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상사·동료편 /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南塘 2008. 10. 14. 12:05

[Good Manner 2] 상사·동료편 /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매너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입니다. 상대에게 맞춰 주는 희생과 양보가 필요합니다. 일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매너를 아는 것입니다. 상사와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매너킹'과 ‘매너퀸'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직장생활에서 말과 행동, 즉 매너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작년에 저는 <비서처럼 하라>라는 책을 써서 크게 히트를 쳤습니다. 베스트셀러로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도 광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상사를 이해하고 비서처럼 도와라', ‘조직에 충성하라', ‘일에 승부를 걸어라'는 게 핵심 메시지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책이 ‘네티즌이 뽑은 최악의 책 2위'를 기록했으면서 동시에 ‘상사가 부하에게 사 주고 싶은 책 1위'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합니까? 부하(네티즌)로서는 듣기 싫은 소리지만 상사로서는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상사와 부하의 의식 차이가 화성과 금성만큼이나 거리가 있습니다. 관점과 생각에 큰 ‘갭'이 있습니다.

매너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갭'과 관련이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던진 사소한 언행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부하

매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매너 문제가 해결됩니다.

 

상사가 직원들에게 한턱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부하들이 “메뉴를 뭘로 결정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상사 왈, “먹고 싶은 것, 좋은 걸로 해!” 그런데 순진한 부하 직원들이 그 말을 믿고 1인당 10만 원씩이나 하는 고급식당으로 장소를 정했습니다. 상사의 속이 뒤집어졌음은 물론입니다. “아~주 잘했어”라고 말은 했지만 그곳으로 결정한 ‘녀석'은 괘씸죄에 걸려 그 후 결정타를 맞고 맙니다. 실화입니다.

P상무는 사람 좋기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부하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립니다. 농담도 잘하고 격의가 없습니다. 그 P상무가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부하 녀석들은 좀 다부지게 다뤄야 할 것 같아. ‘오냐오냐' 하면 영락없이 수염을 잡으려 하거든. 좋게 대해 주면 더 좋게 모시는 게 아니라 맞먹으려 한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사라도 상사는 상사입니다. 대접받고 싶어하고 존경받고 싶어합니다. 부하가 격식을 갖춰 주기를 바랍니다. ‘깍듯한 친밀함'을 원합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의전이 엄격한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분방하기만 한 것 같은 미국의 직장도 제대로 된 곳에서는 매너가 사람 평가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매너가 보인다

C대리는 결재를 받을 때 상사의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서 있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결재를 받기 위해 성큼성큼 상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평소에 하던 대로 옆에 바짝 붙어서 결재판을 내밀었습니다. 순간, 상사가 무척 당황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상사의 컴퓨터 화면에는 극도로 개인적인 사진이 떠올라 있었던 겁니다. 결재는 상사가 설명을 듣기 위해 옆으로 오라고 하기 전에는 앞에서 받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니던가요? 누구에게나 은밀한 영역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을 침범하면 ‘아웃'입니다.

입사 4년차인 U사원은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일도 잘하지만 신세대답게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과장이 술 한잔하자고 권해도 자기의 스케줄과 기분에 따라 가부를 명쾌히 결정합니다. 폭탄주를 마실 때 “나는 그런 주법이 싫다.”며 끝까지 거부한 경우도 있습니다. 참, 소신 있고 멋있죠? 그러나 그가 그 조직에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매너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입니다. 상대에게 맞춰 주는 약간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합니다.


‘황당매너'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황당매너'란 매너 같지도 않은 매너 때문에 황당한 결과를 낳기에 제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상사와의 관계든 동료와의 관계든 중대한 규칙 위반은 별로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별것 아닌 사소한 것으로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 소원함이 결국은 직장생활을 좌우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황당한 겁니다. ‘황당매너'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센스가 필수입니다.

 

며칠 전, 지방에 출장을 가는데 수행 직원이 있었습니다. 장거리 운행으로 나는 졸음이 몰려와 잠을 좀 자야겠는데 그는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상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겠다는 그 충성심은 갸륵하지만 센스의 문제가 남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센스가 매너의 핵심인 줄은 알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황당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일입니다. 같은 회사의 동료 직원 7~8명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농담을 좋아하는 K가 앞에 있는 여사원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아무개 씨! 목에 때가 있어요.” 사람들은 ‘까르르' 웃었습니다. 농담으로 한 말인 것을 아니까요. 그러나 잠시 후 K는 그 여사원에게 불려 가 혼줄이 났습니다. 그 여사원은 목에 땟자국 같은 커다란 반점이 있었거든요.

남의 콤플렉스를 언급한다거나 숨기고 싶은 것을 까발리는 것은 참 매너 없는 짓입니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매너는 무시해도 좋은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사이든 동료이든 심지어 부하에 대해서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은 결코 넘어서 안 됩니다.


마음의 넥타이를 매세요

며칠 전, 은행창구에서의 일입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 여행원을 보고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세상이 변한 걸 모르는 직장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직장 동료에게 그가 애지중지하는 자동차를 빌려 달라고 해서 서로 간의 관계가 썰렁하게 된 사례도 알고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할 부탁은 하는 게 아닙니다.

매우 고상한 분들이 모인 호텔에서의 일입니다. 원형의 식탁에 서양식 식사가 준비되었는데 오른쪽에 있는 빵을 집어 먹음으로써 옆 사람을 당황하게 한 사례도 목격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외국어가 유창하면 뭐합니까? 빵은 좌측의 것, 물이나 와인은 우측의 것이 바로 내 것이라는 ‘좌빵우물'의 매너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직장생활에서 말과 행동, 즉 매너 때문에 발생하는 황당한 사례는 참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을 한번쯤 체크해보세요. 또는 입장을 바꿔서 다른 사람들의 어떤 언행이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돌이켜 보는 것도 매너를 다듬는 좋은 방법입니다.

삼성전자가 정장을 벗고 자율복장제도로 간다고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복장은 중요합니다.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던가요. 그래서 복식심리학이 있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자율복장제도로 갈수록 매너를 더욱 다듬어야 합니다. 마음속의 넥타이를 단단히 묶어서 말과 행동거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을 아시죠? 깨진 유리창, 즉 사소한 실수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매너킹'과 ‘매너퀸'이 되기 바랍니다. 그것이 일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 조관일 / 경제학 박사로 농협중앙회 상무, 강원대학교 겸임교수,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라>, <인테크-창조적 인간관계의 기술>, <황당매너 21>, <비서처럼 하라> 등 20여 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현재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