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나온 심리학 5편] 알면 제압하고 모르면 당하는 생활 속 심리 이야기 | |
최근 심리학은 단순히 마음의 치료를 넘어서 사회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활용됨으로써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심리학이란 말 그대로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으로, 심리학에서 다루는 이론과 사례들은 모두 우리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생활 속 심리 이야기. 한번 알아 볼까요?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처럼 우연치 않게 생긴 공돈 역시 금방 써버리기 쉽습니다. <프레임>의 저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그 이유는 바로 ‘공돈'이라는 명칭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다 같은 가치를 지닌 돈이지만 사람들은 ‘공돈'이라는 이름으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고 생각하여 더 쉽게 돈을 쓰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사람들이 돈에 붙이는 ‘명칭'에 따라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항상 운 좋게 들어온 공돈의 행방이 묘연한 기분파라면 2주라는 시간을 통해 마음속의 프레임을 바꿔 보세요.
<성공을 위한 옷차림(Dress for Success)>의 저자 존 몰로이(John T. Molloy)에 따르면 복장은 사회에서 지위나 품격의 상징으로 타인에게 인식될 뿐만 아니라, 옷을 입은 당사자의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복장의 중요함을 증명했습니다. 먼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주로 상류층이 입는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히고, 다른 그룹은 중산층이 주로 입는 평범하고 편한 옷을 입혔습니다. 그 후, 그는 참가자들에게 한 호텔로 들어가되 반드시 참가자 외에 다른 사람이 호텔로 들어가려고 할 때, 같이 들어가도록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동시에 문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94%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참가자에게 먼저 길을 양보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참가자가 평범한 옷을 입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82%의 사람들이 길을 양보하지 않았고, 심지어 5%의 사람들은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위급 상황을 꾸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실험에서도, 평범한 차림의 참가자는 한 시간 동안 평균 8달러 42센트만을 얻은 반면,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참가자는 평균 34달러 6센트로 네 배 이상의 돈을 얻을 수 있었죠. 또한 존 몰로이의 또 다른 실험에서, 평상복을 입힌 참가자들에게 타이핑과 복사를 부탁했을 때, 과제를 모두 수행하는 데 평균 20분 이상 소요된 반면,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힌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양의 타이핑과 복사를 부탁했을 땐 약 84%가 10분 이내에 과제를 끝냈습니다. 옷차림에 따라 개인의 행동과 역량이 달라진 것이죠. 타인의 평가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에도 영향을 주는 옷차림. 편한 것만 추구하거나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을 가꾸고 표현하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활용해 보세요.
남에게 싫은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살다 보면 종종 상대방의 잘못이나 단점을 지적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면서도 관계를 돈독히 하는 대화법에 대해 알아 볼까요? 사회심리학자 에론슨(Aronson, E.)과 린다(Linder, D.)는 ‘지적'과 ‘호감'에 관련된 실험을 위해 미리 교육을 시킨 가짜 참가자들과 진짜 참가자들을 섞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진짜 참가자와 가짜 참가자는 서로 일곱 차례 대면하며, 대면할 때마다 가짜 참가자는 진짜 참가자의 인상에 대한 평가를 진짜 참가자에게 말해줍니다. 물론, 인상에 대한 평가는 미리 실험자가 조작한 네 가지 유형 중 한 가지를 말하는 것이었죠. 첫 번째 유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칭찬으로 일관하는 유형, 두 번째 유형은 처음엔 칭찬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단점을 지적하는 유형, 세 번째 유형은 처음엔 단점을 지적하다가 점차 칭찬을 하는 유형, 그리고 마지막 유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하는 유형이었습니다. 모든 대면을 마친 후, 진짜 참가자에게 자신을 평가했던 가짜 참가자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인 평가에서 점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고, 반대로 긍정적인 평가에서 점차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그 이유는 긍정적인 평가 후 바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뒤의 부정적인 평가가 지속되어 이전의 긍정적인 평가마저도 왜곡되는 반면, 부정적인 평가 후 바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뒤의 긍정적인 평가가 지속됨으로써 이전의 부정적인 평가마저 신뢰를 기반한 지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말의 순서를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설득하고 동시에 서로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최초이자 최대의 상담소, ‘점집'.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또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조언을 받기 위해 점집을 찾습니다. 점술가의 말, 과연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할까요?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Bertram Forer)가 실행한 실험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포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성격진단테스트를 실시한 후, 그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쪽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쪽지를 나누어 준 후, 그는 학생들에게 이 진단 결과가 자신과 잘 맞는지 아닌지를 0점에서부터 5점까지의 점수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쪽지를 받은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4.26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이야기가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나 사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쪽지의 내용은 거리의 신문 판매대에서 팔고 있는 신문의 점성술 코너에서 별자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섞은 후 뽑은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막연하고 보편적인 성격 묘사를 자신만의 특성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바놈 효과'라고 합니다. 사주 역시 애매하고 중의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주를 보는 사람이 점술사의 중의적인 말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여 각자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해석을 내리므로 언뜻 정확히 들어맞는 것처럼 들리게 되죠. 또한 점술사의 조언은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의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란 개인이 자신의 믿음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기대, 행동하여 결국 자신의 믿음대로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자신의 믿음을 다시 강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러한 자기 충족적 예언은 목표 달성, 자아 실현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부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역기능적 역할도 합니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점술가의 말과 예언은 어떠한 형식이든 개인의 사고 방식과 행동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점술을 통한 긍정적인 조언이나 지지는 스트레스 해소나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움이 아닌 타인의 말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정해 버리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게 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심리학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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