ㆍ풍선을 대체할 나비를 생산ㆍ판매하는 수입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또 나비축제 덕분에 함평은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쌓아 함평의 농산물은 친환경 농산물로 인식되어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함평은 더 이상 낙후된 농촌도시가 아니다. 더 이상 재정자립도가 낮고, 미래가 없는, 고령자들의 도시가 아니다. 함평은 나비를 통해서 축제를 상상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할 도시를 상상했던 것이다. 결국 나비가 도시를 살린 셈이다. 아니 상상력이 도시를 살린 것이다.
창의력과 상상력만큼 모호하고 추상적인 말도 없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게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뽑아 낼 수 있을지 명확하지도 않다. 따라서 무작정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상상할 머리의 밑천을 만드는 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근무환경은 상상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말로는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하면서 매일 야근에다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해 내야 하는 환경이라면 상상력은 결코 생겨날 수 없다. 기업이 직원들로부터 상상력과 창의력을 끌어 내고자 할 때 직원들의 자발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상상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또한 그것이 진정한 자발성을 끌어 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일해 봐”, “참신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봐” 하는 주문은 아무 데서나 통하는 게 아닌 것이다. 주문에 따른 창의력과 상상력이 나오려면 조직의 공식적인 배려와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성과 충성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바로 조직의 미래이자 기업의 미래인 것이다. 이제 기업에서 조직문화와 교육연수의 핵심을 ‘비즈니스 창의력'이자 ‘날카로운 상상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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