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의 임직원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인재'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다. 모든 기업들이 인재를 원한다. 구성원의 지식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인재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인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인재가 저절로 모여드는 기업도 있다. 기업 경영에서 인재 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재가 모이는 기업,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을 위해 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인재를 모이게 하고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또 유지해 나갈까?
오늘날 인재 육성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지식 기반의 정보화사회'로 바뀌면서 현대 사회는 무한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보를 유용한 지식으로 전환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훌륭한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연수원을 마련하거나 각종 교육기회를 만들어 가며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재와 그가 가진 지식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기업 생산성의 원천이다.
최근에는 인재 문제가 ‘인재 육성'이나 ‘인재 개발'의 단계를 지나 ‘인재 유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애써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놓더라도 다른 글로벌 기업이나 경쟁 기업이 거액을 제시하며 모셔 가 버리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연봉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문화나 각 개인의 성장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인재로 하여금 기업을 떠나게도 하고, 외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직장 내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도 한다.
인재가 모이는 기업은 어떤 곳일까. 요즘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주목 받는 구글은 한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손꼽히는 엔지니어들을 잇따라 영입해 IT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유롭게 근무하고 정교하게 평가받는 구글의 기업문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의 본사에 가 보면 구글이 왜 일하고 싶은 기업인지를 느낄 수 있다. 본부 앞에는 야외 파라솔이 마당에 설치되어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모래밭도 마련되어 있어 비치발리볼을 즐길 수도 있다. 곳곳의 휴식공간에는 야자수 장식에 간이의자가 놓여 있는 등 피서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직원들은 노트북과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
건물 안 곳곳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인테리어나 벽면 장식들은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간이 카페에서는 커피와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고 메인 카페테리아에서는 중국식, 멕시코식 등 다양한 메뉴가 제공된다. 200여 평 규모의 헬스장에서는 근무시간임에도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직원들이 있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도 자유다.

이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무한한 자유가 주어질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담당 부사장을 겸하고 있는 CCO(Chief Customer Officer, 최고 고객 책임자) 스테이시 설리번(Stacy Savides Sullivan)은 “엉뚱하면서도 창조적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구글러”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전통적'인 의미의 규율보다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업문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업무시간의 20%를 개인 관심사에 쓸 수 있게 하는 ‘20% 프로젝트'는 느슨하고 창의적인 구글의 기업문화를 대표한다. 모든 직원들은 팀장에게 개인 관심사를 알린 뒤 1주일에 하루는 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황당한 주제라도 연구 가능하다. 연구 주제가 사내 통신망을 통해 직장 동료들에게 알려져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터넷TV 등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진출 계획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혹자는 이미 공룡 조직으로 커져 버린, 그래서 상명하달식의 관료조직으로 변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구글은 벤처기업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구글로 엔지니어들이 옮겨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해서 구글의 직원평가가 느슨한 것도 아니다. 구글의 직원평가는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창의적이다. 6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 평가는 상사보다는 대부분 동료로부터의 평가다. 그러나 ‘특정 시스템 개선으로 성능이 10% 이상 좋아졌다'는 등 구체적인 수치가 요구되는 매우 정교한 평가라는 게 구글측의 설명이다.
햄버거대학이 맥도널드 경쟁력의 원천
인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우선 과제는 ‘어떻게 인재를 육성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이다.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기업들은 연수원이나 사내 대학을 통한 사내 교육, 외부 교육기관에 맡기는 위탁교육, 기업과 대학이 협력하는 산학협력, 해외 연수나 정규학위 취득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독일 BMW는 2006년 한 해에만 약 1억 8,000만 유로(2,356억 원)를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등 매년 2,000억 원 이상을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해 쓰고 있다.
스웨덴의 간판기업 에릭슨은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를 충원하고 육성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의 IT클러스터로 불리는 스웨덴 ‘시스타사이언스시티'(시스타)는 에릭슨과 노키아 등이 주도해서 만들었다. 시스타에는 스웨덴왕립공과대학과 스톡홀름대학 등이 연합해 만든 ‘IT대학'이 있다.
IT대학의 교육과정은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실무 위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1년에 한 차례씩 그룹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IT대학이 배출하는 인재들은 에릭슨의 인재 충원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에릭슨 역시 직원 재교육을 IT대학에 맡기고 있다. 대학과 기업은 같은 식당을 쓰며 사업 아이디어를 수시로 교환할 정도로 산학협력이 잘 되고 있다.
사내 대학의 경우 미국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사내 대학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은 1,600여 개로 15년 전에 비해 네 배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는 1961년부터 ‘햄버거대학'이라는 사내 대학을 운영해 왔다. 햄버거대학은 말단 직원에서 매니저까지 직급별로 그에 맞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매장과 똑같은 실습실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실습을 하기도 한다. 직급별 교육을 다 받으면 21학점을 딴 것과 같다. 매장 매니저급과 중간 간부급의 교과과정은 정규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다이애나 토머스 햄버거대 학장은 “햄버거대학이야말로 맥도널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모이는 회사, 사람을 만드는 회사
국내 기업들 역시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은 각각 ‘국제적 감각을 갖춘 세계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인' ‘학습력을 지닌 창조인' ‘팀워크를 중시하는 자율인'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인' 등을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내세우고 이 방향에 맞춰 직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고 있다. 우리 기업이 보다 장기적인 인재 전략을 세우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적합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의 저자 짐 콜린스의 말대로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워야 한다. 그리고 적합한 사람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에는 인재가 저절로 모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 확보 전략과 반드시 같이 가져가야 할 과제는 인재 교육 시스템이다. 핵심 인재 채용과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인재 양성은 인재 확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시적인 성과 역시 더디게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는 방법은 체계적인 인재 교육 시스템이다.
기업의 훌륭한 교육 시스템은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업이 ‘인재' 확보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지려면 기업 내부에 ‘인재 육성'이라는 철학과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 철학과 시스템은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을 발전시키고 핵심 인재로 만들어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 또한 이는 인재의 성장, 기업의 성장, 인재에 대한 재투자, 다시 인재의 성장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창출하게 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마쓰시타 전기를 설립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구성원들에게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이 ‘당신 회사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라고 물으면 ‘우리 회사는 사람을 만듭니다.'라고 대답하라.”
- 정태웅 / 한국경제신문 차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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